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는게 불쌍한건가?

제시카j2015.04.05
조회95,053

전 여성이고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기계설계 엔지니어입니다. 이 일은 야근, 주말 없는 특근이 많아서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직업인지라 여성분들을 보기란 좀처럼 어려운 곳이지요. 이젠 이 생활도 잔뼈가 굵어지다 보니 여자라는 편견 없이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직장생활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식당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2달 만에 갖는 달콤한 휴일인지라 자주 가던 레스토랑 양식점에 혼자 식사하러 갔습니다. 식당 종업원은 익숙한 듯 나를 보면 몇 명인지 묻지 않고 저를 반깁니다. 늘 그랬듯이 그 식당에서 가격대가 있는 메뉴를 시킵니다. 이번에는 버섯샐러드(12,000원)와 한우크림필라프(18,000원)를 시켰어요.

 

혼자 식사하러 왔지만 식당주인에게 낮은 가격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다는 눈치를 받지 않기 위함이죠. 그래서 늘 그렇게 그 집에서 가격대가 있는 메뉴를 시켜서 편히 식사를 하고 노트북을 펼쳐 글도 쓰면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좀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식당이 아닌 손님에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엄마랑 5살 정도 된 여자아이가 식사 중이었다. 맞은편에 빈자리로 봐서는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때마침 식사가 와서 맛있게 먹으면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데, 꼬마 아가씨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엄마. 저 아줌마는 왜 혼자 먹어?”

 

뭐... 제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아줌마란 소리에 일일이 울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가 나한테 삿대질을 하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그 삿대질을 저지는 못할망정... 나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혼자 왔으니까.”

“왜 혼자 왔어?

“혼자 사니까.”

“왜 혼자 살아?”

“결혼을 안했으니까.”

“왜 결혼을 안했어?”

“그건 엄마도 모르겠는데.”

 

다 들린다. 다 들려..... 목소리를 작게 하던게 나보고 들으라는건지원...

 

저들이 제가 혼자 사는지 어찌 아냐면...

음식이 오기 전에 친구랑 전화통화를 잠깐 했었거든요. 그때 아직 결혼 생각이 없고, 혼자 지내는거 별로 안 불편하고 외롭고 그런 것도 못 느낄 정도로 회사 일에 치여서 너무 바쁘게 산다는 그런 통화내용을 들은 거겠지요...

 

왠지 그 자리가 불편해 식사를 하다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자리로 가고 있는데 아직도 엄마와 꼬마아가씨의 얘기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맞은편에 일행이 자리를 한 생태여서인지 그 얘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니... 엄마의 얘기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그러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남편한테 시집가야해.”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남편이 생기는 거야?”

“그럼~~~ 네가 공부를 못하면 공부 못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하며 사는 거고, 네가 공부를 잘해야 남자도 공부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야. 그런 남자를 만나서 결혼해야 고생안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야. 저 아줌마처럼 불쌍하게 혼자 살면서 고생하고 싶어?”

“아니.”

“엄마도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를 만났잖아.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돼. 알겠지?”

“응. 공부 열심히 할게. 근데 저 아줌마 불쌍하다.”

 

헉.... 저게 뭔 소린가? 아니 아줌마가 무슨 애 교육을 저따구로.... ㅡ.ㅡ;;;

 

여자들은 시집 잘 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건가? 시집 잘 가서 남편 잘 만나면 만사 땡인건가?

직장 다니면서 능력되니까 혼자 살겠다는건데... 그게 불쌍한 거야? 아놔....

열심히 일해서 여자로써 능력 인정받으면서 회사 잘 다니고 있는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저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직장생활 하면서도 제일 힘들었던 게 여자니까 시집가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직장생활하기 참 힘들었는데.... 역시나 여성들이 저런 인식을 가지고 있군요.. 그러니 여자들이 욕을 먹는 겁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에효...

 

어이없어서 좌석에 앉자마자 그 테이블에 있는 엄마를 꼴아봤습니다.

울컥해서 한마디 하려다가.... 그만 뒀습니다. 저리 왜곡된 인식을 가진 채로 교육하는 엄마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젠 혼자서도 밥 먹으로 오는 것도 다른 사람 눈치 봐야 하는 겁니까? 아놔....

