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도 예의가 있지 않나요?

0504끝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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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범한 24살 직장인 여자입니다.

 

이틀 반나절의 연휴동안 술 먹다 울고, 다 먹고 집 가는 길에 울고, 씻다 울고, 눕자마자 울고, 자다가 울고, 일어나자마자 울고, 그리고 또 술먹고, 또 울고를 반복하니 이젠 아주 조금 덜 힘드네요.

 

답답한 마음에 그냥 푸념을 늘어놓고 싶어서 글 써봅니다.

 

 

 

지난 설 연휴가 끝나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분이 본인 제부 회사 동기라며

소개팅을 시켜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제부에게 사회적 지위, 체면을 생각해서 엄선하자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받아보라길래 저도 흔쾌히 연락처를 드렸습니다. 7살 차이였구요.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그 여직원분이 그러시더라구요

결혼 생각이 있다는 걸 감안하고 만나라고. 그 분은 결혼 상대를 찾는 것 같다고.

저도 나이는 어리지만 만나다보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날 밤에 그 분께 밤 열시 쯤 느즈막히 인사가 늦었다며 연락이 왔는데

저는 그 날 밤 몸이 아파서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아침에 연락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소개를 받고 일정을 맞추다보니 월요일에 인사를 하고, 금요일에 첫 만남이 있었습니다.

 

서론이 길어질까봐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좋은 감정으로 사귀게 되었고, 두달만에 헤어졌습니다.

 

 

 

두달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잘해주더라구요.

 

 

결혼 해도 되겠다, 사람 참 잘 만났다. 라는 말을 두달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헤어지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헤어지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연애 초반, 그 사람의 행동을 전적으로 믿은 제가 어리석었던 것도 분명하겠지만

연애가 시작되기 전, 그렇게 예의를 차리더니. 연애가 시작하고, 만나는 동안에도 그렇게

어린 나에게 미안한게 많고 고마운게 많다고 하더니 끝은 참 매정하더군요.

 

근래 딱 3일, 본인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뜸한 연락에 서운하더라구요.

그래도 오랜만에 내려가서 볼 사람도 많고, 부모님도 뵈야하니까 다 이해햇습니다.

밤 열두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했다길래 다음날인 일요일에 둘 다 일을 해야하니까

끝나고 만나자고 얘기했습니다.

 

집 앞에 차를 끌고 와서 정말 3일 동안 이런, 이런 일들을 했고 이 이유로 연락이 뜸했다.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더군요. 뭔가를 숨기거나, 의심할만한 행동을 단 한번도 한 적 없었던 터라

저도 철썩같이 믿었죠. 어쩌면 지금 생각해도 그 말은 다 맞았을지 모르겟습니다.

 

헤어질 때, 둘 다 쉬는 날인 이틀 뒤에 뭘 할지 꼭 생각해놓겠다며 먼저 잠든 제가 아침에 눈 떳을 땐 집에 잘 도착했고 너무 신경쓰게 해서 미안하다며 잘자라는 카톡까지 남겨놨던 사람이였는데

 

그 날 아침부터 연락이 안되더군요.

 

그 사람 집 근처에서 다른 사람들과 저는 술 약속이 있었고, 퇴근하고 술 자리가 끝난 밤 아홉시까지 단 한통의 카톡도, 문자도, 전화도 없더라구요.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동굴에 들어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시간이 갑자기 필요해진것 같아서 문득 그 맘을 늦게 알아차린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좀 더 이해해줄껄, 너무 다그쳤나 싶어서요.

 

집으로 찾아갔죠. 근데 주차장에 차도 없고,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더군요.

한시간을 기다리다 울며 집에 갔습니다. 저도 술을 먹었으니 감정이 북받쳐서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전화를 받자마자 풀이 죽은 목소리가 맘 아파서 말했습니다.

 

오빠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라면, 내가 기다려 줄 수 있으니 걱정말라.

많이 힘들 땐 둘 보단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다고 한거 기억하고 있으니 괜찮다.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너를 장난으로 만난게 아니네, 갖고 논 것도 아니네 이상한 소리를 해대길래 혹시 여자가 있냐고 물으니 그렇답니다.

청천벽력 같은 그 말에 아무 말도 못했고, 술을 먹은 상태여서 무슨 말을 그 사람이 했는지 드문드문 기억도 안나네요.

 

 

이 전에 사귀던 여자랍니다. 아마 제 기억으론 1~2살 정도 차이가 나는 걸로 알아요.

예전에 사귄 사람들 얘기를 하느라 생각이 나지 않냐는 제 말에 헤어진지 일년도 더 넘었고, 옛 연인들이 다시 생각날 이유가 뭔지 자기는 모르겠다고 하던 사람이.

이 전에 사귀던 여자를 다시 만난다며 저에게 헤어지자더군요.

 

많이 고민했고, 많이 생각했다며.

 

혼자 고민하고, 혼자 생각해놓고 나한텐 일기 예보도 없이 소나기를 무참하게 퍼부어놓고 너무 미안하다는 말투로, 목소리로 말하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쓰레기는 넌데, 왜 버려지는건 나냐고 물었더니 미안하다고 하네요.

 

 

당장 결혼할 사람이 필요했겠죠. 늘 결혼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였으니까요.

얼마나 재봤을까요. 이 여자랑 당장 결혼해야 하나, 얘랑 연애를 더 해봐야하나.

 

 

연애에도 예의가 있지 않나요?

연애 하는 동안에는 서로에게 충실해야하고, 같이 시작했으면 같이 끝내야 하는거 아닌가요.

미련이나 보고싶음 보다는 서럽고 억울하네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허탈함도 있구요.

 

제가 너무 어려서 다 믿고, 다 주고, 너무 이상적인걸 바랬나 싶기도해요.

 

이기적이지만, 정말 못됐지만 한시간에 한번씩 일어날만큼 아직 많이 억울해서

그 사람이 꼭 후회했으면 좋겠어요.

그 날 그렇게 버린 나에게 너무 미안한 순간이 살면서 꼭 왔으면 좋겠네요.

 

 

여러분은 좋은 연애하세요.

예쁘고, 건강하고, 예의있는, 서로를 존중하는 그런 연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