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늘어놓듯, 너에게 말하듯 쓰는 긴 글.

돌아와2015.07.08
조회332

안녕,

이 글을 네가 볼수있었으면 좋겠다.

하긴 네가 네이트판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싸지방가서 페이스북하는게 고작이겠지만.

 

네게는 사회에서의 주어진 시간이 몇일 안되고,

난 그런 너에게 하고싶은말이 이틀 밤을 새서 해도 두서없이 다 아무말이나 막 튀어나올거같아서 직접 네 앞에서 말로하는것 말고 글로 써서 너에게 전하려고 해

 

우리는 작년 여름이 시작하기전, 늦은 봄에 다같이 친구들과 술을 먹고

나는 버스타고 집에 돌아는길에 전화하다가 내가 너에게 고백을 받았지.

 

난 당시에 너한테 좋아하는 마음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몇 주 뒤에 마음 굳게 먹고 너에게 헤어지자했었지 그치?

 

근데 그 날 밤에 네가 울면서 날 붙잡았고 서로 같이 울면서 같이 잘 노력해서 이쁘게 사귀어보자고 얘기했었지

그리고 그 말에 진짜 증명이라도 하듯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이쁘게 사귀었던거같아.

 

100일되기 몇일 전에 같이 반지도 만들러 가고,

옷 맞춰입고 수목원 가려다가 수목원까지는 못 가고 그 근처로 놀러가기도하고.

 가끔 네가 우리동네에 놀러오고, 또 그러다 내가 네 동네에 놀러가서 데이트할때도 있었고.

우리는 계획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데이트하면서 더 흥미진진하게 놀았던거같아.

 

난 작년에 재수했었고..재수라기 보단 그냥 1년 쉰거지만서도..

주말에는 내가 알바를하고 넌 돈벌시간 없는 대학생이었으니까

네가 돈이없을땐 내가 내고 네가 있을땐 네가 내고 그렇게 1년을 보냈던거같아

 

그렇게 탱자탱자놀던 내가 작년 10월에 대학에 수시원서를 넣고, 면접도 보러가고..

5시간 기다리던 면접때도 넌 1층에서 졸면서까지 날 기다려줬어.

안붙으면 학교 불태워버릴거라고 같이 원망하면서ㅋㅋㅋㅋ근데 결국 그 학교에 붙었잖아ㅋㅋㅋㅋ

 

그리고 네가 입대해야할 나이라서 머리밀기전에 이미지사진찍고, 머리밀고나서 스티커사진찍고

머리미는동안에 동영상찍은거 자막도 입히고 편집도해서 올려주고

 

입대하는날 어머님이랑 같이 울면서 너 배웅해주고

하루하루 네가 보고싶은마음을 인터넷편지 800자로 담아내기엔 내 마음이 너무 넘쳐서 매일매일 쓸때마다 아쉬웠어.

 

그리고 목빠져라 수료식, 우뚝 서있던 네게 달려가는게 너희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어머님 아버님 뒤에 서있다가 얼른 달려가라고 하셔서 금방 널 찾아가서 안겼는데

보고싶던 네 얼굴을 사진이 아닌 실제로 보니까 더 반갑고 기쁘고 말로도 글로도 표현못하겠더라.

 

수료식 후에 네가 특기병이라 기계화학교에 갔었을때는 매일같이 전화가 오는데 네가 씻지도 못하고, 전화요금도 없어서 못 전화한다고 했을때

"우리 그럼 월, 수, 금요일에 전화를 하고 화, 목요일엔 씻으라"고 했었지. 너의 청결을 위해서ㅋㅋ

근데 가끔 그냥 네가 전화했을땐 내가 잔소리해가면서 널 씻으라고 했었고

아버님과 같이 기계화학교로 면회를 가서 같이 보고싶던 벚꽃을 보며 같이 소소한 꽃놀이를 했던거같아.

 

기계화학교가 끝나니까 다시 훈련소에 가서 또 훈련을 받고, 전방이긴하지만 최전방까지는 아닌 지역에 네가 배치를 받으며 우리는 변함이 없을거같았어.

 

근데 그때부터였을까?

매일같이 전화하고 얼굴을 마주하던 우리가 뭔가 조금 익숙해지기에 시들해지는거같더라.

 

부대생활의 모든걸 알고싶은데 안좋은 일은 안알려주고 쉬쉬하는 너에게 화가 나더라.

"네가 나한테 하나 안알려준게 있는데, 그것때문에 화가나니까 알려달라" 고 대놓고 힌트를 줘도 끝끝내 모르는척 하는 너에게

 

권태와 화가 뒤섞여서 결국 나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 너에게 전화가 왔고 그 길로 이별을 고했어.

 

너는 후회하지않겠냐고 물었고 나는 나중에라면 후회하겠지만 지금은 후회 안 할 선택이라고 했었지.

'분명 너라면 날 잡아줄텐데, 왜 나에게 아무말이 없을까?'

 온갖 생각을 다 하며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마음에 고백받게 된 사람과 연애를 하게된거같아.

근데 홧김에 널 잊으려고 만났던 사람이 너와 똑같은 말투, 똑같은 행동, 똑같은 생각을 하고있는걸 얼마 안가서 알게되었고.

그 사람의 이름도 기억이 안나게되고 어쩌다 한번은 네 이름을 부를뻔하는 지경에 이르렀어.

결국, 난 그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게되었고 그 사람은 널 잡는 나처럼 날 잡더라.

 

네가 첫 휴가를 나온날. 당장이라도 너한테 달려가고싶었는데, 나는 알바가 있어서 네게 달려갈수없었어.

그 이틀 후 널 보기로했고, 우린 영화를 보고 술을 먹으러갔지.

 

술을 먹다가 울면서 네게 매달렸고, 너는 모진말로 날 떼어내려했어.

그리고 결국 내가 술에 취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냥 무단횡단하려는 나에게 건너지말라며 붙잡는 널 보고 내가 화가나서 소리쳤어

도대체 나 다 잊었다는 니가 대체 나의 뭔데 내가 건너려는걸 막느냐고

그러면서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네가 그걸 줍느라 나에게서 떨어지는 순간 나는 널 벗어나려고 길을 건넜지. 지금 생각하면 미친짓인거같아

그렇게 몇분을 네가 따라다녔던거같아.

챙겨준건 정말 고마워 너 아녔으면 난 집 못가고 아마 또 엄마한테 머리채를 잡혔겠지

 

네가 나한테 술먹을때 했던 말 기억나?

한달 반동안을 힘들게 바쁘게 보내면서 날 잊었다고. 수료식날 기다리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사람이 헤어지자하고 연애중띄워서 아무도 못 믿고 이젠 연애못하겠다고.

 

내가 정말 미안해.

아무리 붙잡아도 네가 날 밀어내는게 왜 난 그게 니가 날 싫어해서가 아니라 애써서 밀어내는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 복귀하는날 길게보낸 카톡 기억해?

네 마음에 여유생기면 말해달라고, 붙잡을테니까.

 

이젠 내가 널 더 좋아하고있을게 자리하나면 남겨줘

많이 보고싶다 기갑운전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