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거없어도 학습지교사는 하지말란 이야기는 진리.

내시급20만원2015.04.07
조회5,291

'회사생활'에 써야할지 '알바경험담'에 써야할지 카테고리가 애매하긴하지만,

이 직업을 생각해보고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도움이 될까싶어 올려봅니다.

 

저는 20대후반 남자 학습지교사입니다.

학습지교사에 대해 네이뇽에서 검색만해봐도 주르륵 나오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학습지교사...절대 할게 못됩니다.

특히 남성이라면 더더욱.

 

저도 처음에는 멋모르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선생대우 받으며 수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형식적이나마 면접도 보고 이런저런 과정 거쳐서 교육도 받고 정식 모사 교사가 되었습니다.

 

우선 일주일넘게 서울 지옥철을 타고 아침마다 교육을 받으러 다녀야합니다.

해당사의 교재에관한 간단한 개괄부터 영업노하우까지.

뭐 주로 영업방식에관해 가르칩니다.

 

교육비? 안나와요. 간신히 교통비나 푼돈으로 나오는데요.

점심시간 빼고 하루 아홉시간정도를 내내 교육을 받는데(대학은 공강이라도 있지 이건 50분교육에 10분휴식의 칼같은 반복으로 빽빽합니다) 엄밀히 따져 교육받는것도 근무이고 급여가 나와야죠. 결국 회사에서 선생들을 써먹고자 교육하는거니까요.

근데 안줍니다. 꼼수를 쓰는거죠. 교사위촉이니 수료니 하면서 해당 사의 뱃지도 달아주고 위촉장주고 하면서  결론은 남남인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교사는 그 회사의 계약직이든 정사원이든 뭐든 '사원' 개념이 아니라 '하청업체'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선생님은 법적으론 회사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인거죠.

그러하니 당연히 4대보험같은건 회사가 들어줄 필요도 없을뿐더러, 2주동안 종일 교육시키면서 차비라고 돈만원 쥐어주는겁니다.

 

자 이제 피곤한 교육을 이겨내고 정식 모사의 교사로 실전투입이 됩니다

해당지역의 사무실에 배정받아 가보니 남선생이 하나도 없네요? 남자라곤 신입 저 뿐입니다.

청일점이라 좋겠다구요? 꽃밭에서 일하니 힘들어도 일할맛은 나겠다구요?

이보세요.. 대부분이 배나온 50줄 아줌마들이고, 심지어 제 어머니보다

나이 더 많으신 선생님도 계십니다...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든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일이 힘드니까요.

그건 그런가보다..했어도 왜 남선생이 하나도 없을까.. 하는건 참 의문이었습니다. 여자들도 저렇게 하는일을 왜 남자들이 못할까..싶은거죠.

 

뭐 지금이야 그 이유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지요.

 

처음에 갔니더니 소장이 그럽니다. 그래도 남자니까 힘든구역 맡아줘야하지 않겠냐고.

'.. 그래 나혼자 남자인데 여선생들보다는 좀 힘든일 해야하는건 어쩔수 없겠지...' 라며

순순히 받아들였지요.

근데 저더러 ㅂ필수적으로 차량을 운행하라네요?

사실 차량운행은 계약 조건도 아닐뿐더러, 기름값도 비싸고 다른 선생들 다 걸어다니면서도

일 하니까 저도 운동삼아 걸어다니며 일할 생각이었습니다. 아예 사내 규정부터가 선생들이 도보로 구역을 담당할 수 있게끔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구역을 맡아보니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역이더군요.

제가 맡은 구역들은 다 산을낀 언덕배기 동네들이고, 수업다닐집들도 듬성듬성 떨어져있는 주택가들이었습니다. 심한데는 한집에서 다음집으로 이동하는데 버스로 너댓정거장거리나 되더군요.

이런만큼 차량운행 없이는 못한다고 차를 쓰라는겁니다.

 

결국 반 강제적으로 차량운행을 하고 다니죠.

뭐 그렇다고 유지비조로 십원한장 회사에서 보태주는것도 없습니다. 밥값없는건 당연한거구요. 물론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차량 유지비가 회사에서 나옵니다. 결국 제가 맡은 지역은 팀장급 이상들이 유지비 지원받으며 차끌고 수업다니던 지역이었던셈이죠.

