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쳐서 결혼한다고 뒷말하고 다닌 친구

허무2015.08.22
조회5,990
안녕하세요
올해 10월에 결혼을 앞둔 32살 여자입니다
남친(아직 결혼 전이므로)은 35살 이고요.
저희 커플의 연애 기간은 꽉 채운 11년입니다.
그리고 제가 앞으로 말할 제 친구는
제 20년 지기 친구 입니다
이하 태희 라고 하겠습니다

저희 연애 기간이 많이 길었습니다
저나 남친 모두, 결혼은 좀 더 자리가 잡힌 후에
하길 바랐고, 나이가 많아서 조급한 마음은 있었지만 다행히 하던 공부와 일이 좋은 결실을 맺게 돼서 올해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양가 결혼 허락이 떨어지고
저희는 제일먼저
아기 갖기에 돌입했습니다
물론 양가 부모님도 허락하셨구요

왜 그랬냐구요?

제가 약 3년 전에 부인과쪽 질환으로 자궁 수술을
한 후, 난임판정을 받았습니다 . 그 이후로 의사선생님은 저를 보실 때 마다, 얼른 아이 가져라, 시간 더 지나면 아이 갖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말을
3년간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셨습니다.


정말 엄청난 좌절감과 절망감이 왓었죠
뿐만 아니라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저런 말 들으면
결혼도 아직 안 했는데, 하던 일 만사 제쳐두고
아이부터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짜 답답하고 미치겠더라고요

남자친구랑 수많은 상의 끝에,
그래도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일단 지금 당장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는것은 어려우니, 얼른 최선을 다해서 하던일 마무리 짓고 아이를 갖도록 하자고 결론을 냈습니다
혹여 그리 해서 임신이 안되몀 하늘의 뜻으로 알고 너랑 나 둘이 알콩달콩 살자. 이렇게요

지금은 덤덤하게 쓰지만
사실 그땐 서로 울고 정말..


그 후로 저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타들어 갔습니다
어쩌면 진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될거라는 생각에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났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결혼을 허락받고
드디어 아이 갖기에 매진(?) 하게 된겁니다
물론 식은 안올렸지만, 이젠 노력을 해볼때가
됐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8월 초 정말 기적적으로
아이가 들어섰습니다.
임테기에 두줄을 확인하던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남친한테 전화해서,
우리 이제 엄마 아빠될 수 있다고
얼마나 둘이 울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제 친구 태희가 알고 있습니다. 아주 정확히요.


그런데 며칠전 다른 친구에게서 카톡이
하나 오더군요.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 아 맞다ㅋㅋㅋㅋ너네 사고 치셨쎄여? ㅋㅋㅋㅋ
괜찮앙! ㅋㅋㅋㅋ그럴수도 있지! 임신도 축하^^'

정확히 요렇게 왔네요
일단 사고친건 (?)맞으니, 축하해줘서 고맙다 했고
근데 나 임신한건 어떻게 알았냐니까
( 임신한건 태희 포함 둘만 알아요)


'태희가 니네 사고쳐서 결혼 한다던뎅 ㅋㅋㅋㅋㅋㅋㅋ야 뭐 어때 너네 오래 사겼구 요즘 그거 흉도 아니래!! '



사고쳐서 결혼이라뇨..
그 수많은 눈물과 고통을 같이 옆에서 보고 들은 친구가, 좋은 말 다 놔두고, 마치 어린애들 불장난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결혼취급이라니...


태희는 제게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매우 불쾌했고, 배신감 마저 듭니다. 좀 전에도 태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답장을 못하겠네요. 이렇게 제 소중한 친구 인연을 끊어내야 하는건지, 왜 그런식으로 말한건지 묻고 앞뒤 사정을 들어봐야 하는건지, 정말 고민이 많은 밤입니다. 여러분 같으며 어떻게 하시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