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같은 내동생

에휴2015.08.02
조회284

안녕하세요. 24살 여자입니다.

제동생은 저랑 한살차이입니다.. 제목 보고 여자인줄 아셨겠지만..

제 동생은 남자입니다..

 

제동생은 제대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군대에 있을 동안, 동생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편하게 살았습니다.

싸워야 할 사람이 없고, 치우지 않아도 됬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무시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간단한 에피소드를 몇개 말하자면..

 

1. 남다른 식탐.. 어렸을 때 치킨이 먹고 남으면, 보통 아침이나 점심에 같이 먹지 않나요?

조용해서 나가보면 혼자 먹고 있습니다.

나가본 이유도 왜 날 괴롭히지 않는거지? 너무 조용한데? 싶어서 나가면 그러고 있습니다.

보통 부모님께서 아이스크림 저녁에 아이스크림을 사 놓으십니다. 2개면 2개, 더 많이 10개면 10개.. 아침에 일어나면 한개도 없습니다..

또, 제가 가끔 장을 봐 놓으면 라면을 사다 놓는데, 새벽이 부셔먹느라 아침에 보면 또 없습니다. 도대체 몇개를 먹는 걸까요...

이거 가지고 뭐라고 했더니 부모님은 저만 먹는 것 가지고 예민하게 구는 치사한 애 만드십니다..

 

2. 자기가 먹은 것을 치울 줄을 모릅니다.

어렸을 때는 먹고 그대로 놓고 나가서 놀고 했습니다. 군대 들어가기 전까지요. 부모님이 맞벌이 하셔서 누가 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부모님 퇴근 하실때까지 갑니다.

그래서 제가 결국 치웁니다. 부모님 힘드실까봐.

이제 군대 갔다 왔다고 먹은 거 설거지통에 넣습니다.

근데 식탁은 아직도 닦을 줄 몰라요; 먹은 자국 그대로 있습니다.

 

3. 제 동생은 키가 190정도 입니다.. 저는 그에 비해 155 정도고요.

동생이 커서 좋겠다. 니가 늦게 들어가면 마중도 나와줘서 좋겠네

하고 친구들이 부러워 합니다. 물론 한번도 그런 적 없습니다.

딱 한번 마중 나온 적 있는데, 저희 할머니 집이 되게 구석에 있습니다.

명절에, 고3때 늦게까지 야자하고 혼자서 찾아갔는데 집이 너무 무서워서, 동생이 마중나왔는데, 너는 뭔 공부를 이시간까지 하냐며 시비가 붙었습니다. 시비 이유가 어이가 없는데 매번 패턴이 그렇습니다. 그냥 제가 같이 싸우고 화내고 우는게 재밌나 봅니다. 시비가 붙으니 또 화가 났나 봅니다. 그 자리에 저 버리고 달려서 도망갔습니다. 달려서 도망간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길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버린게 확실해 지니까요.

저 그때 미친듯이 울면서 할머니 댁에 찾아갔습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그 길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정말로 무서워서 울어본 거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습니다.

 

4.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 입니다.

제가 다 준비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물건 하나를 놓고 나갔습니다. 보통 준비성이 철저해서 이러지 않는데, 제가 벗기 복잡한 샌들을 신고 있어서 처음으로 동생에게 부탁했습니다. 얘는 컴퓨터 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부탁했나 싶습니다. 왠지 군대 다녀와서 달라졌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웃고 떠들면서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쪽팔리지만 얘 기분 보면서 마춰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미안한데, 누나 이어폰좀 가져다 줄 수 있어?"

했더니 듣는 척도 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지고 오는데 뭔가 서러웠습니다.

밥도 해줘, 과일 씻어다줘, 간식 준비해줘 다 해주는데 나한테는 이거 하나 못해주나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그게 그렇게 어렵냐고, 진짜 우리 이렇게 남보다 못한 사이냐고

"내가 가져다 줘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미안한데라고 말 붙였잖아.."

