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내 첫사랑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힘내자제발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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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오늘은 우리를 내 맘에서 떠나 보내는 날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사실 헤어지고 울진 않았어도 매일 술 퍼마시고 다니고 친구들의 자존감 회복용 말들을 들으며 내가 정말 이쁘고 똑똑하고 착한가 생각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

대체 왜인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하는걸 참 좋아하나봐 ㅋㅋ 다들 계속 요즘 헤어진 소식 들었어. 하고 연락오더라.
이게 뭐가 좋은 일이라고 ㅋㅋㅋ 내가 누누히 강조하고 자랑아닌 자랑을 했듯이 나는 참 이쁘고 인기가 많았거든 ㅋㅋ 그래서 다들 내 소식 되게 궁금해하나봄!! ㅋㅋ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로 내가 너무 괜찮은 애고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최면이 걸리더라 ㅋㅋ 그래서 어딜가나 당당해지고 이젠 눈치도 안보고 내가 하고픈 말 다 하고 ㅋㅋ

사실 이렇게 정신차리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정신이 들던건 간만에 할머니댁에 갔는데 할머니가 조용히 밥만 먹고 있는 날 보시더니 오빠랑 싸웠냐고 하셔서 아니라고 헤어졌다고 하니 헤어짐이란 다 아픈거라고 차라리 펑펑 울라고 하셔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정신이 번쩍 차려지더라. 내가 얼마나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아무말을 안해도 할머니 눈에 보일까 싶어서. 그래서 오늘 이후로 아파하는걸 정말 그만하려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같이 아파할줄 몰랐어.

요즘 약간 해리포터에서 도비가 양말 받고 자유를 되찾은 것처럼 나 역시 갑자기 찾아온 자유와 남는 시간들에 적응해가는 중이야.
물론 내가 도비처럼 노예 생활을 한건 아니지만 ㅋㅋㅋ 비유가 심했다 ㅋㅋ 오빠 역시도 요즘 그 자유를 느끼고 있겠지.

그리고 웃기게도 이 자유를 느끼고 있는데 벌써부터 다른 사람이 나한테 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대학교 1학년 때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선배가 오빠와 내가 헤어졌단 얘기를 듣고 친구 졸라서 소개팅 해달라고 했더라.
그 사람도 참 미련하게 ㅋㅋ 군대 간동안에도 우리가 헤어지길 바랬었대.
그 사람 뭐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참 잘생겼어 반듯하고 유연석을 닮은 것 같다고 소문이 많이 났어 ㅋㅋㅋ
그래서 만나서 소개팅 하고 그 사이에 몇번 더 만났어. 그 사람에게 오빠한테 했던 말들을 다시 하고 오빠와 있을때 하던 버릇들 그대로 다시 하니까 되게 슬프더라.
나는 그대로인데 오빠만 내 곁에 없어서. 그 사람이 오래 기다린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고 하더라. 애들도 다 사람이 괜찮다고 하고 무엇보다 난 날 그렇게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줄 몰랐어 ㅋㅋ
내가 밝고 이뻐서 기억에 많이 남았대.
가지지 못한 존재여서 더 그랬을거에요 라고 내가 하니 웃더라 ㅋㅋ
오빠 여자친구였던 사람 이런 사람이다 ㅋㅋ

이젠 정말 나는 나대로 본래의 내 모습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해.
오빠가 혹시라도 안에서 먹고싶어할까 주중에 맛잇는 것을 먹어도 눈치보고 혹시라도 나와 같이 없는걸 미안해할까봐 애들 어디 데이트 갈 때 외롭다는 말도 못하고 밤길에 전화하고 싶어도 오빠가 잘까봐 못하고 혹여 힘든일 있지 않은가 먼저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도 혹시 오빠가 반응을 보이지 않진 않을까 공감 못하진 않을까 우리랑 상관없다고 신경끄자고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되고 좋아.
오빠 옆에서 꿈이 없는 척 없어진 척 했지만 실은 오빠를 보며 나 역시도 계속하여 꿈을 키웠다는 거 역시 이젠 비밀로 하지 않아서 좋아.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나는 그치만 아직도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하고 싶은걸, 이라고 말하겠어 ㅎㅎ
나 대신 오빠가 이뤄가는걸 보며 행복했던거지 뭐. 어리석게 오빠와의 미래를 위해 내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보루를 던져버린 샘이였지만 후회하지 않아. 그만큼 소중한 오빠와의 시간들을 얻었으니. 물론 다 내가 오빠를 나름 배려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들이지만 글쎄 ㅋㅋ 밤길에 무서워서 목소리 듣고싶은데 참고 그냥 뛰어간 밤들도 있었고 주중에 너무 지치고 힘들땐 다 터놓고 옆에서 안아줬음하는 날들도 있었고 그냥 힘든 일이 생기면 이성적인 해결법이 아닌, 무조건적인 토닥거림이 필요한 날도 있었어 나는.

