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와 남친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저랑 남친 둘 다 27살이고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만난 지는 6개월이 됐습니다.
저는 홍콩에서 일한지 1년 반이 되어가고 남친은 인턴십 기간까지 합쳐서 한 2년 반 정도 된 것 같네요.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 대학 졸업 후, 4년동안 외국생활 하면서 단 한번도 한국음식을 찾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먹고싶기는 했지만 그 이유가 맛이 아니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먹는 그 한국음식이 먹고싶었지 단순히 음식 맛때문에 비싼 돈 주고 한국식당에 가진 않았습니다. 사실 된장찌개 이런 것보다 오히려 술안주가 더 땡기더라고요..ㅋㅋ
그런데 나이가 들다보니 점점 한국음식을 찾게 되는 내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저희 둘 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저녁은 우리 집 혹은 남친집에서 간단히 해먹거나 주로 외식을 합니다. 가는 식당은 이탈리안, 스패니쉬, 타이, 베트남, 홍콩, 사천, 한국, 일본 등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잘 갑니다.
그 날은 한국에 있는 친구가 간장게장을 먹었다고 카톡에다 자랑을 해서, '오늘은 꼭 한국음식을 먹어야겠다' 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남친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라 문자로
[난 내가 먹고싶은 거 사갈게. 너도 너 먹고싶은 거 사와]
이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도착 안 했길래 슈퍼에서 산 김치, 김, 햇반, 냉동 떡갈비로 배를 채우고 있었어요 남친은 슈퍼에서 냉동피자 사왔고요. 제가 산 냉동 떡갈비가 약간 많이 느끼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큰 4조각 중에 한조각 3입밖에 못 먹었어요. 남친은 "이게 뭐야?" 하면서 묻더라고요. 그래서 설명을 해줬지요. 떡갈비가 많이 느끼하긴 했지만 한국식으로 먹어서 나름 행복한 저녁식사였어요. 그래서 햇반도 두개나 먹었고요.
저녁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말하더라고요
"아까 니가 먹은 거 있잖아 그거 보고 나 토할뻔했어"
전 정말 기분이 팍 상하더라고요. 제가 떡갈비 설명해줄때 표정 변하는 거 봤고 "이거 완전 이상하게 생겼다" 라고 말해서 별로 안 좋아하겠다 싶어 먹기 권하지도 않았어요. 원래 먹겠다고 말하기 전에 먹으라고 권유도 안 하고요. 그런데 먹어보지도 않고 그딴말 하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하니까 "니가 한국음식이라 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건 한국음식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홍콩음식을 먹었건 프랑스음식을 먹었건(남친이 프랑스인이에요) 니가 내가 먹었던 음식에 대해서 토할 거 같았다고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그럼 니가 토할 것 같은 음식을 먹었던 나는 뭐가 되냐?"
남친은 여기서 이해를 못하고 자기는 창자 이런 것도 먹을 수 있다고 염병을 떠네요. 누가 더 잘 먹나 싸움이 아닌데 그리고 난 대창 곱창 막창 다 먹는데.
사실 저도 홍콩음식 중에서 입에 안 맞는 것이 있어요 하지만 저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요. 굳이 말해야 된다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다' 라고만 말할 뿐이에요. 왜냐하면 누군가에게는 그 음식이 추억이 담긴 음식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떡갈비는 정말 느끼했어요 (Bibi해.. 실망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 식사를 하면서 행복감을 느꼈어요. 오랫만에 하는 한국식사였거든요.
이렇게 설명을 하면서 음식을 존중하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자기는 냉동식품을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런 건 먹지도 않고요. "나참.. 니가 오늘 먹은거 냉동피자였어" 이러니 피자는 완전히 다른 얘기라네요. 말이 안 통하길래
"넌 이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난 널 이해시키기 위해서 내 시간 낭비하기 싫다. 그냥 너 살던대로 이렇게 그런 마음 가짐으로 계속 살아라" 라고 말했어요.
사실 이번뿐만이 아니에요. 한국식당 갈때면 꼭 한가지씩 토를 달아요. 주둥이 막아버리고 싶게. 아니 솔직히 한국에서도 맛있는 식당 있고 맛없는 식당 있잖아요? 고기가 안 좋네 어쩌네.. 아오..
아니 식당 주방 더러운 것 같다고 안 먹는 애가 (사실 주방은 오픈키친이라 더러울 수가 없었어요),파리 날리는 필리핀 식당에서는 어쩜 그렇게 꾸역꾸역 잘 먹던지. 그래놓고 저보고 오픈마인드가 아니라고 하네요. 파리가 앉았던 음식 못 먹는게 오픈 마인드가 아닌가요?
홍콩은 워낙 집이 좁아 코딱지만한 주방에서 요리다운 요리는 만들어 먹기가 힘들어요. 한 날은 파스타 삶아서 치즈 뿌려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주더라고요. 소스 없이. 간도 소금으로 해먹었어요 그래도 전 맛있다고 했어요. 누가 날 위해서 해준 거니까.
이것말고도 아무래도 동갑이다 보니까 티격태격 하는게 많아요. 특히 나라 싸움. 전 한국인임이 매우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고 그 쪽도 프랑스인이라 자랑스러운 프랑스인이라 가끔씩 국가적인 이야기 할 때면 끝이 없네요. 아니 지는 김연아도 모르면서 내가 왜 지네 나라 프랑스 유도 챔피언을 알아야 되냐고요.
식성이 다른 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또 남친은 매운 거 좋아하는데.. 전 매운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음식 갖고 다투시는 분 없나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 떡갈비 사건이랑 어제 한국치킨 먹으러 갔다가 싸워서 한 번 푸념해봐요. 이것 이외에는 정말 듬직한 남자친구입니다. 아 죄송해요 .. 욕 디립다 해놓고 막판에는그래도 남자친군데 챙겨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럼 즐거운 불금 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