[후편]채팅어플로 호구 된 사연

도리돌이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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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전화를 자주하게 됐다고 해도 카톡으로 안하고 그 채팅어플로 했었어.

 

한 가지 이유는 카톡은 문자질하는게 워낙 자유성이 좋아서 거기에 매달리게 만드는 마법을 갖고 있거든. 또 하나는 얘랑 만나서 뭐하겠네 이런 생각 자체를 안했거든.

물론 한 번 쯤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진 안했다고는 부정안할게. 나도 남자니깐.

 

그러다 한 2월말인가 3월 초쯤에 갑자기 그 채팅어플 서버가 다운 돼 버려서 하루 종일 연락이 안돼는 상황이었어. 그래서 고민하다 하는 수 없이 카톡으로 연락을 하게 됐는데. 이게 앞으로 내가 크게 후회하게 될 일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어. 그 때부터 얘가 나한테 자기 사진을 하루에 평균 5장씩 보내고 그래서 솔직히 예뻐서 좋긴 했는데 조카 부담스럽더라. 난 처음부터 얘랑 어떻게 해볼 생각도 없고 그럴 가능성 조차도 없다고 생각이었는데 '우와 예쁘다'할 때마다 얘한테 혹하는 감정을 갖는 느낌이 부담스러웠어.

 

근데 내가 목소리가 아침 사연 읽어주는 라디오 BJ 목소리 있잖아

약간 차분하고 중저음 목소리.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

이것 때문인지 얘가 항상 "아침에 오빠 목소리 듣고 일어나는거 기대할게요♥"해서

내가 그 말에혹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누군가를 챙겨본다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

매일 같이 아침에 전화해서 깨우고 그랬거든. 생각해보니깐 진짜 호구짓이었음.

그 이후로 3월 초중순 정도까지는 거의 새벽 3시까지 연락을 주고 받고 그랬어.

 

그러다 3월 8일에 밤중에 자기 전남친이 자기한테 다시 만나자고했는데 자기가 조카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카톡 내용을 캡쳐해서 나한테 보내는거야. 이 때부터 내가 방심하기 시작했어.

'아 얘가 날 많이 믿는구나, 여태 나한테 자기 신상을 많이 얘기한 것도 있고 나도 얘를 믿을만 한거 같다'는 생각에 한 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 날에 전화 했는 데 얘가 혼자 술먹고 있는 데 오빠 진짜 보고 싶다고 하길래 나도 보고싶다고하면서 나랑 걔가 맞는 말에 맞춰서 22일에 보기로 했거든.

 

2월 말부터 당장 만나진 않더라도 내가 얘한테 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는 아니더라도 별 짓을 다했다. 새벽에 힘들다 할 때마다 몰래 집에서 나가서 노래불러주고 하던 공부도 접어두고 전화로 달래주고 그랬거든.

 

여튼 그 이 후로 내가 얘랑 잘 될거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됐고 내가 갖고 있는 호감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어. 그게 독이 됐는지(내가 자초한건지) 아니면 걔가 원래 그런 애인지 모르겠는 데 12일 부터 얘가 갑자기 변했다는 생각이 팍들더라고. 어지간히 눈치 없는 놈도 알아챌 만큼.

 

얘가 평소에 '오빠도 좋아, 뭐가 좋냐고 오빠?'이런류의 말을 꼭 한두번은 했는데 그 이후로 한번도 쓰지도 않고 칼답은 칼답인데 이상하게 그 있잖아 여러 사람 왔다갔다하면서 빠르게 답장하다보니깐 뭔가 깊이 없는 답장같은거 그게 느껴지더라고. 또 얘는 평소에 나보고 자기 피곤해서 먼저 잘거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했었는데 그 때부터 1시 이전만 돼도 피곤하다고 막 눈치주고 그러더라고.

이 때부터 내가 왠지 어장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지

한 13일 됐을 때 얘가 쉬는 날인데 아는 오빠랑 영화를 보고 술을 같이 먹는다는거야

그래 그렇다고 치자 했지. 근데 얘가 '여친 있는 오빠'라고 안심하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거야.

내가 여태 전남친이랑 술마신다고 했어도 어떤 오빠랑 먹는다 했어도 신경을 안 썼는데

이 때부터 심기가 불편하더라고.

 

솔직히 아무리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쳐도 여친 있는데 굳이 다른 여자랑 영화보고 술 먹는다는게 말이 돼냐. 그리고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자애도 어이가 없었고.

근데 그 때는 내색을 안 했는 데 한 밤 정도 돼서 내일 화이트 데이때 뭐할거냐고 물어봤는데 또 그 오빠랑 술마신데.

 

그 말 듣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 놈은 뭐하는 놈이길래 여친 냅두고 이틀 연속으로 너랑 술을 마시냐, 암만 너랑 친하다해도 여친 냅두고 이틀연속으로 영화보고 술먹는다는게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내가 왜 이런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데 서로 호감이 있어서 보기로 한 상태인데 보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게 나한테는 그닥 좋지 않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지.

그랬더니 내가 마치 자기 인간관계에 끼어드는 집착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려고 하더라고.

