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자의 20년된 선풍기

검객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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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광주광역시청에 실밥이 터진 구두에 낡은 양복을 입은 80대 노인이 윤장현 시장을 찾았다. 그는 윤 시장에게 “추석 명절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내놓았다. 기탁자는 광주시내 한 복지재단이었다.
광주시는 23일 “보문복지재단이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복지재단 측이 ‘추석을 앞두고 저소득층에게 차례상 비용을 지원해주고 치료비가 없어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긴급 의료비로 사용해 달라’며 기부했다”고 전했다.
간소하게 치러진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한 보문복지재단 정형래 이사장(86)의 차림새는 남루했다. 그의 검은색 단화(사진)는 곳곳에 밑창과 가죽을 꿰맨 실밥이 끊어져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해졌다. 양복도 곳곳이 낡아 있었다.

 


윤 시장은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1억원을 갖고 오신 이사장님의 다 닳은 신발을 보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실밥이 터진 구두에 대해 “내가 발이 편해서 이 신발을 오랫동안 신고 다니는 것뿐이다. 집에 새 구두가 여러 켤레 있다”면서 “늙어서 집에 있는 옷도 다 못 입고 있다. (알려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 보문고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평소에도 근검절약이 몸에 밴 것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다. 정 이사장이 사는 집은 25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다. 가전제품과 가구 등도 수십 년 된 것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보문고는 광주 사립학교 재단 42곳 중 올해 두 곳인 ‘법정전입금 100% 납부학교’에 포함되는 등 수년간 법정전입금을 모두 내고 있다. 학교법인은 매년 재학생들에게 2500만원의 장학금도 준다.

 

보문고 한 교사는 “이사장님 집 선풍기는 20년이 넘었고 교사들과의 회식도 허름한 갈비탕 집에서 한다”면서 “그렇지만 학교시설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부러워한다”고 했다. 복지재단도 정 이사장이 전 재산 300억원을 내놓아 설립됐다.
정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했는데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해 우선 1억원을 기부한 것뿐이다. 부끄럽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기사 출처: 경향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