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헛되게 살지 않았음을 일깨워주는 나의 친구

아니쥬2015.05.02
조회105,937

저에겐 대학교때 친해진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교 친구는 대학교에서 끝난다는 수 많은 사람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중한 친구입니다.

 

저는 웹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고 대학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빠르게 취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조금 늦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무런 티도 내지않고

제 취업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직장 다니면 옷이 제일 걱정이라는

지인들의 말에 저에게 코트를 선물해주는 씀씀이를 보여주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친구도 취업을 하게되고

회사에서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안부를 물어보고 연락을 지속적으로 해주었죠.

 

그러던 지난 4월 저는 어머님의 자궁경부암 4기 판정을 듣게되었습니다.

이미 폐암까지 전이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생각나는게 남자친구 다음으로 이 친구더라구요...

 

10년 넘게 안 초등학교 친구도 아니고,

가장 그리운 고등학교 시절 친구도 아니고,

딱 이 친구 생각이 나더라구요...

 

만나서 말하면 더 힘들 것 같기도하고 암 판정 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냥 카톡으로 말하고 전화는 다음에 하자고 하고

시간이 흐른뒤에 어머님 치료도 건강하게 잘 받으시고

생각보다 경과가 좋게좋게 흘러가고 있었죠.

 

그래서 오늘 그 친구와 만났습니다.

신나게 카페에서 수다떨고

맛있는것도 먹고 헤어지려는데

편지봉투를 건내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뭐냐했더니

집에 갈때 읽으라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지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보고

울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참았습니다.

 

 

장문의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5만원 짜리 지폐들..

 

엄마가 제 친구들이 오면 눈물 날 것 같다고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해서 남자친구만 병문안을 왔었어요.

 

그런데 제 친구는 그게 마음에 너무 걸렸던지

미안하다는 소리와 함께 어머님 보양식 먹이고 저도 보양식 먹으라면서

긴 장문의 편지와 함께 돈을 넣어줬네요.

 

수습기간도 갓 떼고 눈치도 보이는 상황이고

저희 집과 친구집은 극과 극이라서 솔직히 오면 제가 더 미안한 상황이었는데

자기가 되려 미안하다며, 돈 주는거 기분 나쁘게 절대 생각말라면서 적어놓았는데

지하철에서 정말 편지보고 애써 눈물 안흘리려고 웃긴거 보고 했네요...

 

집에와서 이 편지를 어머님께 보여주니 눈물을 보이시더라구요.

 

학창시절 부터 대학교 초 까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서 벽을 치고

인생 혼자왔다가 혼자가는거 뭐 그렇게 연연하나 했었는데

이 친구로 인해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은 것 같습니다.

 

진심을 보여줬더니 그 진심의 두 배 세 배를 다시 주는

친구의 마음에 좀 더 세상을, 인간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되었네요.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것 같고

앞으로도 1년, 10년 오래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