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십언니의 동성애 이야기 < 6년차 커플 편 >

현실멘토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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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안녕안녕!

아침에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지금은 좀 맑아진 것 같아

어... 밝고 좋았던 일들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반응들이 있어서

오늘은 우리 커플의 실상(?)에 대해서 조금 남겨볼까 하는데...

생각보다 달달하고 밝은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어서... 걱정이 된다.. ㅎㅎ

 

일단 우리가 사귀게 된 그 날을 떠올려 보면 오래 전이긴 해도 그 날은 잊을 수가 없긴해

바람이 쌀쌀한 늦가을이었지 아마

우리는 원래 언니가 중딩시절에 잠시 매니아층을 모았던 애니메이션 팬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이야

그 카페를 내가 처음 가입했던게 중1로 올라가던 시기였나 그랬을거야

사실 그 때는 서로 관심도 없었고 그냥 카페 안에서 친목을 다지는 모임에

같이 포함돼있던 수준이었지.. 그리고 그 애는 당시에 남자친구가 있었고

오프라인 모임에 남자친구와 함께 참석을 한 적도 있거든

 

서로 급격히 친해지고 관심을 가지게 된건 언니가 고3이 되었을 무렵?

집안일로 인해서 지방으로 내려가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타지에서 맘 맞는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컴퓨터와 거의 항상 같이 지내던 터라 (사이버 쪽 전문계였거든)

거의 그 카페에 상주하다시피 글도 올리고 카페 사람들과도 더 친하게 지냈었어

게다가 나는 전 카페지기에게 카페를 양도받아 카페주인이 되어있었고

그 친구는 운영진에 속해있다보니 카페 운영에 대해서 이야길 하면서 친해진 것도 있었지

 

처음부터 가깝게 지내진 않았어도 워낙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이미 서로의 성향이나 성격 등등 거의 파악하고 있는 상태여서

어느 순간 공통점이 많고 잘 맞는 사람이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

또.. 둘 다 동성애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이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사귀기 시작하고부터 카페에 꽁냥질도 했는데 지금보면 많이 부끄럽지..

사실 둘 다 약간 허세끼가 있었거든 ㅋㅋ 별별 흑역사들이 다 있는데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아..

 

애인이면서 친구이면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보니

정말 크게 대판 싸웠던 적은 없었어.. (내 기준인가...?)

그 아이가 나보다 2살 어리다 보니 내가 대학교 졸업시즌에 지쳐 있을 때쯤

수능에 지쳐서 허덕이고 있었지.. 그 때가 아마도 서로 가장 힘든시기였던 것 같아

 

우리도 물론 마냥 달달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어

그게 약 1년 반정도 사귄 시점까지 였던 것 같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둘 다 현실 직격탄 맞고 난 후로는 허세부렸던 것도 다 반성하고

소탈하게 그냥 사랑만 하면서 지내자 했기 때문에 기념일도 막 거창하게 챙기질 않아

어차피 100일, 200일, 300일............ 지금 우리 사귄날이 몇일이나 되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사귄지 2107일째야 ㅎㅎㅎㅎㅎ 새삼 엄청나네

그럼 100일 단위로 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챙기려면 21번이나 챙겨야 되는데

... 챙기기는 개뿔.. ㅎㅎ 100일 단위로는 200일까지만 두 번 챙기고서 이후로는 년차로 챙겼어

 

근데 뭐 기념일을 다 챙겨야만 사랑의 증거가 되는 건 아니잖아?

사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서울-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서로 거주하다 보니

이젠 두 사람다 직장인이기도 하고 연애초부터도 암묵적인 동의하에

항상 주말에만 만났기 때문에 지금도 쭈욱 그렇게 만나고 있어

너무 자주 만나고 하다보면 더 자주 싸운다잖아.. ㅎㅎ 그렇게 위안을 삼지

 

언니가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친구도 비슷한 상황이 되다 보니 두사람다 일에 너무 치여서 힘든 상태야

애정전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서로 엄청 구속을 하거나 하질 않다보니

하루 쯤 연락이 되지 않아도 그냥 그러려니.....

그건 6년차 커플의 연륜(?)과 서로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에 가능한거라고 보긴해 ㅋㅋ

평일엔 저렇게 서로 무심한 것 같이 하다가도 막상 만나기 전날이 되면

내일은 어디서 볼까, 먹고 싶은 거 있니, 하고 싶은 거 있니, 가고 싶은데 있니 등등..

평범한 다른 커플들 처럼 데이트 계획(이랄것도 없지만)도 잡고..

 

우리는 서로 만나는 날 힐링한다는 식으로 표현해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같이 맛있는 걸 먹고 마주앉아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힐링이 되고 힘이 된다는 걸 알고 있거든

그래서 가끔 주말에 못보게 되면 2주가 지나서 보게 되는 거라

한 번이라도 빼먹게 되면 다른 떄보다 더 지치는 것 같긴해..

 

동성커플이라고 뭐 이성커플들과 크게 다른 건 없어!

좀 더 좋은 점이 있다면 같은 성별라서 공감대가 더 단단하다는 거?

서로 배려해 주어야 하는 점들을 이미 다 알고 있다보니 그런데서 오는 편안함도 좋고..

우리끼리는 뇌트워크라고 칭하긴 하는데 ㅎㅎ 흔히 텔레파시라고 하지?

같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아!

그러다보니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런 것도 좋은 것 같고..

애초에 둘 다 성격이 개인사생활은 존중하며 연애하자는 식이어서

비슷한 가치관에서 오는 약간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 때문에

별탈 없이 오래동안 연애하는 게 아닌가 싶어!

 

이 정도면 전보다는 좀 밝은 에너지가 전달 됐으려나.. ㅎㅎ

팬픽이나 상상 속의 동성연애 스토리랑은 좀 다를 수 있긴 해도

소소한 행복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 커플의 이야기가 더 와닿을 거라 생각해

사실 동성연애를 하려면 이성커플에 비해서 제한적인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

그런 점들을 쓰려면 또 글이 우울로 끝날 것 같다.. ㅋㅋ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게 마무리 했네..

이야 오늘 불금이야!

그렇다고 집에 너무 늦게 들어가지는 말고~ 요새 얼마나 밤거리가 흉흉한데..

건전한 불금&여유로운 주말 보내길 바래!

주말동안에는 글을 쓸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ㅠㅠ

시간이 되면 짧게나마 써보도록 노력할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그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