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결혼...그리고 헤어짐

yoonj2015.08.26
조회3,802

안녕하세요. 20대 후반의 직장인 입니다.

20대 중반에 너무 마음에드는, 평생을 함께 시간 보내고싶은 사람이 생겨서

연애를 시작하고 1년도 채 안돼서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외근이 많은 직장인이라 연애를 하면서도 자주 보지 못했어요 일주일에 한번...정도?

그렇게 나름 풋풋한 연애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잘 만나왔어요.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 놓치고싶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고싶어 프로포즈를 했고,

그리고 우린 결혼하게 됐어요.

결혼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될때 제가 이야기 했어요

 

"나 출장도 잦고, 업무하다보면 퇴근시간이 늦어 니가 많이 외로울수도 있어..괜찮아?"

 

이 질문에 너무도 고맙게도 괜찮다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대답해주어서 너무 고마운마음과

씩씩한 모습에 더욱 확신을 갖고 식을 올리게 됐어요.

 

저 가정보다 일이 먼저인 남자 아니에요. 제 평생의 소원은 나와 배우자 사이에 이쁜 아들 딸

낳아서 같이 여행도가고 아들하고 목욕탕도 가고 딸의 재롱잔치도 가고 정말 가족의 행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해도 최소한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선 마무리를 지어야하는게 이치

라고 생각하고, 또 나의 성공이 내 가족의 행복이기에 남들이 기피하는 일도 제가 도맡아하고

다른 팀이 업무 진행이 잘 안될때는 제가 나서서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퇴근시간이 늦고 주말에도 출근하게되고 또 출장을 가게되면 일주일은 집에 못들어

오고 이런일이 잦았어요.

 

근데..이게 제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저 정말 가족의 행복 하나만을 생각하며 일 했어요.

일이 좋아서 하는사람 어디있나요..저도 주말이고 평일이고 누워서 자고싶고 아내와 아이들과

시간 보내고싶죠..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정말 가족의 행복만을 보며 살았는데

다른 이유들을 갖다대며 제 진심을 몰라주는 그 사람이 너무 야속했어요.

 

근데 결혼을 하고나니.. 잘 견뎌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가 힘들었나봐요.

야근을 하다보면 10분이 멀다하고 전화..

 

언제와?, 나 저녁 안먹고있어 알아서해, 일이랑 결혼했어?, 등등.. 이런말을 하게되면..저는 또

직장에서 맘 편히 일 못하고 그냥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런것이 누적되다보니 직장에서

점점 인정받지못하게 되고 후배들에 밀리고 선배들을 따라잡지 못하게되니..저 스스로

초라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리고 퇴근이 늦으면 안되니 팀에서 하는 회식에도 참석하지못하고

퇴근해야했고.. 저도 잘 참으며 외로운 아내 안쓰러워하며 맞추어주려고 했는데 점점..

힘들고 스트레스받게되니 집에 퇴근을해도 그 사람과 이야기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다투는 횟수가 늘어나더라구요. 그런것들이 반복되다..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못하고 결국

서로 이혼을 이야기했고 ... 이혼한지 벌써 1년 가까이 되네요.

 

계속 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제 자신이 싫어..스스로

 

"내 잘못이다 그래 내 잘못이야" 되뇌이며 그 사람을 탓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1년동안

해오고있는데..잘 되지 않네요.

 

"내가 그렇게 잘못한건가..그래서 2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벌써 이혼을 하게 됐나..이 모든게

다 나의 잘못인가..아니..내 잘못이 과연 있을까?" 점점..그 사람을 더욱 원망하게 되고..

1년이란 시간동안 그 사람의 흔적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제 모습이 싫어..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여기에 그냥 맥주 한캔 마시며 끄적대고 있네요...

 

저 술 담배 하지못해서 직장 선 후배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 만들기도 쉽지않고..

노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운동하거나 그냥 문화생활 하는게 좋아 친구들 만나는 편도 아니구요

아직 젊은 나이라 제 또래 친구들은 클럽이니 뭐니 여기저기 잘 지내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친구들에게 괜한 고민 이야기해 친구들 맘 불편하게 하고싶지도 않아서..말 할수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가족에게 할수도...없어서 정말 혼자 끙끙 앓아왔는데..이렇게라도 키보드로 이야기

하고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네요.. :)

 

그냥 혼자 미친듯이 운동하고나면 피곤함에 잊고 잠들긴 하는데..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반복..

이 생활이 너무 힘드네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글을 쓰고나니 제 잘못은 없는것 같네요..저도 물론 잘못한게 굉장히 많겠죠.

저도 알아요. 분명 그 사람한테는 말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거고 제가 실수 한 부분이

있겠죠. 그걸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그 사람 탓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조차 이제 되지 않고

 

하..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1년가까운 시간동안 힘들었는데..앞으로 얼마나 더 긴 시간이

걸릴까요?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근데..그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더 흘러야

괜찮아 질까요?

 

그 사람은 저랑 이혼한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을 만나 사귀고 있는데..저는 왜 아직

다른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고 혼자 지지리궁상..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을까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지우고 잊어야 한다는데..언제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이 상처 잊고 다시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은 그 어떤 희망도 자신도 없네요.

 

저도 그냥 미친듯이 놀아볼까요? 아니면 술에 찌들어 지내볼까요? 그럼 정말 괜찮아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