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인데 여학생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111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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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하게 아끼는 특별한 제자에 대해서.
얼굴이 예쁘지만 자기가 예쁜 것을 모른다.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마음 속으로 품고 있는 생각에 숨김이 없다. 형제가 많다 ㅡ 5남매의 막내. 집안에 어려운 점이 있어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이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노력하는 타입.
이혼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가정 형편이 어렵고 사교육 같은 것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서, 될 수 있는 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가르쳐 주고 있는데 제법 총명하고 이해가 빠른 학생이라서 함께 가르치며 배우는 시간을 쌓아갈수록 점점 실력이 늘어 가는 것이 보이고 나로서도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 방과후 학교를 하면서 평소에 모르겠던 내용도 함께 설명해 주는데 너무 착하고 잘 따르고, 요즘 아이답지 않게 세상에서 때묻은 느낌이 없어서 참으로 보석 같은 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리어카 끌고 노점을 하시는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ㅡ 평소에 선생님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선생님 덕분에 딸 아이가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ㅡ 우리 아이 잘 돌봐 주셔서 고맙다고 거푸 고개를 숙이면서, 연신 사례를 하시길래, 그때는 내가 꼭 마치 미래의 사위로 인정이라도 받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그저 어쩔 줄도 모르고 쑥스러워만 하다가 그 곳에 있기가 부끄러워서 갑자기 급한 연락을 받은 척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 날은 저쪽에서 문제를 여쭈어 올 때도 별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아이와 둘이서만 있게 될 때는 두근거린다.

생일이었다. 아이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런데 그 애는 눈을 피할 뿐 다른 아이들의 앞에서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다.
어느 새 쉬는 시간이 지나고 수업 종이 울렸기 때문에 나는 다음 수업을 준비하러 3층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였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더니 다가와서 작은 보꾸러미 하나를 건네었다. 이게 뭐니 하고 물어볼 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그애를 보면서, 필사적으로 다음 수업이 끝날 때까지 꾸러미를 감춰둘 장소를 찾았다.
근처에 지하철 역 지하에서 파는 삼천원짜리 손수건 한 장과 손수 만든 과자 한 줌 그리고 생일 축하 편지 한 장이었다. 학생들의 '음악 선물'도 물론 기뻤지만 특별히 기뻤던 것은, 역시 그 아이의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 아이를 알게 된 지 몇 개월, 지금도 감정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교사와 제자라는 관계를 의식하지 않는 건 아니다. ㅡ 몇 년 전까지는 이런 식으로 행여나 내가 이성을 느끼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ㅡ 그렇지만 어느 경우고, 그 사람의 지위가 있기 이전에, 사람 대 사람이다.
정말 나는 이 친구를 좋아하는 걸까? 그 아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렇게 내가 시시콜콜하게 적고 있는 것처럼 가끔이나마 내 생각을 하는 때가 있을까?

아직껏 그 아이가 직접 좋아하는 아니 적어도 이성으로서 마음에 두고 있는 사인을 보낸 적은 없다. 언젠가 그 아이가 나 이외의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질투를 느낀다. 그것은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까?
그애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나보다 십수 년 이상 인생을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다. 현실과 사회의 난관 앞에서, 희망도 미련도, 모두 아낌 없이 접을 수 있다면.
오늘도 내 가슴은 하얗게 불타오른다.



염옥

새로운 학급의
학생들과
처음 대면하던 날.

헤매이던 시선이
머물고 ㅡ

주볏거리며
이 쪽을 주시하는
자그마한 얼굴에

눈이 마주치던
그 때

머리 속에서
한 차례
고요히, 종이 울렸다

한 손으로 가볍게 쥐면
손가락 사이
그대로

흘러내릴 것 같은
짧은 단발

투명하고 맑은 얼굴에
떨어진
ㅡ 해 뜨기 전

한 방울
아침 이슬 같은

새학기, 첫 만남
앞에: 겁 먹은,
순록의 자그만 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