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자살 高위험 상담받은 썰.txt

ppp2015.08.23
조회71,733
무제

덜 떨어진 인생의 지주가
무엇이 널 살게 하느냐고
문득 웃음 지을까나 너는
몰라 혹 울음을 삼키거나
불과 한 줌 코스모스라면

무엇이 있느냐 묻고 싶어
한데 그러는 너에겐 지금

치열한, 번득이는 빛으로
겨룰까 나의 보물과 너의
이채로운 기재를, 영원히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아 신이시여 저를 받아

주세요 머나먼 이상 대신
한 모금의 피와 안식처를



학교 백일장에서 쓴 이 한편의 시가 내 인생을 망쳤음ㅋㅋㅋㅋㅋㅋ

1. 저 글에서 마지막 줄에 '이상 대신 안식처'라는 부분을 보고
담임이 이건 분명 위험한 징조라며 가까운 시일에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부모님 소환하고 거기다 나는 정신조사에 가깝게 취조당함ㅋㅋㅋ
솔직히 나는 쓰라길래 쓴 죄밖에 없었는데
그것 때문에 일년 전에 썼던 일기장까지 검사당했음 ㅡㅡ

2. 내 글을 본 다른 애들도 경악함ㅋㅋ
당시에 같은 반에서 남몰래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애가 있었는데
담임의 그 썩을 정신불안자라는 부추김 때문에
그 뒤로 한 일주일동안 인사할 때마다 걔가 간혹 약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나를 좀 꺼려하는 것 같아서 어린 마음에 충격이 컸음;; ㄷㄷㄷ

3. 백일장 끝나고 이틀인가 뒤에
수상작이라고 문상 1장 주면서 날 보고 아침 조례시간에 TV에 나와서 읽으라는데
내 심정은 완전 절망임ㅋㅋㅋ 하루만에 이 꼴을 다 봤는데 더 무슨 일을 당하라고
마음같아선 문상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소리 꽥 지르고 나오고 싶었지만
소심해서 그렇게는 못하고
얌전히 하라는 대로 나가서 최대한 조용조용 읽음ㅋㅋㅋㅋ 문제가 된 그 부분 언저리에서 내 목소리가 떨리는거 알아챈 애들도 있을거임

그런데도 내 의지랑은 정반대로 핸드폰에 문자가 폭ㅋ주ㅋㅋㅋㅋㅋ큐ㅠㅠ
"저거 너냐?ㅋㅋㅋㅋㅋㅋ"
"무슨 약을 드시고 이렇게 쓰셨쎄욬ㅋㅋㅋㅋㅋㅋ"
"와 니 진심 소름돋는다ㅋㅋㅋㅋ니가 이런놈인 줄 진짜 몰랐음"
(아 살려줘라 제발......;; ㅠㅠ)

4. 그리고 [한 모금의 피를 주세요]라는 구절 때문에
남은 학년 반년동안 내 별명은 흡혈귀가 됐음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다른 반 선생도 나를 부를때 이름으로 안 부름ㅋㅋ그냥 뱀파이어임
누가 혹시 "야 반장, 니네 반 뱀파이어 어디 있냐?" 하고 찾으면
"ㅋㅋㅋㅋㅋ흡혈귀 3반쌤이 너 부름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됨ㅠㅠ
학기 말에 받은 롤링 페이어에서는 당연히 절반 이상이 "흡혈"로 도배됨ㅋㅋㅋㅋ

결국은 졸업 사진을 찍을 때도
어떤 X가 멋대로 영사실 같은데서 쓰는 두꺼운 스웨이드 천을 걷어와서
미친 놈들이 나는 꼭 드라큘라 백작처럼 검정 망토를 입히고 촬영해야 한다고 우기는걸
다행히 내가 귓등으로도 안듣고 결사 거부해서 인생에 중대한 오류를 남기는걸 겨우 피함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진심으로 살면서 입을 조심해야 된다는걸 깨달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