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을의 연애 하시느라 많이들 힘드셨죠?

갑남을녀2015.04.07
조회1,031

안녕하세요

한동안 헤다판을 하루에도 몇수십번씩(...) 들락날락거리던

구 헤다판 폐인이었던 20대 여대생입니다.

 

어느덧 3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두달이 다 되가네요

허허........................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는 않아요

 

남자친구 있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지난 3년 반 동안

항상 자신있게 네! 3년 사귄 남자친구 있어요^^~ 라며 자신있게 말하고 다녔던 저였기에

이젠 누군가 그런 물음을 했을 때

아니요 솔로에요 ㅠ.ㅠ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ㅋㅋㅋ 

 

그래도 나름 두 달간 힘든 마음 꾸역꾸역 이겨내고

잘 살아왔네요.

생각보다 의연한 제 모습에 주변 사람들도 조금은 놀라워하는 눈치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평가해온 제 평소 성격이 여리고 눈물이 많은데다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인데다가

헤어진 방식조차도...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 저를 뻥 차버렸다는.......................ㅗ)   

제 친구들은 제가 그걸 절대 못 이겨낼 줄만 알았대요.

 

더불어서, 제가 참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거든요.

네, 맞아요

저 그 사람 진짜 많이 좋아했었어요. 태어나서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돌이켜보면, 제 진짜 첫사랑은 아마 이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정말 많이 좋아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어요. 

부모님 걱정 끼쳐드리기 싫어서 헤어진 이후 술 한모금도 입에 안 댔는데

이게 맨 정신으로 버티려니까 더 미칠 것 같더라고요.

진짜로 이렇게 힘들 바에야 죽어 버리는게 낫나 싶을 정도로...

 

심지어 저는 이렇게 힘든데

헤어진지 얼마 안 되서 바로 여자를 사귀며 

카톡 프사에 온갖 자랑질을 해 놓는 그 사람을 보면서

두번, 세번...아니 한 수백번은 상처받은것 같네요.  

 

한 몇주간은 그저 숨죽여 울고 괴로워하기만 했던것 같아요.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던 제가 음식만 보면 토할것 같아서 거의 입에 대질 못했고

먹더라도 나중엔 결국 토해버리곤 했어요.

 

길가다가 혹시라도 커플들이 보이면

그 사람은 지금쯤 내 생각따윈 하지도 않고

그 여자와 행복하게...나와 지난 3년간 했던 모든 것들을 하고 있을거라고 상상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했고요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망가져 버렸고...잠도 하루에 채 한시간도 못 잔것 같네요.

꿈에 자꾸 그 사람이 나오는게 싫어서 어쩔 땐 일부러 잠을 안 자기도 했어요.    

 

점점 저는 피폐해져 갔고..이건 사람 사는게 아니다 싶을 정도로 망가져 갔습니다.  

 

이런 폐인같은 생활을 반복, 또 반복하던 중에...

어느 날 정말 갑작스럽게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저의 머리를 딱 스치더라구요.

 

아니 왜 그 사람은 나 싹 잊고 다른 사람이랑 행복하게 깨볶고 살고 있는데

나는 그런 가치도 없는 사람 그리워하면서 멍청하게 망가져 가고 있는거지

 

아마도 그 순간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왔던 모양이에요.ㅋㅋㅋㅋ...

 

그날을 기점으로 바로 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그간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살도 빠진 김에 다이어트 빡세게 해보자 싶더라구요ㅋㅋㅋ

살빠진 김에 그간 사고 싶었는데 돈 쪼들려서 못 샀던 옷이며 화장품 모조리 사들였구요.

큰맘 먹고 돈들여서 저에게 맞는 화장법이며 스타일링법이며 죄다 공부했고

내친김에 머리도 새로 했습니다.

 

휴학도 했겠다, 최근에는

예전부터 늘 꿈꿔 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루고 있었던 공무원 시험 준비도 시작했습니다.

6월에 첫 시험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맘먹은 날 바로 인강 끊고 책 구입해서 공부 시작했어요.