솔직히 한 번도 만나지도 않았는데 내가 너무 내 일처럼 말한 것도 있고 해서 그 다음날 아침에 사과를 하긴 했어.

근데 그 때부터 달리진 태도가 더 강해진거 같다는 느낌을 받더라.

 

더 그런 느낌을 받은게 만나기로 한 일요일에 점심에 보자고 했는데 얘가 교회때문에 못 가고 밤에만 됀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정말 내가 보고 싶다는 진심이 아직도 있는지해서 그럼 교회 끝나는 시간에 잠깐이라도 보면 안 돼냐 했는데 '생각해본다'는 식으로 얘기하는거야.

솔직히 본인이 진짜 볼 마음이 있다면 카페에서 같이 차를 마실 시간 정도는 내려고 노력하거든. 물론 바쁠 수도 있는데 그 날 쉬는 날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고.

 

이 때부터 아 얘는 날 볼 생각이 없구나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래도 에이 설마 40일 동안 주구장창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한 정도 있으니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생각을 가졌어.

그래서 17일에 평소에 걔가 선톡을 하게 했던 끝맺음 대화로 대화를 끝내고 그 다음날에 계속 기다려봤는데 밤 10시가 돼도록 연락이 안 오더라고. 그 이후로 내가 마지막으로 얘 본심을 알고 싶어서 거짓말로 얘를 떠봤어. "나 사실 전역 한달 남은 의경이고 랜덤채팅으로 이렇게 까지 오게 된건 한번도 없어서 얘기하긴 그랬다고 나중에 가까워지면 말하려고 했다고 숨겨서 미안하다고'그랬거든?

근데 얘가 대번에 '어쩐지 느낌이 쎄하더라. 그래 전역잘하고 고생해!' 이런식으로 그러길래.

'놀랬지? 미안해 통화 한번 할래?" 하니깐 "얘가 꼴보기 싫다고' 그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원래 너 이번주에 볼 때 얘기하려고 한 건데 내가 평소에 너가 힘들다 했을 때 직접 달려가지도 않고 그래서 너가 이제 맘이 돌아선거 같아서 문자로 얘기한거다'고

그러면서 막 애원했지.

그러니깐 걔가 '아 이제서야 하는 말인데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까도 그 오빠랑 만나서 술먹었다고' 그랬지. 그 아까전날에 화이트 데이 때 술 먹은 놈이더라.

 

'어쩐지 지난주부터 뭔가 날 대하는게 달리진거 같다'고 했는데

'맞아 그 쯤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일거야'그러는거야.

그래도 혹시 날 떨쳐내려고 한 거짓말 같에서 마지막으로

'곧 전역하는 데 나 전역할 때라도 만나주면 안 돼냐'라고 했는데

'글쎄, 곧 이 사람이랑 사귀고 잠도 같이 잘거 같은데. 괜찮으면 전역해서 한번 연락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거야. 이 때 알아챘지 내가 여태까지 어장당한게 맞고 40일동안 나는 호구짓 한거라고. 한 편으로는 곧 사귀고 잠도 잘거 같다는 말에 뭐 이런 당돌한 년이 있나하면서 딥빡침.

 

채팅어플로 먼저 다가간 나도 문제가 있는 놈이지만 심심해서 깔아본 채팅 어플이었고

훨씬 이전인 2월말에 당장 만날 수 있었는데 내가 신중했던 것도 있고 막 얘랑 원나잇하거나 그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얘가 나한테 호감이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고나서 만나자고 한건 데

솔직히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이라 내가 화를 내는건 더 호구짓인건 맞는 데 그럼 애초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솔직히 얘기라도 하던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태연히 연락을 해왔던게 자기는 나쁜년 돼기 싫다는 심보를 부렸던게 화가 나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가 호감을 표현해놓고 지난주부터 태도가 달라졌길래 혹시나해서 떠본거라고 지금 당장 먼저 속인건 나지만 너가 훨씬 먼저 날 속이고 있었다고. 이렇게 거짓말하면서 너한테 애원하고 그런건 40일동안 쌓였던 정이 안 뛰쳐 나올려고 몸부림쳐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라고. 역시 채팅 어플 치고 제대로 됀 년이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고 내 생각엔 너도 조만간 화이트 데이때 너 냅두고 다른 여자랑 술쳐먹는 남자 만날거 같다고.하고 차단하고 여지껏 걔가 보냇던 사진이랑 다 지웠지.

 

이런 일이 있고나서 40일 동안 내가 아무 쓸모도 없는 짓만 골라서했고 내가 호구였구나라는 생각에 치가 떨리더라고 채팅으로 누구 만나려고 했던거 자체가 호구짓이었고 처음에 맘이 없었으나 시간이 지나고나서 맘을 갖게 되고 그걸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걔가 힘들어 보일 때 눈치채고 공부 내팽겨치고 전화하고 노래불러줬던게 호구짓이었고. 채팅 어플을 깐게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심심해서 그렇든지 간에 누구랑 만날 생각은 아에 하지 않는게 좋다. 이 글을 보면 어떤 반응이 올지 모르겠는데 진짜 나도 욕먹어도 싸다 할 정도로 허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