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무슨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면서 꼭 보라고 몇번이나 이야기 하길래 급한 일 마무리 하고 잠깐 읽어봤더니 이런 수다(?)를.. 아침부터 쑥쓰러운 남편으로 만들어 놓는군요.
댓글들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저 지금 광대가 승천중입니다. 하하
와이프 계정을 빌려 덧글을 조금 적어보려 합니다. 야 이거.. 떨리네요.
우리 맹꽁이가 제 자랑을 너무 거창하게 해두어서 저도 소소하게 와이프 자랑을 좀 하려 합니다.
- 글이 조금 길 것 같습니다. 와이프 자랑 하고픈 팔불출 남편 정도로 생각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애 2년 반 하고 결혼 했습니다.
처음 와이프 만날 당시에 전 이직 준비하다가 실패해서 아무것도 없는 백수 30세였고
와이프는 열심히 일 하는 28세였습니다.
제가 다시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1년을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여자입니다.
저 대신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었고 저 없이 혼자 집에 찾아가 남자만 셋 있는 집에 적적하셨을 저희 어머니 말벗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 준 사람입니다.
아버지 다리 수술 하시고 어머니 혼자서 병수발 들 때 퇴근 후 잠깐이라도 찾아가 어머니 손잡고 대화를 나누고 어머니 곁에서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이 제 와이프입니다.
연애 2년쯤 됐을때 결혼 이야기 나오고 제가 아직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심한 고민을 할 때 이사람 놓치면 넌 평생 후회한다며 집 팔아서라도 결혼 시켜 줄테니 준비 하라고 등 떨밀어 주신분들이 저희 부모님이고 단칸방 셋살이 해도 너희는 잘 살거라 믿어주신 분들이 장인장모님이셨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서로가 가진 것으로 작년 9월 간소한 결혼식을 했습니다.
저희 와이프 참 잘합니다.
결혼 전에도 그랬고 결혼 후에도 그렇습니다.
와이프가 이렇게 잘 해주니 저도 처갓댁에 정성껏 하게 됩니다. 덕분에 양가 집안에서는 아들처럼 딸처럼 그렇게 저희를 아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전에 우리가 약속한 것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집안에 서로 열심히 하자는 것.
지금도 그 약속은 제 평생에 지켜야 할 약속중 하나 입니다.
와이프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이야기 하지만 저는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봅니다.하하하
한동안 옆에서 보기 마음 아플정도로 힘들어했던 와이프가 어제 오늘 방긋방긋 거리며 웃었던 이유가 이 글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결혼 하지 않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엔 저보다 좋은 남자 우리 와이프보다 좋은 여자가 아주아주 많습니다.
아직 신혼인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헛웃음 지으실 분들도 많을거라 예상 하지만 감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결혼이라는게 평생 내 편이 되어줄 친구이자 연인이자 동반자를 옆에 두고 함께 걷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평생 이해하고 배려하며 맞춰가야 할 상대이기도 합니다.
연애던 결혼이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맞춰가며 산다면
세상엔 저나 우리 와이프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꼭 좋은 인연을 만나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생기길 기도합니다.
아직 신혼이라면 신혼인 1년도 되지않은 부부입니다.
앞으로 살면서 이번 일보다 더 힘들 일이 많을 것이고 서로간에 얼굴 붉히며 언성 높일 일도 많다는것 잘 압니다. 30년을 다르게 살아왔으니까요.
몇 년이 지나도 이 글과 함께 아파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 댓글 읽어보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글이 너무 길어진 듯 합니다.
하고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은데 다음 기회에 다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리고 우리 맹꽁아.
우리 더 단단한 부부로 살아가자.
일찍 떠난 우리 아기가 안타깝고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맹꽁이 건강하다는 그것에 더 감사한다. 아프지 말고... 사랑한다. 내마누라.
감사합니다.
- 본문입니다.
안녕하세요 결혼 8개월 된 30대 새댁입니다.
지난 4월 6일 임신 5주차 였어요. 예정일은 12월 5일 이였구요.
5월 4일에 질염이 재발한 것 같아서 병원 방문 했다가
우리 애기 심장소리 한번 듣고 가려고 초음파를 했는데 심장이 안 뛰어요.