요즘 열심히 도서관 다니고 있습니다.ㅋㅋㅋㅋ

물론 공부가 힘들긴 하지만, 뭔가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몰입해 본 게 너무 오랜만이여서

한편으론 굉장히 뿌듯하고 똑똑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네요.

 

이렇게 두 달간 미친듯이, 힘든 마음은 잠시 넣어둔 채

미친듯이 저 자신에게만 투자했네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제 마음이 정말 너무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처음에는 그저 그 사람을 완벽하게 잊기 위해 시작했던 것들이

저를 지난 3년간의 저보다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한 여자로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요즘은 심지어 다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사실 지난 3년간, 전 저를 위한 인생이 아닌

오로지 그 사람만을 위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모든 걸 그 사람에게만 맞추며 살아왔어요.

 

그 사람이 만나자고 하면

과제가 있고 시험이 있어도 전부 다 내팽개치고 그 사람 만났고

 

점심밥까지 굶어 가며 없는 용돈 부득부득 아껴서

그 사람 위해 틈틈이 이것저것 조공 해대기에 바빴죠.

 

몸이 너무 아프고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 사람이 나 보고싶다는 말에

끙끙거리면서도 오늘 힘들어서 못 나간다는 말은 죽어도 못했어요.   

 

그 사람 훈련소 있을 때

입소식 수료식 다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업을 몽땅 빼먹기도 했죠 (교수님이 한번만 더 빠지면 쌍권총 때린다고 협박하심......ㅠ.ㅠ후 흑역사)        

 

살 쪄도 이쁘다 귀엽다는 그 사람 사탕발림(...?)에

그래 이 사람이 나 지금 모습도 이쁘다는데 뭐 어때 하며

예전의 빡센 자기관리 따윈 아웃 오브 안중이었어요

 

작게는 저의 외모, 성적, 개인생활...크게는 저의 꿈과 미래

그 어떤 것에서도 저라는 존재는 없었어요.

 

외모도 그 사람이 이정도면 이쁘다니까 됐어

성적? 조금 나쁘게 나오면 어때, 그 사람이 행복한게 더 중요해

나 오늘은 바쁜데..피곤한데...근데 그 사람이 만나자니까 나가야지

나의 꿈? 미래? 그냥 그 사람이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게 내 꿈이야.

 

돌이켜보면 참 멍청한 생각이었죠.

정작 그 사람은 할 거 다 하고, 챙길 실속 다 챙기고

나중엔 자기만 바라보는 제게 질렸다며 다른 새로운 사랑 찾아 떠나갔는데요.

 

지나고 나면 아무도, 그 누구도

제가 그 사람에게 헌신하고 사랑했다는 거 인정해 주지 않는데...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나 자신까지 잃어버리면서 살았나. 싶더라고요.  

 

시간 지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이번에 제가 겪은 이별이

단순한 고통, 아픔 그 이상의 의미가 있겠구나,

저에게 있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 줄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웃음이 나고, 너무 만족스럽고...오히려 뿌듯하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물론...그 사람을 완전히 잊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좋아했는데 , 두달만에 이젠 생각도 안나! 쏘 쿨! 이럴 순 없으니까요...

예고 없이 가끔 불쑥불쑥 떠오르는 그 사람 얼굴, 그래도 좋았던 추억들은

좀 더 시간이 많이 지나야지만 무뎌지겠죠.

 

한때는 후회도 많이 했었어요.

저 사실, 그 사람이 자기 마음이 식은 것 같다고, 돌아가서 생각해 보려고 했다며

온갖 핑계에 자기변명하기에 바쁜 그 사람이 너무 얄미워서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버렸거든요.

