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한다 헌신짝 됐습니다.

없다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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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야 헌신했다고 쓰고 있지만 사실 그때는 내가 헌신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주었던 것 같아요,

저는 28, 그 남자는 32살에 학교에서 교사 일을 하면서 3월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 당시에 둘 다 기간제교사로 취직을 해서 만나게 되었고 비교적 젊은 층의 선생님들과 자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어요.

11월 달에 연인사이가 되었고 그 다음 해 2014년 2월에 갑자기 임용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거하면 너도 나도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할 위인도 되지 못할뿐더러 그럴 마음도 없었지만 저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덜컥 준비하겠다고 그냥 공지를 했었어요.

 

2월부터 올해 2015년 2월까지 정말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평일에는 당연했고 시간이 갈수록 주말에도 그 남자의 스케줄대로 맞추어 움직였습니다.

그 남자는 수입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습니다.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할 그 남자 생각하면서 같이 한국사 공부도 시작해 함께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나르며 만나고 했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 사람이 선생님이 되면 무얼 해주겠지, 또는 내가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이런 생각 제 양심에 손을 얹고 없었습니다. 그냥 지금 이사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고 있고 내가 용기가 되고 응원이 된다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저희 아빠가 그런 저를 보면서 그랬었어요.

너 그러다 그 애 시험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냐?

저는 그렇게 대답 했었어요.

나는 처음부터 이 사람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만난 것도 아니었고, 시험에 붙든 붙지 못하든 그냥 이 사람이 후회 하지 않게 도와주고 싶고 나는 상관없다고, 그 직업이 아니라 해도 다른 거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결혼얘기는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서로 나이가 있었고 시험에 붙으면 바로 인사 오겠다고 얘기한 것도 그 사람이었고요.

평소에 허풍을 잘 떨어 댄다던지 입에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제가 아마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믿고 있었나 봐요..

저희는 둘 다 경기도 사람인데 충북으로 시험을 본다고 하더군요. 참 이기적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그의 인생을 나 때문에 망칠 수는 없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충북으로 써야 붙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기가 충북으로 붙으면 같이 내려가자고 그렇게 얘기했었습니다. 그 사람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1년 만에 임용고시에 붙었어요.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 불쑥 찾아와 꽃다발을 건내며 고맙다고 본인이 합격할 수 있었던 많은 이유는 너였다고 고맙다고..너무 행복하고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남자는 정말 저희 부모님을 바로 만나 뵈었고 그 다음에 저도 그 남자의 부모님을 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시간이 있는 대도 불구하고 자꾸 미루고 있단 느낌이 들어 하루는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나는 왜 인사 안가냐고.

그제서야 힘들게 얘기를 꺼냈어요. 그 남자의 부모님이 저는 안보시겠다고 하셨답니다.

좀 사는 집안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저희 집은 부모님이 자영업으로 고깃집을 하고 계세요. 일정한 수입이 없으시겠네? 라는 말로 저를 만나보지도 않으신 채,, 그냥 보고 싶지 않다고, 다음에 니가 그 여자아이랑 정말 결혼을 할거면 그 때 데려오라고 하셨데요.

사실을 그렇게 얘기 들었을 때 정리를 해야 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희 부모님 정말 열심히 사셨고 어디 가서 도둑질 안하고 없는 살림에도 저 끝까지 잘 키워주셔서 직업도 갖게 해주셨기에 저는 그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얘기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 조차, 왜냐하면 얘기해봐야 그 집안 욕하는 것밖에 안되고 그 남자 얼굴에 먹칠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 남자도 그런 부모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너랑 나랑만 잘 만나고 있으면 괜찮으니까 때가 되면 다음에 가자고, 자기 믿으라고,,

 

그렇게 얘기하고 충북으로 내려간지 불과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많이 힘들었겠지요. 갑자기 생활환경이 모두 변했고 취직도 했고 낯설고 두렵고 맞아요 많이 힘들었을거에요. 그 사람 만큼 저도 그랬습니다. 시험 끝나자 마자 이제는 더 머리 떨어져 자주 보지 못했고 연락도 그랬고요. 일년 반 만나는 동안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 남자가 너무 표현을 해주지 않아서 제가 서운해했고 그 서운한 것을 얘기하면 꼭 싸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런거에 무뎌져야겠다 많이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순간순간 복받쳐 오르는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었고, 그 남자는 그런 저를 알면서도 달래기는커녕 더 화를 내었습니다. 자기를 믿지 못해서 그러는 거냐며..

정말 믿지 못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그냥 보고싶다, 사랑한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었어요. 거짓말 아니고 일년 반 동안 입 밖으로 직접 사랑한다고 들어본 기억은 한번인가 있고 톡으로도 한 열 번 됩니다.. 가뭄에 콩나듯 하는 그런 표현에도 저는 또 좋다고 헤벌쭉 했었네요..

 

헤어지게 된 싸움도 똑같았습니다. 그 남자가 보기에는 사소한 거로 제가 또 서운해 한거겠지요. 하고 싶은 막말을 다하며 더 쏘아붙이더군요. 근데 이런 싸움이 얼굴 안보고 전화나 톡으로만 하니까 오해도 더 생기고 화도 더 많이 나고 그런 게 있었어요. 예전에는 조금 다투었어도 다음날, 다다음날 보고 얘기하고 하면 금방 풀어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 되버린거지요. 하루걸러 하루 싸우고 또 싸우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분위기를 풀고싶어 막 조잘조잘 떠드는 대로 단답만 돌아오는 그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다 또 싸우고 시간을 갖자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헤어져야지 이런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그 연락안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밥도, 잠도, 일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으니까요. 원래 만나기로 되었었던 주말에 연락 없이 제가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많이 얘기했고 많이 울고..

 

이 사람을 다시는 못 보게 된다는 사실이 견디지 못하게 힘들어서 내가 미안하다고 당신 힘든데 내가 더 힘들게 한 거 미안하다고 애원하고 애원했습니다..그 사람은 끝까지 매정하게 헤어지자고 하면서 계속 만나도 부모님도 계속 반대하고 있고 니가 더 불행해질 것 같다. 너랑 결혼하면 안 행복할 것 같다 이딴 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때는 제가 사태파악이 잘 안 되서 그냥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슬픔의 무게가 커서 그 사람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그렇게 울었습니다. 결국은 헤어졌고 울면서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해서 다시 집으로 올라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친년이 따로 없었습니다. 멍하다 울다가 멍하다 울다가 괜찮다가 울다가..

 

시간이 조금 지났습니다. 이제는 아주 조금 사태파악이 됩니다. 제가 버려진거더군요. 부모님 이런 건 다 핑계고 그냥 마음이 변한거구나..버려진거구나,,버려진거구나..

 

제가 조금이라도 그 사람한테 이득을 보려고 했던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나이 먹고 결혼생각하고 믿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사람이 너무 좋아서 만났는데..결과가 이렇게 되니.. 아 이게 현실인거구나. 헌신해봐야 헌신짝된다는 말이 맞구나..하는 그런 생각들..그런생각들이 들어서 화가나고 밉다가도 그냥 보고싶고 슬프고 울고 그러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아니까.. 얼만큼 길게 아파해야 하는지 기약이 없으니까 힘이 드네요..

 

집안사정 들먹이며 인사를 못한 일도, 진심으로 위하고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이 상처가 아마 쉽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미친년처럼 있는 게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직장에도 모두 피해가 되는 것 같아 씩씩하게 지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 쓰면서 내가 위로가 되고 조금이라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