분명 7주차에 건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엔 심장 소리가 안들렸고
저도 당황하고 담당의사도 당황하고 검사 몇가지 해보자고 검사 받은 후
자연적 도태인 것 같다고. 계류유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일주일 후인 5월 12일에 계류유산 확진을 받았구요.
생각해보니 , 4월 말경부터 심했던 입덧이 잦아들었고
아랫배 뭉침이나 가슴뭉침이 거의 없어졌고 유두가 작아졌었거든요.
이제 몸이 임신을 받아들여서 자리를 잡았나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유산했다는 신호였던거예요..
신랑도 병원 상담선생님도 다음에 더 이쁜 아기를 낳으면 되는거니까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지난주 수술을 받았어요.
지난 주 토요일 미리 예약 했다가 신랑과 함께 가서 수술 했는데
정말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신랑에게도 말하며 회복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아침 9시 반에 병원 방문해서 수술하고 양영제와 자궁 유착 방지제? 라는 약 링겔로 맞고
다 끝나고 나오니 오후 2시가 넘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몸도 힘들고 정신도 힘들고 침대에 누워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신랑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거예요.
남자는 와이프가 유산을 해도 직접 눈으로 보이는것도 아픔도 느끼질 못해서
공감을 잘 못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어요.
옆에 와서 손 좀 잡아주고 있으면 좋겠는데 안방엔 들어오지도 않고
속상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또 울었어요.
거의 한시간 쯤 지나서 신랑이 일으키더라구요.
약 먹어야 하니 밥 먹자고.
입맛도 없고 먹기도 싫은데 약 먹어야 한다고 신랑이 거실로 끌고 나왔는데
거실에 차려진 밥상 보고 또 울어버렸어요.
언제 한건지 미역국을 끓였고 소고기를 구워 놓았더라구요.
우느라 숟가락도 못 들고 있는 저에게 숟가락 쥐어주며 잘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다음에 더 이쁜 아가를 건강하게 낳아줄 거 아니냐고..
5월 초 병원 방문하고 돌아왔던 날 아기 심장이 안뛴다고 신랑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그때 이미 신랑은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유산 후 조심해야 할 것들 , 몸에 좋은것들 많이 알아 본 것 같더라구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 구하기엔 조심스러워서 인터넷으로만 알아봤는데
출산하고 같은 거라더라. 일주일은 미역국 먹일거니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몸 추스리는데만 신경쓰라더군요..
생전 요리라곤 김치볶음밥에 라면밖에 안해본 사람이
저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하고 반찬을 준비한게 또 고맙고 미안하고.
신랑에게 이야기 했어요.
내가 관리가 소홀해서 우리 아가가 날 떠났고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오빠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나때문에 슬퍼하지도 못해서 그것도 미안하고
엄마로서 자각이 부족해서 내가 좀 더 조심하지 못한것도 미안하다.
오빠 아가를 안아보지 못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신랑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 그렇게 미안하면 다음에 이쁜 딸 하나 낳아달라며 웃어요.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신랑이 정성껏 차려준 밥을 한끼 먹고
이제 아가 보낸지 4일째인데 어젯밤에 신랑이 미리 끓여둔 미역국으로 밥 챙겨먹고
신랑이 빨아준 수건으로 씻고 챙겨준 옷을 입어요.
무리하면 안된다 2주는 몸조리 해야 한다는데 앞으로 2주간은 집안 일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퇴근하면 저랑 같이 미역국에 밥 먹고 청소하고 빨래를 해요.
어제 신랑 퇴근전에 방청소 하고 세탁기 돌려놓고 설거지 했는데
퇴근해서 그거보고 왜 했냐고 화내더라구요.
괜찮은 것 같아도 괜찮은거 아니라고 아무것도 하지말고 신경 쓰지 말고 눈치 보지말고
그냥 쉬고 자고 먹고 이것만 하라면서요.
퇴근하면 같이 손잡고 집 앞 하천에 산책을 나가고 산책 후 돌아오면
따뜻한 음료에 손발을 주물러 줘요.