 

톡까놓고 학습지 선생들 급여가 어느수준이냐하면...

 

 

제 경우를 예를들어 100개의 수업을 할당받아 맡는다 하면(일반적으로 학습지회사들은 한개의 수업당 수업시간 10분입니다. 물론 하다보면 15분씩 되는경우도 많죠) 주말외 월화수목금 주5일을 바싹 일해야하는데, 수업다니는 시간만 근무가 아니라 아침 일찍(보통 오전 9시~10시정도) 사무실 출근해서  회의, 교육, 교재준비, 수금, TM 기타 잡무 등을 처리하는데 이 일의 90%가 영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질적인 업무시간이 결국 오전 9시경부터 밤 10시 11시까지 간다고 보시면 되는데. 일주일 내내 기본  최소 열두시간 이상을 일하는 셈이죠.

눈뜨면 출근하고, 퇴근해서 집에오면 말그대로 씻고 잘 시간입니다.

 

그래도 주말엔 달콤한 휴식이겠다구요?

만만의 콩떡.

토요일은 어디 전단지작업 나가라.. 어느마트 사람몰린다 홍보나가라.. 심지어는 일요일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고, 대체로 주말도 맘편히 못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주말 특근수당을 주느냐.. 당연히 안주죠. 우리는 개인사업자 어디까지나 선생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율.적.' 으로 주말홍보를 뛰는거니까요. 소장들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관리자에게 점심이나 한끼 얻어먹으면 다행입니다.

 

 

이렇게 일하고 얼마받느냐구요?

톡까놓고 제경우 140~150정도 됩니다.

체감상 저는 250~300정도 급여가 될만한 강도의 일을 하고있는데 현실은 백만원 언저리죠.

얼추 계산해보니 뭐 최저임금정도 될까말까 하네요.

 

관리자들은 순증순증 노래를 부르며, 매주 월요일아침마다 회의명목으로 실적이 이거밖에 못하냐며 닥달을 하지, 겨울이면 오돌오돌 떨면서 방문다니는것도 곤욕인데 요즘 엄마들이 보통입니까?  아줌마들은 별의별 꼬투리를 잡아서 사무실로 클래임을 걸지(물론 좋은분들도 계십니다만 극소수고 정말 진상들 많습니다),, 힘든일 끝내고 남들 잘시간에 퇴근해서 자리에좀 누우려치면, 관리자 카톡으로 오늘 어느집 소스는 없었냐 일일이 보고하라고 하지.. 다음날 출근면 관리자가 또 클레임 들어왔다고 지랄지랄하지. (관리자는 절대 선생들 편이 아닙니다. 소장들도 다 교사생활을 거친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정직원이고 회사소속이므로 선생들 고충보다는 회사의 이익이 중요하고, 甲인 고객의 클레임은 곧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므로 선생들을 닥달할수밖에 없는 구조랄까요.)

남선생이라고 아예 얼굴도 안보고 수업 취소하겠다고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고..

 

이렇게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남선생님들은 상대적으로 더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합니다.

어차피 동선이 너무 길어 차량을 써야한다면 여자나 남자나 운전만 할줄 안다면 조건은 동일한데, 왜 굳이 한달 기름값 돈십만원씩 손해봐가며 일해야하는건 남선생이어야합니까?

유지비가 나오는 소장 팀장 관리자들을 제외하고는, 교사들중 차량을 이용하고있는 선생은 오로지 남선생인 저 하나뿐입니다. 그것도 타의로말이죠.

 

그나마 여선생님들 구좌수 밀집되어있고 입회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아파트단지만 걸어다니면서 일하는것보면 솔직히 부럽기도하고 상대적 박탈감도 많이 느낍니다. 주말에 홍보할일이라도 생기면 여선생들은 이핑계 저핑계대고 다 빠져버리고, 남선생이라고 어쩔수 없이 나가 궂은일 도맡아야하는 경우도 많은데 .. 참 그렇더이다.

 

 

세상에 쉬운일이 어디있겠냐만, 특히나 학습지교사는...할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교사들중에 젊은이들이 드물고 그중에서도 남선생들이 희귀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