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드라이브

김시우201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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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은 온통 새까맸다. 큰 길을 벗어나 샛길을 조금 타고 가면 나오는 드라이브 코스에는 희미한 형광등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이 있을 뿐 완전한 어둠이었다. 평소 민우는 산동네 절벽과 맞붙어있는 바다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해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드라이브를 즐겼지만 오늘은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창문을 닫았다. 왠지 뒷자석에서 자꾸 인기척이 느껴져 백미러를 힐끗힐끗 거렸지만 있는것이라곤 완전한 어둠 뿐이었다.

이제 곧 드라이브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커브 코스가 나온다. 거리가 멀다하고 바뀌는 커브와 가파른 경사 때문에 자칫 방심하면 바로 가드레일을 뚫고 절벽으로 떨어질수도 있는 고난이도 코스였다. 그는 속도를 줄이고 어둠속에서도 잘 보이는 노란색 표지판을 따라 첫 번째 커브로 진입했다.


엑셀에서 발을 떼어도 가속이 붙어 민우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의 균형을 맞췄다. 여전히 표지판이 지시하는 속도보다는 빨랐지만 그 속도로 달린다면 드라이브를 하는 의미가 없었다. 민우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붙였다 뗐다 하며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산길을 내달렸다. 핸들을 요리조리 꺾어 충돌을 피할 때마다 묘한 쾌감이 그의 잡생각을 모조리 날려주었다.


커브 여러개를 순식간에 돌파한 민우는 나지막하게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커브로 가기 전 일직선으로 펼쳐져있는 길에서 최고속력을 냈다. 마지막 커브는 긴 U자 모양으로 지정된 속도를 내지 않으면 정말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었다. 위험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민우조차도 어두컴컴한 U자 커브에선 원하는 속도를 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올 때마다 자신의 기록을 깨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차가 뒤집혀 밤바다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이미 불나방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최고속력을 달리던 차는 순식간에 커브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노란색 표지판이 그의 시야에 정확하게 보였다.


뭔가 이상했다. 민우는 재빨리 페달에서 발을 떼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았다. 고요한 밤의 산속에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민우는 앞유리를 통해 보이는 표지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표지판은 자신이 알던 길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방향은 정확히 낭떠러지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표지판을 잘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재빨리 가속을 낸 민우는 표지판과 반대인 방향으로 차를 몰아 커브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커브길에서 차 한 대가 뒤집혀 구르는 소리가 산 속에 울려퍼지더니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표지판 뒤에 숨어있던 여자가 나와 고르지 못한 이를 드러내며 커브길 아래쪽을 보며 섬뜩하게 킥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