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여러분들이라면 아들결혼 허락하실 수 있으신가요. 글쓴이에요.

고민이에요2015.08.29
조회2,626
안녕하세요. 모바일로는 이어지는 글 링크를 걸어놓는 방법을 모르겠네요. ^^ 동일 글쓴이 맞습니다.

추가 드리고 싶은 말도,
감사드리고 싶기도 해서 글을 이어 봅니다.

이틀 간 여러분들의 솔직한 댓글 잘 보았습니다. 먼저 감사 드려요. 제가 글을 썼던건 위로를 바라는 답정너.와는 전혀 다른 의도였다는걸 알아주셨으면해요.
10대 때, 20대 초반을 겪으면서 풀리지않는 딜레마이자 절 괴롭게 했던 원인이었거든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답을 듣고 싶었어요.


1. 처음 간질 이라고 통보받은 13살에는 어린 나이답게 마냥 슬프고 괴로웠었어요. 왜 하필 나일까, 다른 친구들은 이런 고민 없이 마음 편히 일상적인 고민만 할 수 있다는게 부러웠구요. (이 때부터 일기를 많이쓰기 시작했어요.)


10대 중반에 들어서서는 애들이 모르길 바랬기에 그저 집안이 엄격해서 그렇단 핑계를 유지했어요. 그 핑계로 친구들은 할 수 있어도 저는 하지 말아야했던 것들에 대해 변명하고 다녔죠. 그리고 연례행사처럼 간질을 일으킨 다음 날은 몸이 안좋다는 말로 결석하고 집에선 휴유증으로 울면서 잠에 들기를 기다렸어요. 어떻게든지 자고 일어나면 깨질 것 같은 머리의 통증이 줄어들었거든요.

제가 고3일 때 부모님은 학교보다 건강이 우선이라고 늘 일찍자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제가 가진 작은 한계를 인정하기 싫었기에 방문을 닫고 잠이든척, 나중에 불키고 공부하는 생활을 반복해서 수능을 본거구요. (나중에보니 알고계셨더라구요..ㅎㅎ)


힘들었지만, 10대까지만 해도 약을 끊을 수 있을거란 희망이 제 안에 있었어요. 어쩌면 제가 어린 나이에 받아들일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당시의 제게 '열심히 노력하면 약도 끊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대에 들어서자마자 혼자 병원에 간 날 들었던 말은 '약은 평생 먹어야하니 영양제 먹는다 생각하고 받아들여라'라는 냉정한 말씀이었죠.

.... 솔직히 그 때의 분노..?와 반발심은 지금 봐도 강했네요. 이럴거면 미리 희망도 주지말지 원망도 했고, 짧은 삶이지만, 살면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고의적인 상처도 주지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일반 친구들과 같을 수가 없는 것인지 .. 억울했거든요. 부모님께 표현도 못하고, 마음 속 방황도 많이 했어요. 내가 힘든만큼 우리 부모님은 더 아프시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겨내려 애썼죠.

근데 어느 날인가, 병원에 진료 및 처방전을 받으러 갔는데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제 불만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걸 깨달았어요.
진료를 기다리던 여러 부모님들께 안겨있는 어린 갓난아이, 손을 잡고있는 유치원 나이의 어린이들.
고개도 못 가누고 침을 흘리면서 부모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눈동자, 힘들다고 우는 어린 아이들의 손을 마냥 잡고있는 아빠들.
그에 비해 나는 사치를 부리고 있었구나..

그래서 의사선생님이 너의 불만은 이쪽 분야의 환자들에겐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고 하신거구나.
난 오히려 그들에 비해 행복한 고민을 한거였구나..

문득 다른 분들께 죄송해지더라구요.

