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스물일곱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아기가 와줬다. 모진생각을 하는 내게, 그런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고, 믿어준다면 열심히 할테니 시집오라고 말하던 네 나이 고작 스물셋. 넌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전역날짜를 맘속에서 지우고 소위 말하는 말뚝을 박아 나와 아이를 책임지겠다 했다. 얼마나 전역날만을 기다렸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던 나인지라 울어버렸다. 그치만 앞날을 생각하자니 '그러지 않아도 돼'란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침묵했고 너는 그런 나로 인해 무겁디 무거운 책임감을 그 어깨에 짊어지게 되었다. 돈을 아끼기위해 결혼식을 생략하고 먼저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던 어느날, 저녁준비를 위해 부엌일을 하고있던 내 목에 가슴이 시릴정도로 예쁜 목걸이를 걸어주며 더 멋진 프로포즈를 해주고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던 네 모습은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게되었다. 나에겐 네가 최고의 선물이고 보물이다. 지금 내 옆에 곤히 잠든 아기 얼굴을 보고있자니 그 얼굴에서 네 얼굴이 보여 자꾸만 웃음이 난다.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살아있음을 어필하고 배고플때, 찝찝할때, 졸릴때, 부를때 각기 다른 울음소리로 나름 열심히 의사표현을 하고 품에 안겨 눈을 가물가물 하다가 잠드는 모습에서 극도의 사랑스러움과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키운다는게 이다지도 모순된다. 반갑고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이제 내 이름이 아닌 엄마의 삶만이 남았다는 생각에 우울함이 들기도 한다. 모든 엄마 아빠들의 시작이 그렇듯 나역시도 아이는 처음키워보는지라 서툴고 무지해서 때로는 울고 보채는 아이를 안고 같이 울기도하고 내려놓기가 싫을 정도로 마냥 안고있고싶고 아이가 생긴뒤로 외출한번이 쉽지않은 환경에 지치기도 한다. 아무렴 어떠한가. 우리가 함께 만든 새생명이고 우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아이이고 우리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고 삶이 좌우된다. 그 무한한 책임감을 낳아보니 감히 알것 같다. 얻은게 있으면 잃은게 있는법이라지. 자신있게 뽐내고 다니던 몸매엔 아기를 낳았단 지독한 흔적이 훑고지나갔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징그럽게 튼 배와 더이상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출산 후의 망가진 몸매. 넓적해진 골반, 내가슴이 아닌 아기를 위한 가슴, 아기를 위해 희생했노라 자랑스러워 하기엔 속상한 흔적들이 거울 속 내모습을 초라하게 만들지만 위축될수록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하루도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그 몸 뉘이고 쉬고싶단 생각이 간절할텐데 게으른 아내의 뒷바라지와 애보기를 자청하는 그 모습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책임감에 더없이 무거울 어깨를 다독여 주고 위로해주고싶지만 혹여 굳게 먹은 당신의 그 마음이 나로하여금 약해질까봐 이기적인 와이프는 입밖으로 그런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그냥 알고 있었으면 한다. 세상이 두쪽난다해도 언제나 난 당신편일테고 설사 당신이 내게 말하기 힘들정도로 큰 문제에 직면한데도 평생 믿고 따르고 힘이 되어줄거라고 그러니 조금은 무거운 어깨를 내려놓으라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한다고. 항상 퇴근후 예쁘게 웃으며 들어오면서 고생많았어. 애기보느라 힘들었지? 라고 말하고는 나를 안아주는 그 모습이 얼마나 애잔하고 고마운지. 임신중 단 하루도 빠짐없이 물어보던 '몸은 좀 어때? 먹고싶은건 없어?'란 질문이 얼마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줬는지. '내사랑'이라고 저장되어있는 내번호와 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해둔 내 못난 얼굴이 얼마나 나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는지. 우리 아기가 하늘에서 길잃고 내려온 천사라면 넌 아마도 나와 함께해주기위해 자청하고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오글오글 하지만, 고맙고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밖에 표현못하는게 아쉽다. 언젠가 한번쯤은 이 낯뜨거운 회고록을 봐주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네가 종종 들어오던 길목에 부끄럽지만 짧은 글을 남겨둔다. 사랑해, 여보.61
너에게 말로는 결코 하지 못하는 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아기가 와줬다.
