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데레 할아버지

나다2015.08.13
조회32,302

판에 처음 써보는 글인데,

그냥 편의상 음슴체 이용함.

 

이걸 어디다 올려야 하나 해서 일단 요 카테고리에다 올림.

따끈따끈 어제 저녁에 겪은 썰임.

 

 

어제는 알바하는데서 회식을 했음

원래 튈 생각이었으나 소고기를 먹는다길레

오 굳굳 이러면서 쫓아감.

 

암튼 고기에다 냉면까지 때리고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까

11.15분임.

근데 진심 알바하는데가 술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난 배만 겁나 부르지 술은 하나도 안 취해 있었음

걍 맥주 한잔 마신게 다임

 

근데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집까지 한 5~10분정도 걸어야 함.

그렇다고 뭐 엄청 무서운 동네는 아니고 그냥 어두우면 사람 별로 없는

그런 평화로운 동네임.

 

암튼 그래서 나는 집까지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음.

밤이라 날씨도 좋고 완전 필 받아서

듣고 있던 음악을 열라 크게 틀고 열심히 리듬을 타며 집에 가고 있었음.

 

안그래도 얼마 전에 친구한테 엄청난 EDM 추천곡들을 받았어서

늦은 거리에 혼자 댄싱 파뤼 투나잇을 즐기고 있었음.

 

그렇게 좀 걷고 있는데 누가 나에게 엄청난 등짝 스매싱을 날림.

 

겁나 당황해가지고 한쪽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획 돌림.

 

거기에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날 노려보며 서 게셨음.

 

뭐지?

뭐지뭐지뭐지뭐지뭐지뭐지뭐지뭐지뭐지뭐지?

 

엄청난 당황 태그를 타고 있던 나는

이게 말로만 듣던 할아버지들의 행패인가???????

이러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엄청 무섭게 버럭 하시는 거임.

 

어디서 다 큰 처자가 야밤에 맨 다리를 내놓고 귀에 뭐 꽂고 있어?

위험한거 몰라?

 

...예?

 

거 뉴스도 안 보냐? 그러고 다니면 험한 일 당해!

거 테레비에서 보니까 여자들은 밤에 혼자다니면 귀에 뭐 꽂지 말라 그러드라!

우산은 왜 안 들고 댕겨? 늦게늦게 다니면 우산을 들고 댕겨야 나쁜 맘 먹은 놈들을 혼쭐을 내주지!

어디서 위험하게 귀를 막고 다녀 다니기를!

부모님은 너 이렇게 늦게 들어가는건 아시냐?

 

...네, 연락드렸어요....

 

그럼 뭐하는거야! 후딱 들어가! 귀는 뚫고 다니고!

 

라면서 내 등을 거칠게 떠미시길레 얼결에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를 웅얼거리고 집으로 뛰어감.

 

할아버지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계셨음.

 

그때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할아버지 기에 눌려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는데

막상 집에 들어오고 나니까 뭔가 되게 기분이 좋았음.

뭔가 인터넷 보면 경로우대를 외치며 피해를 주는 노인 분들이 계시는데

난생 처음 보는 할아버지는 츤츤거리면서 막 걱정해주시는 거임.

엄청 무섭게 버럭하셨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다 맞는 말임.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