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당하는 성추행, 성폭력 가해자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확률로 친인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촌, 삼촌이 가장 많고요. 그나마 부모가 펄펄 뛰며 어떻게든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면 나은 편입니다만, 대부분 집안 일이라며 쉬쉬하고 피해자의 입을 막습니다.
이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사촌이라고 해도, 경제적인 문제라고 해도 저런 형태의 동거를 쉽게 용납하기 힘듭니다.
반면, 사촌 사이임에도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내며 친남매나 다름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형제 자매가 많지 않은 요즘은 친오빠가 없으니 사촌 오빠가 더 살가운 경우도 있고요. 오히려 티격태격 크는 남매와 달리 어느 정도 생활이 분리된 사촌 오빠이기 때문에 좋은 사이가 유지되기도 해요. 오빠쪽 입장에서도 본인 여동생이 없다면 여동생 로망이 사촌 동생에게 집중되어 더없이 좋은 오빠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당연히 이렇게 자란 사람은 우리가 사촌이지만 친남매같은 사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누가 봐도 합치는 게 함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서는 쓰니나 남친이나 어느 한 쪽이 잘못했다. 양보해야 한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본인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을 끝까지 남친이 설득하려 들 경우, 결론은 그냥 헤어지는 것뿐입니다. 쓰니가 남친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여기서 조금 쓰니 쪽 입장으로 기울어지는 건요. 사촌 여동생과 동거를 한다고 할 때 쓰니가 당하게 될 상황이 너무 훤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둘이 데이트하다 늦어지면 걱정이 된 사촌 여동생이 전화를 할 수도 있겠죠. 밤길에 귀가하다가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면 당연히 같이 사는 오빠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하지 않겠어요? 하다 못해 집에 뭐가 없다, 들어오는 길에 사오라는 전화도 종종 올 테고요.
이게 오히려 사로 잘 챙기고 예의를 챙기는 상대이기 때문에 더 건드리기 힘든 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저라면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쌓일수록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네요. 유치한 생각이라고 인지하면서도 매번 '나보다 저 친척 동생이 더 중요한가? 쟤는 일부러 우리 데이트를 매번 방해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야 할 수 있거든요. 이게 오래 이어지면 없던 의심증에 자격지심과 집착, 그리고 우울증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남친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끝까지 쓰니를 설득하려 한다면, 그냥 헤어지는 편이 나아요. 남친이 하는 설득에 넘어가 연애를 계속 한다고 해도 그 끝이 좋긴 힘들고요. 지금 헤어지면 자존심은 지키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쓰니가 망가지기 쉬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