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part1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영화

모리건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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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던 학창 시절기생수라는 만화는 많이 들어봤지만본 적은 없었다.슬쩍 몇몇 컷을 봤을 때좋아하는 그림체도 아니었거니와그저 흔한 자극적인 고어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얼마전기생수가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그제서야 기생수라는 만화에 관심이 생겨 검색해보니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기생수라는 만화가 왜 명작이라는 소리를 들으며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 것 같았다.
감명 깊게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나니과연 비현실적인 내용과 장면들을 영화에선 어떻게 구현했을지,등장 인물들의 내적, 외적 갈등을 연기자들이 어떻게 표현해냈을지궁금해졌다.
그렇게 접한 기생수 part1은만화나 애니메이션보다 더 만화 같은 영화였다.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를 기생생물,즉 기생수가 인간을 숙주 삼아 등장.다소 충격적인 연출로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먹이 사슬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군림하는 인간,천적이 없어 나날이 번창해 가고 있는 인간들로 인해지구는 병들어가고 있다.
인간들에게 천적이 있다면인간의 수는 줄어들 것인가?인간의 수가 줄면지구는 덜 병들어 갈 것인가?왜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관계가 없는 생명을 해치는가?왜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관계가 없는 환경을 오염시키는가?
기생수가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바로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영화화된 기생수의 성공 여부는화려한 CG 보다배우들의 외모나 연기 보다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어떻게 관객들의 뇌리에 남기느냐에 달릴 것이다.
과연 기생수 part1은 성공적일까?

 

남자 주인공 신이치의 오른손에 기생하는진정한 주인공 오른손이와의 첫만남.
영화 초반 신이치는 다소 오버스러울 정도로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준다.그러다 중반 이후,기생 생물 A에게 심장을 잃고 오른손이에 의해 재생되고다른 사람이 된 듯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는데그 차이가 너무 커 이질감이 강하게 든다.

 

예를들면 죽은 강아지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고극단적인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이미 생명을 잃은 강아지는 고기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연출 등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지만그 과정이 상당히 길어 이질감이 거의 없다.그 과정 안에서 신이치는 내적 갈등을 하고 방황도 하고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정당성 등등에 대하 고민하면서 성격이나 외모가 변해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과정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다.영화의 러닝 타임 상 어쩔 수 없이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면차라리 신이치의 성격을 좀 더 차분한 성격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았을텐데,오버스러울 정도로 호들갑 떨던 초반 모습들이 다소 아쉽다.

 

원작과 다르게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셔서신이치는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 장면은 신이치의 하나뿐인 혈육인 어머니가 기생 생물에게감염되어 신이치를 공격하려는 장면이다. 사실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는데,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인물 중 한 명인 어머니의 죽음을 상상하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신이치가 어릴 때 기름을 뒤집어 쓸 뻔 한 것을맨손으로 막아준 과거의 기억이라거나평소 아버지와 함께인 세 가족의 밝은 모습이나 분위기가기생 생물에게 감연된 뒤 싸늘할 정도로 무표정하게 표현되어극명히 대비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신이치의 집안 조명이나 분위기가 그리 밝은 것도,그 때문에 어머니의 표정도 잘 보이지 않았던 것도,어머니와의 좋았던 추억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그리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매우 아쉬웠다.

 

이 인물은 기생수의 등장 인물 중 가장 흥미로운타미야 료코.
료코가 흥미로운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탐구, 갈등을 하기 때문이다.사실 이런 철학적인 생각은 인간 외의 동물은 거의 하지 않는다.기생 생물은 모두 본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그 틀을 깨준 예외적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료코의 이런 매력들이 잘 보여지지 않는다.앞서 말한 철학적인 고민보다 기생 생물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모습이 더 부각된 듯하다.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도 기생 생물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기도 하지만역시 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영화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이 장면은 료코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료토의 집에 방문했을 때이다.애니메이션에서는 어머니 혼자인데 영화에서는 아버지까지 등장했다.
어쨋든 이 장면에서의 포인트는 료코의 어머니가 료코와의 대화 도중말투, 눈빛, 분위기를 통해 료코가 다른 사람임을 알아채는 부분이다.그로 인해 분위기로 사람을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에 의아해하는 것.
그런데 영화에서는 료코가 말도 안 했는데멀찌감치서 갑자기 어머니가 료코가 아니라며경찰을 불러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덕분에 부부 모두 료코에게 사망.

 

애니메이션에서는 살해 후 료코가 거울을 보며[어째서지, 완벽하게 변장했다고 생각했는데.]라는 대사를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에서의 료코는 거울을 보며 아무런 대사 없이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는 것으로 연출했는데솔직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훤칠한 남학생은 료코의 동료로 또 다른 기생 생물인 시마다.훤칠한 외모 덕에 많은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는다.미술 시간엔 모델로 서기도 하는데,그 와중 기생 생물임이 탄로나게 된다.

 

바로 이렇게.

 

여덟 명의 여학생들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져있을 때,신이치의 여자 친구인 사토미는 여자 주인공이라는 사명감 때문인지놀라기는커녕 침착한 모습으로 기생 생물의 얼굴에 염산을 던져 치명상을 입힌다.


게다가 이렇게 일곱 명의 여학생들이 처참하게 죽었는데도혼자 살아 남는다.어떤 과정으로 살아 남았는지가 생략되어 개연성이 매우 떨어지는 부분.

 

그리고 이 장면이 바로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장면이다.학교 옥상과 멀리 떨어진 건물의 옥상에서 신이치가 시마다를 죽이는 장면인데,오른손이가 활처럼 변해 시마다의 심장에 원샷 원킬.

 

만화같은 장면은 또 있다.신이치의 어머니에 기생하고 있는 A와의 격투 장면인데,오른손이는 하루에 4시간 정도 모든 기능이 정지되어 깊은 잠에 빠진다.A와의 결투 전에 오른손이가 잠에 빠지면서 신이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라며오른 손을 검의 형태로 변형시켜준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오른손이는 잠에 빠지면 모든 기능이 정지하는데어째서 저렇게 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이 정도면 원작 파괴 아닌가!

 

게다가 무협 영화 못지 않은 화려한 움직임!어쩐지 신이치가 중반 이후 눈빛도 히어로물의 영웅 같다 싶더니너무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듯.
아무리 오른손이의 세포가 전이되어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도인간다운 모습으로 싸우다가 겨우겨우 이겨내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이 장면은 조금 감동.A가 신이치를 죽일 수 있는 순간에신이치 어머니의 몸이 방해해 신이치를 구하는 장면이다.
사실 원작에 없는 연출이고뇌를 지배당한 인간이 자신의 의사로 움직이는 건원작에서도 볼 수 없는 내용이긴하지만 생각지 못할 때 튀어나온 감동이랄까?
기생 생물의 공격을 막은 저 오른손이과거 어린 신이치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기름 냄비를잡다가 화상 입은 손이라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그렇게 기생수 part1은 막바지에 다다르고최강의 기생 생물 고토의 등장을 예고하며 끝이난다.

기생수가 기발하고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오랜 시간 동안 영화화가 되지 못한 이유가비현실적인 내용이나 장면을 표현할 수 있는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5년,드디어 최첨단 CG 덕분에 기생수를 영화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감독은 몰랐나보다.기생수라는 만화가 그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은 이유는그림체가 뛰어나서,연출이 화려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