표면적으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고, 간질도 새벽시간대에 일으키기에 아직은 제 모습을 보지 못한 지인들. 이런 상황에서도 불만을 가진 제가 어렸다는걸 깨달은 순간 그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러고나니까, 새벽에 가끔씩 방에 들어왔다가 나가시는 부모님의 모습도 연상이 되었죠. 혹여라도 새벽에 딸이 간질을 일으킬까봐 마음편히 못 주무시고 새벽에 한번씩 와서 보고 가셨다는걸요. 아침 5시반이면 출근시간이라 힘드실텐데도 중간에 꼭 보고 가셨던 아빠의 모습에 눈물이 나왔어요.
그래서 더 제가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글쓰게 된 원인인 딜레마를 제외하구요.


2. 프로포즈를 받고나서 이야기하려던 제가 어리석다는걸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남자친구를 사귈때 시작때부터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다들 두가지 패턴으로 나뉘더라구요.

1)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그냥 이런게 있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

2) 제가 피곤하거나 힘겨워 보일때 문득 떠올리며 쉬게하는 사람

양 쪽 모두 제가 간질을 일으키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저를 더욱 평범하게 여겨준 것인지, 혹은 그렇게 보여주려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네요.

꼭.. 남자친구가 생기면 처음부터 오픈하고 이야기할께요.



3. 댓글에 한 분이 언급하셨던 것처럼, 세브란스 병원을 다니고 있고, 간질 진단을 내려주신 분이 김흠동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고3때 강**선생님으로 바뀌었구요.
제가 복용하는 약은 라믹탈정 입니다.
맨처음 진단받은건 '청소년근간대성간질'이에요.

본인이 아시는 것과 다르게 보인다고해서 무조건 자작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 아픔과 고민을 지어내면서까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도 않을 뿐더러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을 모독할 생각이 없습니다.


4. 일상생활이 가능한건 주로 간질을 일으켰던 시각에 대해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아요.

면허라도 따려고 생각했던건 주변의 시각 때문이었습니다. 일하면서 늘 듣게되는 질문 '##씨는 면허 안따?' 남들이 보기엔 그냥 가벼운 질문이지만 그 질문을 계속해서 듣고,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시각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네요..

추후에라도 운전할 생각은 없었구요.
이력서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한 줄인 운전면허는 가지고 있어야되지 않을까.라는 욕심이었어요.

약수치를 줄이고 의사 선생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몰래 따겠다는 생각 안할께요...
제가 이기적이었던 것 같네요.


5. 마지막으로.. 언젠가 절 이해해주는 인연이 생길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건 운명을 받아들일까합니다.

훗날 아이를 가지실 분들, 아이가 있으신 분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말 말씀 드리고 싶은건,

아시다시피 원해서 이런 질병이 생긴 사람은 없다는 거에요. 저 또한 건강하게 자라다가 어느날 쓰러지고, 해당 진단을 받은 사람이구요.
주변에 혹여 간질을 일으킨 사람을 보시거든 장애가 있다거나, 끔찍하다.는 생각은 자제해주세요. 평소엔 모두 같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또 살아가고 싶은 분들일거에요.

저와 같은, 자녀가 있으신 부모님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자녀 분의 모습을 보며 슬프고, 자녀 분이 그걸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들, 말해야되는 순간 등 고민이 많으실거라 생각해요.

작지만 혹여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말씀해주세요. ^^ 있는 그대로 말씀드릴께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간질에 대한 인식이 서양과 많이 다른걸 알아요. 말 그대로의 기절과 발작은 확연히 다르니까요.

유전 관련 부분은, 저희 친척 혹은 윗분들 중 간질을 일으킨 사람이 없었고 의사선생님께도 올해 물어보았습니다. 유전되지 않는다고 하셨고,
임신할때는 그 기간동안 약을 부작용 없는거로 바꿀 수 있다고 하셨었어요.

전 만약이라는 경우로 인해 제 아이가 같은 고민을 할까봐 두려웠어요.

마지막으로,
몇몇 악플들에 상처도 받았지만 솔직한 의견을 적어주신 분들, 경험담을 밝혀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익명의 공간에 털어놓는다는 것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많은 것들을 느끼고 가네요.

모두 힘내시고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