모진생각을 하는 내게,
그런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고,
믿어준다면 열심히 할테니 시집오라고 말하던
네 나이 고작 스물셋.
넌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전역날짜를 맘속에서 지우고
소위 말하는 말뚝을 박아 나와 아이를 책임지겠다 했다.
얼마나 전역날만을 기다렸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던 나인지라 울어버렸다.
그치만
앞날을 생각하자니 '그러지 않아도 돼'란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침묵했고 너는 그런 나로 인해
무겁디 무거운 책임감을 그 어깨에 짊어지게 되었다.
돈을 아끼기위해 결혼식을 생략하고
먼저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던 어느날,
저녁준비를 위해 부엌일을 하고있던 내 목에
가슴이 시릴정도로 예쁜 목걸이를 걸어주며
더 멋진 프로포즈를 해주고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던 네 모습은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게되었다.
나에겐 네가 최고의 선물이고 보물이다.
지금 내 옆에 곤히 잠든 아기 얼굴을 보고있자니
그 얼굴에서 네 얼굴이 보여 자꾸만 웃음이 난다.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살아있음을 어필하고
배고플때, 찝찝할때, 졸릴때, 부를때
각기 다른 울음소리로 나름 열심히 의사표현을 하고
품에 안겨 눈을 가물가물 하다가 잠드는 모습에서
극도의 사랑스러움과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키운다는게 이다지도 모순된다.
반갑고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이제 내 이름이 아닌 엄마의 삶만이 남았다는 생각에 우울함이 들기도 한다.
모든 엄마 아빠들의 시작이 그렇듯
나역시도 아이는 처음키워보는지라 서툴고 무지해서
때로는 울고 보채는 아이를 안고 같이 울기도하고
내려놓기가 싫을 정도로 마냥 안고있고싶고
아이가 생긴뒤로 외출한번이 쉽지않은 환경에 지치기도 한다.
아무렴 어떠한가.
우리가 함께 만든 새생명이고
우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아이이고
우리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고 삶이 좌우된다.
그 무한한 책임감을
낳아보니 감히 알것 같다.
얻은게 있으면
잃은게 있는법이라지.
자신있게 뽐내고 다니던 몸매엔
아기를 낳았단 지독한 흔적이 훑고지나갔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징그럽게 튼 배와
더이상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출산 후의 망가진 몸매.
넓적해진 골반, 내가슴이 아닌 아기를 위한 가슴,
아기를 위해 희생했노라 자랑스러워 하기엔 속상한 흔적들이
거울 속 내모습을 초라하게 만들지만
위축될수록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하루도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그 몸 뉘이고 쉬고싶단 생각이 간절할텐데
게으른 아내의 뒷바라지와 애보기를 자청하는 그 모습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책임감에 더없이 무거울 어깨를
다독여 주고 위로해주고싶지만
혹여 굳게 먹은 당신의 그 마음이 나로하여금 약해질까봐
이기적인 와이프는 입밖으로 그런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그냥 알고 있었으면 한다.
세상이 두쪽난다해도 언제나 난 당신편일테고
설사 당신이 내게 말하기 힘들정도로 큰 문제에 직면한데도
평생 믿고 따르고 힘이 되어줄거라고
그러니 조금은 무거운 어깨를 내려놓으라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한다고.
항상 퇴근후 예쁘게 웃으며 들어오면서
고생많았어. 애기보느라 힘들었지? 라고 말하고는
나를 안아주는 그 모습이 얼마나 애잔하고 고마운지.
임신중
단 하루도 빠짐없이 물어보던
'몸은 좀 어때? 먹고싶은건 없어?'란 질문이
얼마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줬는지.
'내사랑'이라고 저장되어있는 내번호와
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해둔 내 못난 얼굴이
얼마나 나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는지.
우리 아기가 하늘에서 길잃고 내려온 천사라면
넌 아마도 나와 함께해주기위해 자청하고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오글오글 하지만,
고맙고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밖에 표현못하는게 아쉽다.
언젠가 한번쯤은 이 낯뜨거운 회고록을 봐주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네가 종종 들어오던 길목에
부끄럽지만 짧은 글을 남겨둔다.
사랑해,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