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공하는 고딩인데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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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입시 준비중인 고1 남잔데요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기 좀 그렇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때 쇼팽에튀드랑 라캄파넬라를 쳤고
주위에서 천재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피아노 치려고 태어났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초딩때 연습하는 걸 아빠가 유튜브에 올리셨는데 추천수 몇백이 넘어갔던 적도 있습니다
엄마아빠는 저를 너무 자랑스러워하셨고
저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죽어라고 연습만 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때도 마찬가지였고 연습실에서 밤까지 연습하고 집에오면 디지털 피아노에 이어폰을 끼고 새벽까지 연습했습니다
예중나와서 지금은 예고 다니고 있는데
요즘들어 자꾸 수의사가 하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피아노를 치면서 단한번도 즐겁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에게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마음과 부담감에 등떠밀리는 기분밖에 없어요
제가 앞으로 평생동안 피아노를 치고 먹고 살 생각하면 들뜨기보다는 지칩니다
그런데 제가 수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행복합니다
정말로..저는 동물을 사랑하고 쥐,물고기,뱀,타조,이구아나,비둘기 모두 다 좋습니다
동물농장 어릴때부터 볼때마다 다치거나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수의사님을 보면서 
존경스러움과 함께 나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깁니다
피 하나도 무섭지 않고 피부병 징그럽지 않습니다 수의사가 너무 하고 싶어요 
원래 멋있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고등학교 들어오면서 좋겠다,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직접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잠시 피아노 연습이 힘들어서 도피하려고 하는 걸까요 
자꾸 음대에 들어가면 수의대생이 부럽고 30대가 되서는 수의사가 부러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얘기를 부모님께 하기가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친아들이 아니고 입양아예요
5살에 저를 데려오셔서 피아노를 가르치시고 초등학교 들어가서 연습실대여부터 비싼 피아노에 과외까지 한달 150만원씩 꼬박 내주셨어요
여기다가 국영수까지 해서 진짜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친아들도 아닌데 제게 그렇게 투자해주신거예요
그리고 지금 현재 부모님이 제가 콩쿨에서 상타고 칭찬받는 모습을 보시면 정말 너무 행복해하세요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세요..
이번에 예고 합격했다고 1000만원대 그랜드 피아노까지 사주셨어요
제가 새벽에도 디지털 피아노가 아니라 클래식 피아노로 연습할 수 있도록 
연습실도 24시간으로 늘려주시고 교수님과외 알아보고 계세요..돈 엄청 깨집니다 
부모님이 제게 거신 기대가 너무 커요
저는 친아들도 아니고 제가 무슨 면목으로 부모님께 꿈이 따로 있다고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냥 잠깐동안의 충동일까요
수의사가 너무 되고 싶어요 
공부해서 수의학과 가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예고 입학한 상태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상황에 
진짜..제가 한심해요 왜이러죠
부모님과 주위사람들을 만나면 항상아들 어릴때 적성찾아 잘 인도해주셨다 하시며 부모님을 치켜세워주십니다
어떤분들은 제 손을 만지시면서 손가락이 피아노 안 치고 못 베기게 생겼다, 피아노 칠 손이다 라고 하세요 
제가 진짜 제 길은 그냥 이쪽일까요 지금 그냥 슬럼프인가요 무슨 제가 뭐했다고 벌써 슬럼프가 오죠 
아니..부모님이 저를 아예 데려와주시지 않았으면 피아노고 수의사고 뭐고 생각도 못 했을텐데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하는데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너무 우울합니다 키워주신 부모님께 죄송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