이해시키려고 했는데 답이 안나올거 같아 저기까지만 말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는데 참 말하기가 그렇습니다.

저희 엄마는 동생바보입니다. 얼마나 좋겠어요 아들이 듬직하면.. 저도 인정합니다.

갱년기가 와도 절대 동생한테 안풉니다.

집안일하고, 엄마랑 대화를 제일 많이 하는 저에게 풉니다. 이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딸이니까요. 요즘 너무 서럽고 자꾸만 자존감이 내려갑니다.

아빠는 언제나 저의 편이라고 힘든 일 있어도 아빠는 니편이라고 말하시지만. 감사할 뿐 그 편이 가족 관계에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 다는 것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말 하지 말고 남처럼 살자 해도, 그때뿐 와서 또 건듭니다. 대꾸 안하고 있으면 부모님꼐 여쭤봅니다 누나 무슨 일 있었냐고. 그래도 무시하고 있으면 와서 때릴 듯이 손으로 겁줍니다. 그럼 눈 깜빡 하게 됩니다.. 그렇게 또 억지로 반응 유도해서 말 겁니다. 그래서 아 이제 풀렸나 싶어서 눈치보다 지내게 되면 또 다시, "내가 그럴 이유 없잖아?"로 되풀이... 미친년처럼 소리지르고 울고 화내봐도 심지어 무릎도 꿇어본 적 있습니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 그냥 미친년 취급..

 

군대 갔을 때 잘해주면 나와서도 잊지 않는데서, 몇번이고 소포 바리바리 보내고, 편지써서 보내고..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괘씸해서 챙겨주지 말자 다짐하고, 안챙겨주면 부모님은 저에게 너만 입이냐고 인정없다고 한소리 합니다. 엄마의 장보기는 늘 동생에게 맞춰있습니다. 그냥 이부분은 포기하면서 살려구요. 출가외인이라고 벌써부터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가는 방법밖에 없겠지요.. 지금은 다 상관이 없는데, 너무 걱정인 것은 판에서만 보는 이상한 남편들 이야기가 제 동생한테 오버랩됩니다.

평소에는 진짜 정상인데.. 뭔가 정상같지 않은.. 아 설명하기도 곤란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동생.. 남이면 무시하고 살기라도 하고, 남편이라면 너랑 안산다고 협박이라도 할텐데, 제동생한테 저는 단지 무시의 대상이라 그런것도 안먹힙니다.

부모님도 결국 똑같습니다. 저한테 하는 거 보니 나중에 미래의 올케에도 남자는 원래 다 그렇다. 이딴 소리 할거 같습니다. 그런 개념없는 시월드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꼭 미래의 올케의 편이 되어 줄겁니다. 지금 제가 너무 힘드니까요.

 

제 동생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밖에서보면 진짜 정상인데... 얼굴도 훈훈이상이어서 인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저런 줄 몰라요. 여우같아요. 근데 더 화나는 건요 저자식이 저 놀리려고 그러는 게 아닌 것 같고 그냥 재밌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같은 말인가요.... 집에 있는게 너무 스트레스 받고 우울합니다. 어제도 울다가 새벽 4시에 잠들었어요. 근데 지금 깨서 글 작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밖에서 친구도 많고, 사회생활도 잘 하고 있습니다. 근데 집에만 오면 찌질이 쫄보 또라이 미친년이 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합니다..

 

이런 남동생 있으신 분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렸을 때 싸우면 어른들이 대학 들어가면 안그렇다, 대학 들어가도 그려면, 군대 다녀오면 안그런다. 군대 다녀왔는데도 이러고 있는데... 저보다 나이 많으신 판 여러분들.. 몇살 쯤 되면 내 동생 저런 거 없어지나요?

하루하루가 아슬아슬 합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성공해야 할 이유입니다. 꼴 안보려면요.)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현명하신 분들 도와주세요.

(두서없고, 오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