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J에게 보낼 편지

marym2015.07.17
조회1,375

J에게

안녕? 정말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사실 가끔씩 서랍장에서 너가 나에게 줬었떤 편지를 읽곤 해.

이 편지를 쓰기 전에 물론 읽었어.

예전에도 내가 얘기했었지만, 이 편지를 읽으면 그렇게 눈물이 나거든.

이 편지에 담겨져 있는 진심이, 나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져 있어서 좋으면서 슬프거든.

나는 곱씹어보는 걸 좋아해서 가끔 네 편지를 읽어보는데 너는 어때? 

음... 그래도 몇 년 뒤에 아주 우연히 내 생각이 나면 한 번정도는 읽어줬음 좋겠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그동안 너와 함께 했었던 추억들을 기억해봤어.

(곱씹어 보는 거 좋아한다고 했지? 헤헤)

기억해보려고 맘먹으니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추억들이 쏟아져 나왔어.

 

우리, 2014년 10월 우연히 알게 되어 현재까지... 길다면 긴 만남을 이어온 것 같애.

처음 만났던 날을 항상 나는 너한테 놀리듯이 얘기했었지만,

사실 살짝 떨면서 나한테 얘기하던 그 모습이 참 좋았어. 

나는 진심을 잘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그 모습이 그렇게 참 좋았어.

 

너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에이전트를 세우는 게 너의 꿈이라고

설레면서 얘기할 때 그 모습이 그렇게 빛이 났어. 

나는 점점 흐려지고 빛을 바래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때였거든. 

그렇게 나와는 다른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했어. 


너는 참 생각치못하게 감동을 잘 주던 사람이었어. 

난 그걸 섬세하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기억하려나? 


내가 아파서 회사 조퇴하고 집에 있다고 하니까, 한 걸음에 우리집에 왔었지.

그리고선 가방에서 꺼낸 텀블러. 그리고 그 속에 담겨져 있던 딸기. 

아마 겨울에 한창 내가 딸기얘기를 엄청 해서 너가 몰래 담아왔었지. 

그 때 먹었었던 딸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거야. 

 

크리스마스 기념이라고 나몰래 돌아다니며 목걸이 구해서 선물로 주던 너.

넌 항상 사소한 얘기도 흘려듣지 않고 챙겨주려 했었지. 

아직도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해. 


공원에 가서 네 무릎을 베고 잠들었었던 겨울. 

처음으로 둘이서 사진찍고 거닐던 여의도의 봄날.

한껏 둘이서 술에 취해 춤추러 다녔던 홍대.

그리고 집에 가기 전에 즐겨먹었던 떡볶이집.

알고봤더니 장애인석을 예매해서 맨 뒷자리에서 킥킥거리며 봤던 영화.

그리고 너가 데이트할 때 자주 뿌렸던 불가리 옴므.

얄궂게도 이제 불가리 향수만 맡으면 네가 생각날 것 같아.


많은 추억, 일들이 있었지만 사실 아직 하지 못한 경험들도 많아서 그게 참 아쉽다.

너가 항상 극찬하는 종로의 맛집도 아직 못가봤고,

단 둘이 남산에 가보자던 이야기도, 함께 여행을 가자던 이야기도 못지키는 것 같아 아쉽다.

여행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내가 이 편지를 너에게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너가 이 편지를 읽게될 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너가 그만 미안해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 편지를 너에게 써.

 

그러니까 우리 서로 그만 미안해하자.

 

이제 그만 나 때문에 숨기려 하지말고, 하고싶은 데로 살아가면 돼.

이제 나때문에 시험기간에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나때문에 부모님한테 거짓말을 하면서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아도 돼.

 

나때문에 여유가 없어보여서,

나때문에 답답해 하는것같아서,

이제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멈춰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리고 사실 이 편지를 쓰는 또다른 이유는 

나 스스로 정리하기 위함도 있지만, 너에게 나를 더 깊이 각인시키고 싶어서야.

물론 시간이 흐를 수록 내가 흐릿해지겠지만 이 편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서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그 때 너에게 나를 진하게 상기시키고 싶어서야. 

내가 네 편지를 읽을 때처럼 말이야. 한 번쯤은 다시 읽어줬음 좋겠다.


우연하게 만나, 서로에게 많은 자극이 되고,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갔네.

서로가 서로에게 자주하는 말이지만 항상 진심으로 고마워.

우리 이야기는 이제 멈추지만, 고마웠어, J야.

 

내일 담담하게 안녕하고 싶다. 그럼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