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기조차 벙기조차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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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에
자식이 없는 노부부가 외딴 산속에
다정하게 살고 있었으나 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식걱정만이 그득할 뿐이었다.

조석으로 산신령님께 치성을 다하여 소원을
빈 결과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나 할까?
아들을 점지받아 건강한 옥동자를 늘그막에
낳게 되어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귀한 옥동자의 이름을 지어야 하겠는데
용한 작명가를 찾아가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니
귀한 아들은 이름을 길게 지어야
건강하게 오래살며, 만약 이름을 한자라도
빼먹고 부르면 제명대로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지어준 이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무엇인고 하니 보고는 놀라지 말지어다.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

라고 지어 주었으니,
노인네가 그 긴 이름을 어떻게 한자도
빼먹지 않고 어떻게 외워 부르면서
키울까하고 걱정도 되면서도 귀한 아들이니
만지면 터질까 넘어지면 다칠까하며,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어느해 7살이 되던해
어느 여름날 아들 친구들이 허겁지겁
숨이 막히게 뛰어와서는 한다는 말이
할아버지, 할머니 큰일났어요.

"지금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가
우리들과 물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져서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가 죽게 생겼어요.
빨리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물에빠진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를 구해야 하겠어요."
하였다.

이에 깜짝놀란 노부부가

"뭐라고 우리 귀한 아들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가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고?
그럼 큰일 났구나?"

하면서 동네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동네사람들 큰일났어요.
우리 귀한 아들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가 물에 빠져서
곧 죽게 되었답니다.
빨리가서 우리아들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를 구해 주세요."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은 많이 흘렀고
마을 사람들이 냇가에 도착하여 보니,
엉기조차 벙기조차 벙기조차 엉기조차
엉기벙기 버벙기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에 할아버지가 울면서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부르기도 성가신
이름을 그렇게 길게 지어가지고
귀한 아들의 명만 단축하였다고
통곡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으리 였다.

요즈음 한글세대라고 하여

"박차고 나온놈이 새미나"

등등 한글로 이름을 길게 지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야야 하지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