시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일요일 저녁에 어머님 전화 와서
몸에 무리 가면 안된다고 오빠가 뭐 시켜먹으면 어머님께 다 말하라며
고생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텐데 우리 딸 얼른 기운 차리라 하시는데
그 걱정하시는 마음이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출근하면 시간시간마다 연락을 하는데 제일 많이 말이
옷 따뜻하게 입어. 유산해도 옷 따뜻하게 잘 챙겨 입어야 한데.
밥 먹었어? 입맛 없다고 안먹지 말고 미역국에 밥말아서 한숟갈 떠.
약 먹었어? 먹고 싶은거 없어? 집안일 손대지 마.
어제 산책하며 물어봤거든요.
오빠 힘들지 않냐. 그냥 집안 일 내가 할게
신랑은
"지금 2주 내가 고생하는게 나아~
그래야 나중에 여보 나이 먹고 몸 고장난곳 없어야 오래오래 차려주는 밥 먹지
그냥 지금 2주 힘들고 앞으로 50년 편하게 나아" 라면서 웃더라구요.
집안 일 해놓은거 알면 우리 신랑 분명 화낼건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청소도 제대로 하고
집안 일 제대로 해놓고 신랑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이랑 막걸리 준비 해두려구요.
물론 , 술은 같이 못 먹어주겠지만..ㅋㅋ;
5월 들어서 잘못 된 걸 알았던 순간부터 수술 후까지도
낳아주지 못한 아가에게 죄책감이.. 나처럼 힘들었을 신랑 생각에 마음 아프고
손주 기다리셨을 부모님들께 죄스런 마음에 참 많이 힘들어 했는데
더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신랑 덕분에 하루하루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제보다 오늘 덜 힘들고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괜찮아질 것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 우리신랑..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제가 얼른 괜찮아지면 신랑도 같이 괜찮아지겠죠??
안 좋은 일 이후에 이제 정말 느껴요.
아, 내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라고 ㅎㅎㅎㅎ
이곳에 글을 써보는게 처음이에요.
항상 보기만 했지 제가 써본적은 없었는데 , 이 마음을 풀어놓기 위해 익명의 힘을 빌렸어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신랑 글 추가
안녕하십니까. 전생에 나라 구한 맹꽁이 신랑 미역국 끓이는 남편입니다.
아침부터 무슨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면서 꼭 보라고 몇번이나 이야기 하길래 급한 일 마무리 하고 잠깐 읽어봤더니 이런 수다(?)를.. 아침부터 쑥쓰러운 남편으로 만들어 놓는군요.
댓글들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저 지금 광대가 승천중입니다. 하하
와이프 계정을 빌려 덧글을 조금 적어보려 합니다. 야 이거.. 떨리네요.
우리 맹꽁이가 제 자랑을 너무 거창하게 해두어서 저도 소소하게 와이프 자랑을 좀 하려 합니다.
- 글이 조금 길 것 같습니다. 와이프 자랑 하고픈 팔불출 남편 정도로 생각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애 2년 반 하고 결혼 했습니다.
처음 와이프 만날 당시에 전 이직 준비하다가 실패해서 아무것도 없는 백수 30세였고
와이프는 열심히 일 하는 28세였습니다.
제가 다시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1년을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여자입니다.
저 대신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었고 저 없이 혼자 집에 찾아가 남자만 셋 있는 집에 적적하셨을 저희 어머니 말벗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 준 사람입니다.
아버지 다리 수술 하시고 어머니 혼자서 병수발 들 때 퇴근 후 잠깐이라도 찾아가 어머니 손잡고 대화를 나누고 어머니 곁에서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이 제 와이프입니다.
연애 2년쯤 됐을때 결혼 이야기 나오고 제가 아직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심한 고민을 할 때 이사람 놓치면 넌 평생 후회한다며 집 팔아서라도 결혼 시켜 줄테니 준비 하라고 등 떨밀어 주신분들이 저희 부모님이고 단칸방 셋살이 해도 너희는 잘 살거라 믿어주신 분들이 장인장모님이셨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서로가 가진 것으로 작년 9월 간소한 결혼식을 했습니다.
저희 와이프 참 잘합니다.
결혼 전에도 그랬고 결혼 후에도 그렇습니다.
