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남편이랑 같이 다녀왔습니다.
일단 잘 해결됐어요. 모시지 않기로 했고요. 친정과는 아예 연락을 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조만간 이사를 갈것 같아요. 동시에 번호도 바꿀거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그냥 한숨만 나오네요. 글이 아마 많이 뒤죽박죽 할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모시지 않겠다는 저와 모시라는 오빠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고, 할머니가 오빠를 계속 두둔하는 상황이 이어진 와중에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당장 이집에서 나가라. 내 돈으로 마련한 집이다."
그러자 할 말이 없던지 "어디서 윗어른에게"를 운운하면서 말을 돌리더군요. 그 말에 제가 다시 말했습니다.
"가부장적인 건 남자가 방패가 돼서 여자를 보호해주고 그런건데, 보호는 하나도 없고 지들 편할때만 가부장적 성향에서 나오는 수직적인 관계 들먹이지 말라"고. 수직적 관계라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보듬어준다던가 그런게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하나도 없지 않았냐며. 가부장적인 건 나이 어린 사람과 여자가 모든 짐을 떠맡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고.
물론 그들이 제 말을 이해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년 넘게 맺혔던 피멍을 그들이 그 말 한마디로 이해하는 건 어불성실이겠죠. 기대조차 하지 않아요. 이미 여기서 더 기대를 할 게 남아있다면, 글쎄... 그건 진짜 미친거겠죠.
새삼 저는 베어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는 곪은 손가락이고, 오빠는 살짝만 깨물어도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예쁜 손가락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뭐, 지금은 상관없는 얘기지만요.
손을 올리려다가 남편에게 제지를 당한적도 있었네요. 지 성질 개못준다더니..
아무튼 그렇게 싸우다가 "오빠가 이 집 내놓고 매달 백만원씩 용돈 부칠 거 아니면 하지 않겠다. 난 일억을 주고 용돈을 줬던걸로 이집에서 해야 했던 건 다 끝났다. 차라리 호적을 파라"고 말했습니다.
그런식으로 한참을 옥신각신한거 같습니다. 그 동안 고분고분했다가 갑자기 기를 쓰고 대드는 모습이 많이 당황스러웠던 건지 오빠 입에서 욕설까지 튀어나왔네요. 그동안 참 많이 듣고 살았는데, 순간 서럽더군요. 그거 듣고 짐승이랑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며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알았던 사실은..
아빠... 이제 아빠라고 불러야 할지 뭐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아빠든 할머니든 두 분 다에게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었나 봅니다. 덧글을 보고 나서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아빠가 방관자일줄은 몰랐네요.
오빠가 그럽디다. 아빠는, 가정폭력과 학교 폭력 모두 알고 있었다고요. 그럼에도 가정 폭력에 대해 알고 묻는 사람들에게 제가 거짓말했던 거라고 그런식의 변명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물론 거짓말일수도 있어요. 그런데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훨씬 더 낮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전 친정에 남은 모든 미련을 끊어 냈습니다. 이젠 친정이 아니라 남보다 못한 존재가 돼 버렸네요.
집으로 오는 내내 서너번 전화가 와서 그냥 폰을 끄고, 오는 길에 남편이랑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차라리 이사를 가는 게 어떻겠냐고. 오빠(남편) 나 때문에 매일 멀리 있는 직장 왔다갔다 거리는데(제 직장 근처에 있는 집을 얻었습니다.) 차라리 오빠 직장 근처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그 편이 시댁이랑 더 가깝지 않느냐. 결혼 생활 2년 정도간 모아둔 돈도 어느정도 있으니 괜찮다.. 이런식으로요.
남편은 그러마 하더라고요. 괜찮냐는 물음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남편이 옆에 없었다면 아마 할 얘기도 못했겠죠.
조만간 사직서도 낼 예정입니다. 친정에서 남편 직장은 자세히 모르지만 제 직장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정말 정리가 되려면 그만큼 좀 더 긴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도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고 보니 답답한 가슴이 좀 낫네요.
넋두리에 불과했던 글을 봐주셨던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