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이혼남 입니다. 제 사연을 들어주세요.

톡톡톡2008.09.23
조회86,840

어머낫 ; 어느 순간 톡이 됬다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톡톡에 올라와 있길래 저랑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면서 클릭했더니 이럴수가 제가 쓴 글이네요.

톡커님들의 소중한 리플들 한개도 놓치지 않고, 하나씩 읽으며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저를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용기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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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커 여러분... 

간략히 제 소개를 드리면 20대 초반의 대한민국 남자로써 이제 돌 지난 아이를 키우는 이혼남 입니다. 

이혼한 아내와는 아이를 놓자마자 이혼을 했습니다. 다 제 잘못으로 그렇게 된거였죠. 이혼한 아내한테는 항상 사죄하는 마음입니다. 휴...

 

제 아이는 처음 태어나고 다음 날 입양이 될 뻔 했지만 제가 어떻게든 반대하여 결국 이혼함과 동시에 아이의 친권은 저한테 오고 그때부터 힘든 싱글파파의 인생은 시작 되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남자가 아이를 혼자서 키운다는게 보통일이 아니 였습니다. 반대를 무릎쓰고 데려온 아이라서 그런지 저희 집에서 이제 갓 태어난 아이와 저를 쫓아 내버렸습니다. 냉정하신 부모님이셨죠.

 

더운 여름날이였지만 갈때가 없었습니다. 돈도 없었고, 저랑 아이가 너무 불쌍하였는지 친누나와 자형께서 저희 부자를 받아주셨습니다.

 

신생아를 키운다는게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2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해야했습니다. 24시간을 2로 나누면 하루에 12번을 수유를 해야 하더군요.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체력이 약한 편이라 더욱 힘들었구요. 이틀밤을 누나집 쪽방에 아기와 새우잠을 잤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수유한다고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서 젖병을 씻고 있는데(젖병이 1개 뿐이 없었습니다.) 코피가 나더군요. 코피가 멈추지 않고 심하게 났습니다. 일단 아기가 배가 고프다고 울고 있어서 대충 휴지로 코를 막고 분유를 타서 수유를 했습니다. 코피는 멈추지 않아 목을 뒤로하고 있고 한손은 우유병 잡고 젖 먹이고 있고, 눈물 반, 코피 반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달동안 누나집에서 생활하였고 그 한달이라는 시간은 정말 3년같이 느껴졌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부모님은 아기 입양에 대한 압박을 넣으셨고, 자형이 좋으신 분이셔서 눈치는 안 주셨지만 저 혼자만의 죄송함에 느끼는 눈치가 너무 심하였습니다.

 

결국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기와 모든 짐을 싸서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어머니가 나오시더니 집에 들어오지 마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너무 서러워서 울면서 아기를 안고 들고온 집은 현관앞에 내팽겨치고 막무가내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께서 너 안 나가면 내가 집을 나간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제 아기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계속 버텼고 저는 어머니한테 정말 열심히 살테니 아기랑 나랑 받아달라고 입양만은 보내지 말아주세요, 내가 돈벌어서 애 키우겠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안되더군요. 결국 어머니가 짐을 싸서 나가셨습니다.

 

집에는 아버지, 나, 아기 이렇게 3대가 남아 있었습니다. 막상 어머니가 나가시니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화를 안내시고 애기를 데리고 와보라고 하시더니 이리저리 보시더군요. 그렇게 남자 세명이서 생활을 시작되었고, 저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아버지 집, 모든 집안일, 아기 돌보기를 서슴없이 하였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아기 베넷저고리, 손수건 팔팔 끓는 물에 삶고, 모든 설거지, 집안 청소, 2시간 마다 수유, 기저귀 갈기, 아기 병원 데려가기 (이상한 눈초리로 보시는 소아과 맘들 때문에 병원가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한달정도 지나자 어머니께서 돌아오셨고 정말 열심히 살겠다는 어머니께 친필각서를 쓰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죠, 애를 키운다고 58kg 나가는 몸무게가 10kg나 빠져서 48kg까지 갔었다면 믿으시겠나요, 친한 친구들과 밖에서 놀수도 없었고, 애 키워보신 분들을 아실꺼예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 애를 키운다면 우울증 비슷한게 온다는거... 우울증 때문에 거의 밤마다 화장실에서 울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가는 대학생들을 창문으로 바라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 하지만 후회같은건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시간들이였죠...

부모님께 금전적인 도움은 거의 받지 않고 제 힘으로 키웠습니다. 모아둔 돈이 조금 있었고, 제가 아끼던 전자제품들을 팔면서 양육비에 보탰습니다.

 

이제 갓 돌이 지나서 말도 어느정도 하고 잘 걸어 다닙니다 ^^ 아침에 제가 자고 있으면 먼저 일어나서 "아빠 아빠" 하면서 저한테 와서 저를 깨워주고 하는 너무 사랑스러운 아들입니다. 과자도 좋아해서 바나나킥(침에 아주 잘 녹는 과자)을 사주면 고사리손에 바나나킥을 쥐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소리지르며 과자를 먹는 씩씩한 아들입니다. 제 부모님도 제 아들을 친자식처럼 이뻐해주시고 형제들, 친척들 또한 제 아들을 너무 너무 이뻐해주시고 친 자식처럼 생각해주십니다 ^^... 제 친구들도 몇몇 밖에 제가 아기를 키운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다들 저희집에 놀러와서 친삼촌처럼 장난감도 사주고 제 아들하고 놀아주고 합니다.

 

저는 요즘 아이를 돌보며 저녁시간에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잡는 펜이고 집에서 하루종일 떠드는 아들 때문에 공부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 밑에 언제까지 제가 부모님만 바라보고 살 수 있을순 없었습니다. 아들의 자고있는 얼굴을 보고 있을때마다 더 이상 지금처럼 살면 안된 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입니다.

 

정말 이 험한 세상을 어린 아들과 열심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어린나이에 철이 없고 불효자식이라고  충고 해주시면 제 인생의 도움이라 생각하고 듣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제 아들에게만은 욕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불쌍한 아이 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대 초반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이혼남 입니다. 제 사연을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