근데 그 사람한테 말했어.
난 어른이 되어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딱 한 사람과 연애를 한 사람이고 그 사람과 맞춰간터라 이런 평범한 연애는 익숙치않다고.
너 쉬는 날 생기면 다 내가 가지려하고 가자는 곳 하자는 것 너가 지칠때까지 가자고 조를거고 내뜻대로 안되면 서운한거 다 퍼부을거고 못된말도 퍼부으며 화해할때까지 닦달할거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내 전의 그 사람에게 내 모든걸 쏟아부어서 남은게 없다고.
미안하다고 거절했어.
웃기지 뭔가 ㅋㅋㅋ 참 잘지낸다고 하면서 결국 난 이렇게 오빠를 못잊었어 ㅋㅋㅋ

근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자기도 너가 어떤 사랑을 했는지 대강 알고 있고 지금 당장 괜찮아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다만 자기는 너에게 최선을 다할테니 그 사람이 서서히 잊혀지고 너가 자기로 물들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고 싶다고. 너가 자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때 그 때부터 자길 바라봐줘도 된다고 하더라.
나 무슨 영화 찍는줄 ㅋㅋㅋ 세상에 난 살면서 이렇게 착한 사람 못봤거든 ㅋㅋ 이런 말도 들어본지 꽤 오래됐어 ㅋㅋ 말이 되게 청산유수지 않아?
근데 더 웃긴건 아니 이런 이쁜 말을 들어도 싫더라. 만날 수 없더라. 내 마음이 정리가 안된 상태인데 다른 누구를 들일수가 없더라.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함께 있는 그 시절이 좋았고.
우리가 만난거 자체가 운명이라 생각했고.
곳곳에 우리 기억들이 새겨져있는게 좋았어. 밤마다 잘때는 늘 팔베개를 하고 자고 일어나면 턱이 보이는, 어딜 가나 어디서나 오빠 어깨에 기대어 오빠가 아파하기도 했지만 그게 당연했던게 그립기도 했고 둘 다 주말에 씻지 않은 꼬질꼬질한 상태로 집에서 노는것도 행복했어.
밤에는 축구 경기에 야식으로 배를 문지르며 스르르 잠이 드는 것도 행복했어. 결혼 생각 없다던 오빠가 가끔씩 슬쩍 결혼에 대한 얘기 꺼낼때마다 드디어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서 기뻤고 특히나 일본에 다녀온 그 두 번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거야. 아마 평생 다신 일본 못갈거같애 ㅋㅋ 그 기억들을 다른 기억들로 덮긴 싫어서.

에라 모르겠어 사실.
아직도 오빠를 많이 사랑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오빠 때문에 그 사람 안만나는건 아니고. 그냥 내 자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서 그래.

고집쟁이에 툭하면 서운한 나를 달래는 것도 오빠 몫이였고 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늘 일 터트리는 여자친구 때문에 골머리 앓는 것도 오빠 몫이였고 집에 오랜만에 가서 쉬고 싶고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화난 내 표정이 상상되어 안절부절 못했을 오빠를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여기가자 저기가자 조르는 것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지가 제일 잘났다고 잘한다고 떠들어대는 내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을 오빠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에 이번엔 이 그리움은 내가 안고 가야할 몫인 것 같아서.
오빠 덕에 보고싶음과 그리움의 차이를 배워간거 같애. 그래서 그것 역시도 참 고맙고.

그냥 내가 오빠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좋았어.
한번도 누구를 챙기면서 산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 ㅋㅋ 늘 받기만 했었는데 챙겨주면서 아 그래 내 남자는 내가 지킨다는 묘한 감정도 느끼고 ㅋㅋ
보고싶어서 본디는 집밖을 잘 안나가는 애가 오빠 지역들로 가는게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고 오빠를 통해 내 상처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까지 끌고왔고 ㅎㅎ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게 성숙한 사랑을 했다는게 너무 고마워.
계산적인 연애가 아닌 정말 온 마음에서 우러나고 행복한 연애를 하게 해줘서. 남들은 사실 니가 너무 퍼줬다고 밀당을 안해서 망한거라 하는데 좋으니까 좋다고 표현하는걸 뭐 누굴 탓하겠어 ㅋㅋ
밀당할 시간 조차 없을만큼 오빠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도 했고 ㅋㅋ
최근에 안정적인 연애에 접어든다고 설렘이 줄었지만 의리는 남았다고 좋아하는 나와 다르게 오빠의 마음이 식어가는 중인걸 몰랐던걸 생각해보면 뭐 애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것 많고 열정 넘치고 밝고 긍정적인 내 모습에 오빠가 나를 사랑했던걸텐데 둘이 함께 붙어있으며 내 꿈이 어느샌가 그냥 집에 있는걸로 변하고 늘 힘이 없고 더 이상 긍정적인 빛도 잃어가고 오로지 오빠에만 초점을 맞춘 애로 변해갔단걸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긴 하다 오빠가 날 더 사랑하게 만들지 못했으니 ㅋㅋ

며칠동안 오빠 프사를 보다 어젠 번호를 그냥 지워버렸어. 더 이상 남인데 볼 필요도 보고 가슴아파하기 싫어서. 물론 번호는 이미 손이 외우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볼 수있지만 ㅋㅋ 억지로 보진 않을거야. 이제서야 오빠를 제대로 놔줄게. 두번 헤어지는거야 우리 ㅋㅋ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대.
인연이 무르익어서 사람들이 만나는거고 그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는거래. 그치만 그 인연이 끊긴지 안 끊긴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데. 우리는 어떤 쪽일까? 오빠가 돌아와서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우리?

제일 이뻤던 시절들 동안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지금도 그 시절들 돌아보면 내가 너무 행복하고 이뻐보여 ㅎㅎ 잊지 않을게
추억하진 않더라도 잊는것만큼은 하지말자 우리 ㅎㅎ 행복하자 우리. 잘 지내자 우리. 예전에도 말했지만 성공하고 잘 이뤄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차조심 건강조심.
5월이 끝나가네. 시간 진짜 빠르다 ㅋㅋ 4월말부터 휘청이던 우리 모습도 벌써 한 달전과거가 되어버렸네.
안녕 오빠. 안녕 내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