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결혼을 당한 것 같다는 글쓴이입니다.

피해자2015.04.20
조회101,515

혹시 얼마전에 사기결혼 당한 것 같다는 글 기억하시나요?

시어머니가 둘이라는........

 

그 때 위로해주시고 조언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드립니다.

지난 주 내내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잊고 있었다가, 오늘 출근해서 빠르게 몇자 적고 가네요.

 

 

 

우선 선으로 만난 사이냐고 묻는 분들 많으셨는데 아니요^^; 연애결혼이었습니다. 심지어 9년 연애했어요ㅜㅜ...

신랑이 연애 기간 내내 정말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배려많고 든든한... 믿음직스러운 남자라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안하긴 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었어요.

 

 

웃기게도 결혼하고 신행중에도 아무말 없다가, 혼인신고 한 뒤에 뻥 터트려버렸어요. 하하하....

 

 

 

 

남편이 큰어머니? 손에서 길러진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라고 하고요, 호적상에는 여전히 친어머니와 친아버지 밑에 있습니다. 그냥 몸만(?) 달랑 가서 길러진 거였어요.

그 큰어머니(이제부터 시엄마1이라고 부르겠습니다)는 남편도 없이 돈도 못 벌면서 애만 무턱대고 대려가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구요. 시장에서 야채팔아서 겨우 먹고 살았다고... 그래서 지금 벌어둔 돈이 전혀 없고 노후는 남편만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한숨 나왔죠.

 

전혀 이 상황을 이해못하고 무슨말이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도 글 쓸 때 당시에는 너무 혼란스럽고, 이런상황 들어본 적도 없어서 자세히 못 쓴 점 죄송합니다. 덧글에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신 대로 대를 잇고, 제사를 이어받기 위해서 장남 쪽의 양자로 들어간 케이스인데요, 큰아버지가 살아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호적은 옮기지 않고 그냥 키워지기만 그렇게 키워졌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전 아직도 잘 이해못하고있어요 ㅜㅜ...... 저희 친정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

 

 

 

 

안그래도 시어머니가 둘이되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는데, 사건은 화요일날 터졌습니다.

평소와 같이 퇴근하고 집에왔는데 본적이 없는 커다란 가방이 현관에 덩그러니 놓여있더군요.

집에는 시엄마1이 들어와있었습니다. 자기 아들 이제 장가갔으니 며느리한테 대접받으며 살고싶다고............

뭐가 그리 당당한지 아가 저녁차려라- 라고 하길래 그대로 다시 신발신고 친정으로 가버렸어요.

 

저희 부모님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다 설명했구요, 부모님도 완전히 뒤집어지셨습니다. 저보단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시더라구요 ㅜㅜ;

엄마는 그냥 할말을 잃고 멍하게 있고(엄마 미안) 아빠는 울그락불그락해져서 신랑 당장 오라고 이혼하라고 난리치셨습니다. 저도 혼인취소소송을 생각하고있었어요.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거든요.

 

 

결국 남편 퇴근 후에 바로 친정으로 불려오고, 아빠한테 욕이란 욕은 다 들었어요. 진짜 한마디도 못하고 묵묵하게 앉아서 듣고있는데... 전 현실이랑 좀 덩떨어진 느낌(?)으로 멍하니 쳐다만 보았어요.

 

신랑은 그날 그대로 쫒겨났고, 그 뒤로 매일같이 찾아왔어요. 참.... 사람 마음이란게, 오래 사랑하고 만나왔던 사람인지라 미운정때문인지, 토요일에 아침부터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길래 저녁에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9년-거의 10년 가까이 연애하면서, 신랑이 그렇게 우는 모습은 그날 처음봤네요. 애기처럼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도망갈꺼같아서 도저히 말 할수가 없었다고, 놓치고 싶진 않은데 자기 상황이 너무 암담하니까, 죄짓고 이기적인거 알면서도 그랬다고 울면서 사과하는데, 저도 울고, 신랑도 울었어요.

 

참 많이 사랑했고, 서로 별로 싸울일 없이 좋게 사겼거든요. 신랑도 자취를 오래해서 집안일도 잘하고.... 신랑이 처음엔 숫기가 참 없어서, 제가 첫사랑(처음으로 연애한 사람)이거든요. 연애 초반엔 정말 손만 잡아도 빨개지면서 헤실헤실 웃던 순박한 사람이었는데......

 

결국 이건 변명같네요 ㅎㅎ;;

 

 

 

 

암담한 상황인지도, 미래가 참 불투명하다는 것도 알면서도 한번 눈감아 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정말 미우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제가 웃기기도 해요.

 

그래도 일단은 상황 자체를 정리해야할 것 같아서 신랑에게 각서를 쓰라고 했고, 신랑 집안 사정은 신랑 손으로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우선 시누이 대학 등록비는 본인이 학자금 대출 받아서 하라고 했고요(결혼 전엔 신랑이 미련스럽게 다 대주고 있었다고 해요),

시엄마1은 바로 우리 신혼집에서 나가 본인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 했습니다. 저희 비밀번호는 바꾸고, 연락 없이 먼저 오지 않기로.

제사는 (또 한숨 나오는데, 1년에 10번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절 합치면 한달에 한번 지내는 꼴 ㅋㅋㅋㅋㅋㅋㅋㅋ) 조부모 이상은 다 절로 올리기로 했어요(200인가 주면 절에서 단체로 대신 지내주는거요). 이렇게 하면 조부모님과 큰아버지만 남아서, 일년에 3번만 하면 되네요.

 

시엄마1이 돈도 없고, 미래도 대책도 없는 분이니 일단은 생활비를 매달 50씩 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시엄마2(친어머니) 쪽에는 연금도 나오고하니, 명절때만 드리구요, 이쪽은 보험도 잘 되어있고 시누이도 셋이니 병원비도 시엄마1만 대기로 했네요. 이것도 부담이긴하지만... 돈없는 노인을 그냥 내팽게치기도 제 양심상 안되더라구요 ㅠ

 

원래는 생활비, 적금, 공과비 등의 고정적인 지출과 경조사비 등의 지출이 아닌 돈은 본인이 각자 관리하기로 했었는데, 신랑이 먼저 나서서 자기 통장 주겠다고 나섰어요. 그래서 용돈으로 50주고, 나머지는 제가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시댁쪽에서 불평 소리 나오면 그 순간 이혼도장 찍을 거라고 했고, 신랑도 제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거 아니 아무말도 못하네요.

그래서 한번은 타협하고,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여전히 불만이시긴 하시지만.... 제 선택이니 존중해주시고 계시구요. 힘들면 언제든지 이혼하라고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전 한동안은 친정에서 출퇴근 할 예정이에요. 시댁 쪽 상황 다 정리되고 신혼집 비워질때까지... 제가 더러운 꼴 당하기도, 보기도 싫으니 신랑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어요.

 

 

 

 

 

 

아, 아이가 생기더라도 전 얼마든지 이혼할 수 있어요. 혼자서도 현재 월 300가까이 벌고 있고요, 공기업이라, 출산후에 짤릴 걱정은 없습니다. 아이가 생기더라도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거에요. 덧글에 한분이 그러셨는데 네,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저도 동의해요.

 

 

 

 

 

간단하게 몇자 적으려고했는데.... 글 쓰면서 저도 정리하고 그래서 많이 길어졌네요... 긴글 읽게 해서 죄송스럽고, 속시원한 글이 아니라서 다시한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