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외동이다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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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빠가 한명 있어요.

어릴적에 교통사고를 겪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오빠는 앞으로 화를 제어할 수 없을거라고 했죠.

오빠의 병간호때문에 부모님과 많이 떨어져 지내야 했어요.

일곱살부터, 초등학교로 넘어갈때까지.

병원에서 엄마와 쪽잠을 자기도 하고,

집에서 홀로 술을 삼키는 아빠 무릎을 베고 잠이 들기도 하고,

이모댁에서 엄마를 찾으며 울다 지쳐 잠이 들기도하고..

그런데 모두들 그저 오빠,오빠,오빠,오빠였어요.

아무도 내 이름은 부르지 않았어요.

나도 이렇게 고생하는데, 다들 오빠만 찾았죠.

그러다보니 나는 그래야한다고 자연스럽게 학습됐어요.

오빠는 아프니까, 불쌍하니까, 나의 고통과 고생은 아무것도 아닌거라고요.

 

퇴원한 뒤, 오빠는 스트레스받을때마다 모든 욕과 폭력을 제게 쏟았어요.

자고있는 내 손을 밟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거슬리게 행동하면 내 친구들이 보는 곳에 차마 입에 담을수도 없는 욕을 써놓고.

칼을 들고 위협하고, 창문을 깨고, 집을 뒤집어놓고.

내 눈은 실핏줄이 터지고 온몸...에 멍이들고 코가 내려앉고.

 

아, 물론 그걸 다 당하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어요.

오빠와 마주치지않기위해 도망을 다녔죠.

일반 학교에서 기숙사학교로- 우리집에서 이모집으로, 그렇게 그렇게.

그런데 불쌍한 우리 엄마 두고 집을 오래 비우진 못하겠더라구요.

나를 바라보기만해도 웃는 우리 엄마를 두고 어떻게 멀리 가겠어.

 매번 꼬리내리고 집에 돌아왔어요.

나의 고통과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여전히 그래요. 내가 상처받을 말들을 서슴없이 해요.

사회성이 부족하냐구요? 그렇지도 않아요.

오빠 세상에는 나(글쓴이)/타인이 분리되어있어요.

타인에게 폭언과 폭력을하면 연이 끊기기도하고, 법적인 제재를 받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동생인 나는? 엄마라는 연결고리로 그를 끊을 수 없었어요.

괴로웠죠.

오빠때문에 나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우울증과 괴리감속에서 살아왔어요.

밤이면 오빠한테 칼에 찔리는 상상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차례 반복되었어요.

아무리 내가 잘 살아도, 그의 존재때문에, 그 한명 때문에, 모든게 망가졌죠.

난 그로인해, 그렇게, 구김이 가버린거에요

지금와서 열심히 펴도, 난 구겨졌던 종이일뿐이죠.

 

저는 대인관계도 좋아요, 사람들은 제가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해요

공부도 꽤 잘했고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밤만 되면 우울감에 푹 담궈져서 시달리는

한명의 낮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일 뿐이에요.

사람들은 저더러 행복해보인다고 해요.

그렇게 살면 행복하겠다구요, 재밌어보인다고, 부럽다구요.

근데 사실 전 그렇지 않아요.

오빠가 함부로 구겨놓은 그 모든것들 때문에. 괜찮지 않아요, 나는.

이제 화가나요.

나의 고통과 고생도, 고통과 고생이라고 온전히 이해받으며 살고싶어요.

 

그래서 있죠. 오늘 나 그 줄을 놓았어요.

살면서 누구랑 크게 싸워도 손한번 떨어본적이 없는데,

오빠한테 앞으로 연락하지말자는 문자 한통 보내며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답장으로 온 온갖 욕과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읽으며

속이 썩어들어가는것 같았어요.

내 심장을 베면 이런 느낌일까,

 

마지막으로 꾹꾹 그 글자 하나하나 씹어냈어요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울음을 참았어요
드디어, 이제, 나는 오빠가 없어요
그는 죽었어요. 내 안에서.

이제 나는 외동이에요.

그는 더이상 가족이 아닌 타인이 되었어요

 

나 옳은거겠죠?

나 잘한거겠죠?

정말 그런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