 

노력해 볼 마음도 없냐는 저의 물음에 미안하다고만 하는 그 사람에게

순간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서

그래 잘살아라 쿨한 척 해놓고 모든 연락수단을 단호하게 끊어 버린 채

이제까지 단 한번도 매달리질 않았거든요

 

아마 그 사람도 무지 당황했을 거에요

사귈 때 혹시라도 싸우면(심지어 그 사람이 잘못한 경우에도) 항상 제가 먼저 연락하고

미안하다 사과하고 그랬었는데...ㅎㅎㅎ

아마도....그 사람 자존심 좀 많이 상했을것 같네요.....ㅋㅋㅋ...

 

뒤늦게 그게 그렇게 후회되더라고요...아 그래도 한번은 붙잡았어야 했나.

자존심이 뭐라고...이렇게 힘들거면 그냥 쿨한 척 하지 말고

붙잡고 매달릴걸 그랬나.

 

근데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안 매달린게 잘 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손발 다 닳도록,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빌고 빌어서

그 사람과 재회? 아마 조금은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르죠...(그간 정때문에..?)

근데 아마 그랬다면, 당장은 한숨 돌렸겠지만...

전 또 다시 을의 연애를 시작했을거고,

저의 진짜 인생을 되찾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솔직히...지금 그런 상상하면 좀 많이 끔찍해요.

 

늘 그 사람만 바라보는, 그 사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허수아비 같은 인생을

앞으로 몇 달, 몇 년은 더 했을 거라 생각하니까 정신이 다 아득하네요.ㅋㅋㅋ...    

 

헤다판 분들 중에서도 분명 저처럼 그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맞추는

을의 연애 하셨다가

갑작스레 헤어짐을 통보받은 분들이 많으실 거에요

그간 많이 힘드셨죠? 연애 때도 그 사람만 바라보며 헌신하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헤어진 이후에도, 저 사람은 행복해 보이는데

왠지 나만 괴롭고 힘든 것 같아서 더 맘이 아프실 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근데 우리 이렇게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요?

이번 이별을 신이 주신 내 인생에 다시없을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는 거에요.

무슨 미친 소리냐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을의 연애를 하셨던 분들에겐(저 포함.)선물이라는 표현,

절대 잘못된 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간 많이 힘드셨잖아요.

그 사람만 바라보고 사랑하느라

한때나마 그 사람에게 나의 인생 전부를 맞춰가면서 나 자신을 모조리 잃어버렸었잖아요.

너무 고생 많았잖아요.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사람 한마디 한마디에 울고 웃고...정작 내 자신의 목소리에는 귀기울일 시간조차 없었죠.

  

신께서 이런 우리를 가엾게 여기셔서

상대방을 최선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신 거에요. 이제 너는 할 만큼 했다.

네가 최선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버린, 어리석은 그 사람에게 올인하느라...

흐릿해질 대로 흐릿해져버린 너의 인생을 돌아보라고,

 

그리고 이젠, 네가 사랑하는 만큼 널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기회를 주신 거에요.

 

우리 이 기회를 마냥 울면서..우리 싫다고 떠나버린 사람 그리워하면서  

아깝게 날려버릴 순 없는 거잖아요.

이제 그만 울고 눈물 닦고, 이 선물 기쁜 맘으로 받아요.

그리고 우리 이제,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열심히 찾아가는 거에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거나, 아니면 떠나버린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든지간에

어떤 선택지가 주어지더라도

다신 을의 연애를 하지 않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마음으로 살아나가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에요.

 

저도 이 선물,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할 겁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잃어버렸던 제 자신을 완벽하게 찾으려면

아직은 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다시 한번 그동안 다들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고생 많으셨어요.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당신의 손을 놓은 그 사람은 아마 지금 당장은 후련하고 설레고 행복하겠지만

이렇게 자기만 바라봐 주는 사람 버리고 얻은 그 행복? 가면 얼마나 갈까요.

 

이젠 선물을 받은 우리가 행복할 일만 남은거에요.    

우리가 진짜 승자입니다.

다시 한번, 우리 다 같이 힘내요!

저도 이 글 쓰며 다시 한번 힘내고, 저 자신을 차분히 다독이며 갑니다.

 

이 글이 헤다판에 계신 모든 이별하신 분들께 힘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