식당 눈치 안 보려다가 되레 손님에게 눈치 보는 이 상황이 참으로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요원 3명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있고, 그 앞에서 아버지가 욕설하고 있고 옆에 있던 아들은 주차요원의 머리를 밀치는 사건이 있었지요?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보면 부모가 보이듯, 제대로 된 가정교육엔 참된 인성의 부모가 있다는 것을요.

에효...

 

갑자기 대한민국만세가 보고 싶네요. 송종국씨 대단하십니다.....

 

또 욱하네... 미혼이 죄냐?.

댓글 194

에헤오래 전

Best남이사 결혼을 하던말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음????? 오지랖좀 작작 부리자 좀 제발!!!!!!!!!!!

초식남오래 전

ㅋㅋㅋㅋㅋ아줌마 말투좀웃기네요.... 기분상했겠다 힘내요 저도 독신이에요^^ 서른둘밖에안됐지만 ㅋㅋ

오래 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불쌍하다기보단 뭐 자기만의 뚜렷한 결혼관이 있나보네 자유로워보인다 이정도?글타고 부럽진 않구요 근데 몇년더지나서 불혹의 나이를 훌쩍지나시면 그땐 불쌍할거같아요 이곳저곳 아프고 힘들나이가 왔는데 아무도 없잖아요 친구들?기혼친구들은 가족이 먼저에요 글고 내가족들도 가족이 있겠죠 결국은 아픈몸 혼자 돌봐야해요 불쌍해요 그땐 솔직히요 아직까진 젊은편이고 건강하신거 같으니 당당하게 사세요 기왕 솔로이신거 당당한게 더매력직일거같네요 꼬맹이한테 웃어주면서 꼬마야 이모처럼 능력있으면 결혼해서 고생안해도 되~공부열심히 해라~^^이정도 날려주실 여유 없으시면 그냥 지금이라도 선 열심히 보세요

ㅋㅋ오래 전

난 친구도없고 가족도없어서 혼자 밥먹으러 잘가는데?ㅋ왜?

옹어아어아오래 전

송일국 ㅎㅎ 힘내세용

ㅇㅇ오래 전

내 친구중 하나는 능력도 없고 밖에서 일하기 싫어서 대충 자기보다 나이많은 남자 만나서 시집갔음..시집갈때 별 오만가지 자랑 다하고 우리도 축하해줬지. 지금 시집간지 3년 넘었나 애 하나 있는데 걔 연락오면 무섭다..맨날 시댁욕하고 남편 욕하고..일하다가 카톡이라도 오면 진짜 깜짝놀람 ㅠㅠ..자기 우울증이라고 나한테 맨날 자기랑 좀 어울려달라고함. 술 진탕먹으면 맨날 울면서 나한테 결혼하기 싫었다고..자기가 집에서 애보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려고 시집간게 아닌데 막이럼..하..ㅋㅋ 자업자득아닌가. 주변에 결혼한 여자들 셋중 하나는 행복한척 하는거에요. 어쩌면 셋중 셋이 그럴지도 모르고. 그 집 사정 막상 까보면 장난아닌 집 많음..그냥 결혼했으니 사는거지. 그래놓고 미혼인 친구가 이쁘게 꾸미고 나오니까 쥐잡듯이 시집 지금안가면 나중에 못간다고 ㅋㅋㅋ아니 자기가 그럼 좋은얘기좀 해주던가 행복한 얘기좀; 걔만 나오면 애들 모임 분위기 이상해져서 죽겠어요

에휴오래 전

미친아줌마년과 그걸 이어받을 자식새끼

ㅇㅇ오래 전

자작같다 솔직히 난 저런대화를 어떻게 다 기억해내고 쓰는지 신기할따름

우리나라오래 전

우리나라는 오지랍이 넓어서 문제임 ㅋㅋㅋㅋ

오래 전

대단하세요..혼자 식당가는 거.. 전 아직도 못하거든요 ㅠ.ㅠ 혼자 영화관은 잘 가는데...ㅠ 진짜 큰 봉변당하셨네요 ㅠ 힘내세요.

남소연오래 전

결혼하면 모해요? 요새 유부남이 애인없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ㅋㅋ 딸과 단둘이 레스토랑 온 여편네는 지남편이 뭘하고 다니는지 알까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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