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결혼후 역할분담으로 계속 싸웁니다.(후기)

예신35201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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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댓글님들 조언 감사합니다. 악의적인 댓글들은 알아서 패스하겠습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길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희 커플은 싸울일이 생기면 일의 경중에 따라 10분~1시간씩 한쪽만 말하고 상대방은 그 시간동안은 절대 입을 열지 않는 규칙이 있고 이번에도 그 규칙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어제 집에가서 어머니께 저와 있었던 일을 말하고나서 엄청 혼났다고 합니다. 정신 못차린다면서....

여자친구가 왜 자기가 집안일을 같이 하려고 했는지 말해주더라구요. 여자친구 아버님과 어머님은 대학시절 처음 만나서 사귀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가난한 시골출신 법대생이었고 어머님은 서울 중산층의 막내딸인 사범대생이었죠. 아버님이 사법시험을 꽤 오래 준비하셨고 그 동안 어머님께서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시험 뒷바라지를 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 보답이라고 하긴 조금 뭐하지만 어쨌든 변호사가 되신 아버님은 바쁜 로펌일을 하면서도 어머님과 가사일을 잘 나눠서 하셨고 그걸 보고 자란 여자친구는 '변호사인 아빠도 바쁜 로펌일 하면서 가사일을 같이 하는 걸 보면 가사 분담은 당연한 일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어제 어머님께 했다가 '너가 L서방한테 뭘 해줬다고 나처럼 대접받기를 바라느냐' 라며 혼만 났다고 하더군요.

여자친구가 자기가 전업주부로 산다면 집안일을 전담하는 일에 있어서는 제 말이 맞다고, 자기가 욱해서 그런거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친구들은 커리어 우먼으로 사는데 자기는 집에서 가사일만 하는 것은 본인이 너무 초라해보여서 싫었다고....그렇다고 해서 여자친구가 지금에 와서 취업을 준비해서 직장생활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고싶은 공부가 있다고 해서 대학원도 이야기 해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입학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도 하고, 저나 여자친구나 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이를 두고 대학원들 다니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되어서 뒤로 미루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여자친구의 전공인 사학쪽으로 아는게 별로 없다 보니까 여자친구가 알아서 길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 찾은 길은 나를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죠. 전적으로 네 편인 남편도 설득시키지 못하는 일이면 그 누가 인정해주겠냐는게 제 생각이었고 여자친구도 동의했습니다.

집안일을 분담하고 분담한 부분은 돈주고 사람쓰겠다는 제 말은 여자친구가 손사래를 치더군요. 왜 전업주부 내버려두고 바깥에 돈 쓰냐고.... 그 돈 자기 용돈준다고 생각하고 그냥 달라고.... 줄테니까 전액 적금들라고 했습니다. 아직 말은 안했지만 어차피 월급통장 여자친구한테 넘길 생각이라.... 힘쓰는걸 굳이 여자친구와 분담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게 저도 힘이 꽤 센 편이고 여자친구 역시 여자중에서는 상위1%정도 들지 않을까 생각할정도로 힘이 셉니다. 여자친구 혼자 힘으로 안되는 일이면 당연히 도와줘야 할 거구요.

요리는 전에 댓글에도 말했다시피 제가 아침잠이 엄청 많고 여자친구가 새벽같이 일어나는 타입이라 아침밥은 해주기로 했습니다.(정확히는 여자친구 본인이 아침을 밥국 풀세트로 먹지 않으면 하루종일 빌빌거리는 사람이라서 본인 하는거에 양만 조금 추가하면 되는 일이라 별로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보통 저녁도 펌에서 먹고 오는 일이 잦은 저라서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는건 생각도 안해봤는데 저녁도 해줄테니까 일찍만 들어오라네요.

육아는 1년에 4개월만 제외하고는 둘이 되는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회계사의 사망시즌인 12~3월에는 도저히 못도와주니까 그때만 여자친구가 전담하기로 했구요. 저도 아이 매우 좋아하고 동생을 업어길렀기 때문에 육아에 있어서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자친구와 대화한걸 최대한 담백하게 쓰려고 했는데 써 놓고 보니까 자랑이 되어 버렸네요.다들 신경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