와이프가 이렇게 잘 해주니 저도 처갓댁에 정성껏 하게 됩니다. 덕분에 양가 집안에서는 아들처럼 딸처럼 그렇게 저희를 아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전에 우리가 약속한 것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집안에 서로 열심히 하자는 것.
지금도 그 약속은 제 평생에 지켜야 할 약속중 하나 입니다.
와이프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이야기 하지만 저는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봅니다.하하하
한동안 옆에서 보기 마음 아플정도로 힘들어했던 와이프가 어제 오늘 방긋방긋 거리며 웃었던 이유가 이 글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결혼 하지 않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엔 저보다 좋은 남자 우리 와이프보다 좋은 여자가 아주아주 많습니다.
아직 신혼인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헛웃음 지으실 분들도 많을거라 예상 하지만 감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결혼이라는게 평생 내 편이 되어줄 친구이자 연인이자 동반자를 옆에 두고 함께 걷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평생 이해하고 배려하며 맞춰가야 할 상대이기도 합니다.
연애던 결혼이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맞춰가며 산다면
세상엔 저나 우리 와이프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꼭 좋은 인연을 만나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생기길 기도합니다.
아직 신혼이라면 신혼인 1년도 되지않은 부부입니다.
앞으로 살면서 이번 일보다 더 힘들 일이 많을 것이고 서로간에 얼굴 붉히며 언성 높일 일도 많다는것 잘 압니다. 30년을 다르게 살아왔으니까요.
몇 년이 지나도 이 글과 함께 아파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 댓글 읽어보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글이 너무 길어진 듯 합니다.
하고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은데 다음 기회에 다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리고 우리 맹꽁아.
우리 더 단단한 부부로 살아가자.
일찍 떠난 우리 아기가 안타깝고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맹꽁이 건강하다는 그것에 더 감사한다. 아프지 말고... 사랑한다. 내마누라.
감사합니다.
- 본문입니다.
안녕하세요 결혼 8개월 된 30대 새댁입니다.
지난 4월 6일 임신 5주차 였어요. 예정일은 12월 5일 이였구요.
5월 4일에 질염이 재발한 것 같아서 병원 방문 했다가
우리 애기 심장소리 한번 듣고 가려고 초음파를 했는데 심장이 안 뛰어요.
분명 7주차에 건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엔 심장 소리가 안들렸고
저도 당황하고 담당의사도 당황하고 검사 몇가지 해보자고 검사 받은 후
자연적 도태인 것 같다고. 계류유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일주일 후인 5월 12일에 계류유산 확진을 받았구요.
생각해보니 , 4월 말경부터 심했던 입덧이 잦아들었고
아랫배 뭉침이나 가슴뭉침이 거의 없어졌고 유두가 작아졌었거든요.
이제 몸이 임신을 받아들여서 자리를 잡았나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유산했다는 신호였던거예요..
신랑도 병원 상담선생님도 다음에 더 이쁜 아기를 낳으면 되는거니까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지난주 수술을 받았어요.
지난 주 토요일 미리 예약 했다가 신랑과 함께 가서 수술 했는데
정말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신랑에게도 말하며 회복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아침 9시 반에 병원 방문해서 수술하고 양영제와 자궁 유착 방지제? 라는 약 링겔로 맞고
다 끝나고 나오니 오후 2시가 넘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몸도 힘들고 정신도 힘들고 침대에 누워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신랑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거예요.
남자는 와이프가 유산을 해도 직접 눈으로 보이는것도 아픔도 느끼질 못해서
공감을 잘 못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어요.
옆에 와서 손 좀 잡아주고 있으면 좋겠는데 안방엔 들어오지도 않고
속상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또 울었어요.
거의 한시간 쯤 지나서 신랑이 일으키더라구요.
약 먹어야 하니 밥 먹자고.
입맛도 없고 먹기도 싫은데 약 먹어야 한다고 신랑이 거실로 끌고 나왔는데
거실에 차려진 밥상 보고 또 울어버렸어요.
언제 한건지 미역국을 끓였고 소고기를 구워 놓았더라구요.
우느라 숟가락도 못 들고 있는 저에게 숟가락 쥐어주며 잘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다음에 더 이쁜 아가를 건강하게 낳아줄 거 아니냐고..
