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시어머니, 불안한 남편 직업, 가난,괜찮네요

히히2015.08.03
조회6,582
이제 아기가 세돌되는 전업주부아줌마에요.
결혼전 친정, 지인들 반대 엄청났어요.
결혼한지 오년.
괜찮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네요.
시아버지는 남편이 어릴때 집을 나가고 시어머니가 힘들게 아들 둘을 키웠어요.
시어머니가 칠순이 다된 노인이라 일할 수 없고, 수입도 없고 가진게 정말 없는 상태였어요.
남편도 직업이 불안한 입시학원 강사고요.
다들 걱정이 태산이었는데..그런데 어떻게 된게 잘 살고 있네요.
친정에서 집을 사줬기에 시작이 순조로웠다지만..
다들 도와줘서 잘된거죠.
먼저 아주버님이 직장이 빵빵한 사십대 노총각인데, 결혼전 저한테 자기가 통장잔고가 빵빵하고 장가들 생각 없으니, 어머니 노후, 병원비 일체 걱정마라고 해줬어요.
아주버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아주버님이 산집에 그래서 지금 어머님이랑 둘이 살고 있고, 어머님께서 살림하고 뒷바라지.
원래 남편이 집에서 딸노릇 했는데, 남편이 장가드니 아주버님이 이제 어머님하고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더 살뜰히 챙긴다고 하더라고요 ㅠㅠ
항상 너무 고맙죠.
아주버님이 조카를 너무너무 예뻐해줘서 크면 주말마다 공부시킬거라고 ( 아주버님이 서울대 좋은과 나옴) 벼르고 있어요.
매일마다 카톡으로 아주버님이 조카 사진 보내달라고 해요.
주말에 하루씩 아기를 시댁에 맞기면 어머님이랑 아주버님이 아기 보고 저랑 남편은 장을 보러가거나 같이 쇼핑하러가거나 머리를 하러가거나 볼일보는 겸 데이트를 해요.

남편은 장가간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인강이 대박나서 돈을 많이 모을 수가 있었어요.
열심히 모아서 좀더 넓은 집 옮길수 있을거 같아요.
남편이랑 저랑 아이가 아빠 낯설어하는게 싫으니 집에 온 순간 애는 아빠 품에만 있는 걸로 합의했어요.
대신 가사노동 일체 안 시키기로.
남편은 직업 특징상 정말 늦게나 오고 늦게 출근해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면 저 아침 운동 갔다오라고 아기 봐줘요.
그 사이 아기 밥 먹이고 같이 그림그리고 놀고, 정말 신나게 놀아줘요.
남편이 출근하기전에 제가 편안하게 음식하고 집안 청소 하고 필요하면 은행 일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이제 아기가 유치원 다닐 나이가 되면 저도 다시 일할 생각인데, 시어머니가 애 끝나면 데리고와서 제가 퇴근하기전에 있어주기로 했어요.
홀시어머니라고 전 엄청 겁먹었는데, 아주버님이 남편 자리를 매꿔서인지, 남편이 제 교육에 잘 임해서인지,
그렇게 우리일에 크게 간섭 안 하셔요.
아까 말했다시피 주말 낮에 우리부부 볼일도 보고 데이트 하라고 하루 정도 맡아주셔요.
저나 남편이 감기 걸리면 우리한테 옮는다고 아기 데리고 가셔요.
아기가 순해서 어디가나 잘먹고 잘 자는 편이라지만, 칠십대 노인한테 버거운 일일텐데 고맙죠.
본인이 음식을 못 해서 반찬 못 해준다고 미안해하시는데, 그런게 오히려 스트레스잖아요 ㅎ
제가 음식에 좀 자신이 있어서 아기 맡길때마다 매주 밑반찬을 좀 가져다 드리는데 그렇게 좋아해요.
어머님이 손주 사진 매일 보고 싶어서 스마트폰 이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손주 사진 좀 보내줘! 라고 부탁하는거 말고는 저한태 연락해서 부담주는 일 절대 없어요 ㅎ
명절때 하루 정도는 쉬라고 명절때 남편이랑 아들만 보내라고 하루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친정에 가고나 쉬라고 하셔요.
시댁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며느리가 어디 있냐고 ㅎㅎ

가난한 집에 시집가서, 친정집 제 방보다 조금 큰 작은 집에 살고, 옷이니 신발이니 다 포기하고, 네일이니 머리니 엄두도 못 내고 하루하루 챗바퀴 도는 초라한 밥순이 삶이지만, 예쁜 아가랑 신랑이 있고, 좋은 시댁이 있어서 괜찮은 삶인거 같아요 .
결혼전 삶보다 못한 점이 많죠!
그런데 뭐, 나름 괜찮아요.
악조건이라고 무조건 겁낼거 아닌거 같아요.
사람들만 좋으면, 물질적으로 쪼들려도. 나름 괜찮은 삶을 살수 있는거 같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