5월 초 병원 방문하고 돌아왔던 날 아기 심장이 안뛴다고 신랑에게 이야기 했었는데
그때 이미 신랑은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유산 후 조심해야 할 것들 , 몸에 좋은것들 많이 알아 본 것 같더라구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 구하기엔 조심스러워서 인터넷으로만 알아봤는데
출산하고 같은 거라더라. 일주일은 미역국 먹일거니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몸 추스리는데만 신경쓰라더군요..
생전 요리라곤 김치볶음밥에 라면밖에 안해본 사람이
저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하고 반찬을 준비한게 또 고맙고 미안하고.
신랑에게 이야기 했어요.
내가 관리가 소홀해서 우리 아가가 날 떠났고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오빠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나때문에 슬퍼하지도 못해서 그것도 미안하고
엄마로서 자각이 부족해서 내가 좀 더 조심하지 못한것도 미안하다.
오빠 아가를 안아보지 못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신랑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 그렇게 미안하면 다음에 이쁜 딸 하나 낳아달라며 웃어요.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신랑이 정성껏 차려준 밥을 한끼 먹고
이제 아가 보낸지 4일째인데 어젯밤에 신랑이 미리 끓여둔 미역국으로 밥 챙겨먹고
신랑이 빨아준 수건으로 씻고 챙겨준 옷을 입어요.
무리하면 안된다 2주는 몸조리 해야 한다는데 앞으로 2주간은 집안 일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퇴근하면 저랑 같이 미역국에 밥 먹고 청소하고 빨래를 해요.
어제 신랑 퇴근전에 방청소 하고 세탁기 돌려놓고 설거지 했는데
퇴근해서 그거보고 왜 했냐고 화내더라구요.
괜찮은 것 같아도 괜찮은거 아니라고 아무것도 하지말고 신경 쓰지 말고 눈치 보지말고
그냥 쉬고 자고 먹고 이것만 하라면서요.
퇴근하면 같이 손잡고 집 앞 하천에 산책을 나가고 산책 후 돌아오면
따뜻한 음료에 손발을 주물러 줘요.
시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일요일 저녁에 어머님 전화 와서
몸에 무리 가면 안된다고 오빠가 뭐 시켜먹으면 어머님께 다 말하라며
고생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텐데 우리 딸 얼른 기운 차리라 하시는데
그 걱정하시는 마음이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출근하면 시간시간마다 연락을 하는데 제일 많이 말이
옷 따뜻하게 입어. 유산해도 옷 따뜻하게 잘 챙겨 입어야 한데.
밥 먹었어? 입맛 없다고 안먹지 말고 미역국에 밥말아서 한숟갈 떠.
약 먹었어? 먹고 싶은거 없어? 집안일 손대지 마.
어제 산책하며 물어봤거든요.
오빠 힘들지 않냐. 그냥 집안 일 내가 할게
신랑은
"지금 2주 내가 고생하는게 나아~
그래야 나중에 여보 나이 먹고 몸 고장난곳 없어야 오래오래 차려주는 밥 먹지
그냥 지금 2주 힘들고 앞으로 50년 편하게 나아" 라면서 웃더라구요.
집안 일 해놓은거 알면 우리 신랑 분명 화낼건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청소도 제대로 하고
집안 일 제대로 해놓고 신랑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이랑 막걸리 준비 해두려구요.
물론 , 술은 같이 못 먹어주겠지만..ㅋㅋ;
5월 들어서 잘못 된 걸 알았던 순간부터 수술 후까지도
낳아주지 못한 아가에게 죄책감이.. 나처럼 힘들었을 신랑 생각에 마음 아프고
손주 기다리셨을 부모님들께 죄스런 마음에 참 많이 힘들어 했는데
더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신랑 덕분에 하루하루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제보다 오늘 덜 힘들고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괜찮아질 것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 우리신랑..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제가 얼른 괜찮아지면 신랑도 같이 괜찮아지겠죠??
안 좋은 일 이후에 이제 정말 느껴요.
아, 내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라고 ㅎㅎㅎㅎ
이곳에 글을 써보는게 처음이에요.
항상 보기만 했지 제가 써본적은 없었는데 , 이 마음을 풀어놓기 위해 익명의 힘을 빌렸어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