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4

2015.09.02
조회4,559


글을 쓰기 시작면서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고 되새기고 그때의 일들을 서로 이야기 하면서 잊고있던 기억이나 추억을 다시금 생각하고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게 되서 나름대로 저희 커플에게 특히 제 애인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또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가 진심이 느껴지는 좋은격려 보내주셔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또다른 든든함과 위로를 받고 더 단단하고 견고한 마음이 되어가고있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하다는말 진심이예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은 좀 밝고 재밌던 얘길 써보고 싶어서 처음 같이 등산을 갔던 얘길 써 보겠습니다.

연애를 시작했다 해도 딱히 데이트를 나가는 것도 아니었고 별 다를것 없는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땐 애인이 어둡고 폐쇄된 곳이나 사람 많은 곳을 질색 할때라 영화를 보는것도 집에서 였고 외식도 그냥 가까운 곳 정도. 가끔 드라이브를 하기도 했는데 제가 그땐 운전 미숙이라 더 불안해 하더라고요.

걱정 마세요. 지금은 레이서예요.ㅋ

어떻게든 세상으로 나와서 어울리게끔 해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고요. 고민 끝에 등산을 가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얘가 스무살때 국토대장정 갔던 기억도 나고 원래 땀빼고 걷고 하는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힐링이라는 명목으로도 탁월한 것 같아서요.

처음엔 어디를 가는 것 자체도 꺼려했는데 제가 계속 설명을 하고 산에 가면 정말 좋다고 너 걷는거 좋아하잖아. 산에가면 사람들 제 각각 산 타느라 아무도 서로 신경 안써. 등등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관심 없다는듯 행동 하더니 제가 최후에는 나 산 가고싶다. 애인이랑 같이 등산하는게 소원인데. 그냥 혼자 가야것다 에효 에효 거리면서 한숨 쉬니까 못이기는척 알았다 하더라고요.ㅋ

솔직히 스포츠를 좋아해서 여러 종목을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축구는 약간 개발이고..야구도 좀 구멍인 편이고. 쓰다보니 그냥 좋아만 하는 스포츠인이네요.ㅋ 그래도 달리기는 잘합니다. 걷는것도 잘 하고요. 등산이 저랑 잘 맞아요.

그래서 내심 자신 있었는데 얘를 데려가려면 그래도 한번은 가봤던 산엘 데려 갔어야 하는데 멀지 않은데로 고르다 보니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네요.

사람 많지 않은시간에 출발해서 간단히 타고 내려와서 맛있는거 먹자고 저혼자 데이트 다운 데이트라며 신나서 설레발 쳐댔더니 올라 가기도 전부터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이때부터 조심했어야 했는데..

아무리 새벽이라도 주말인데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뭐 애인이 그래서 더 괜찮아 하는것 같아서 좋았는데 이게 코스가 생각보다 험하더라고요. 오르막도 보통 오르막이 아니고 산을 탈땐 어느정도 감안은 하지만 힐링이란 제 생각과는 반대로 진짜 등산..

애인이 처음엔 묵묵히 올라가다가 자기가 너무 오랜만에 하는 운동이라 힘든가 보다. 라고 하더니 한참 가다가 아 자기 지금 행군 온거냐고 왜이렇게 힘드냐고 그때부터 씩씩. 막바지엔 줄타고 올라가는 거의 암벽 등반 수준이 나오니까 사람들 몇분 지나가는거 보면서 차마 욕은 못하고 씩씩대면서 저를 죽일듯이 쳐다 보더라고요..

거기서 설상가상 위에서 갑자기 내려오시던 아주머니 아저씨가 저희를 보더니 아 젊은 총각들이라 확실히 다르구먼. 하시면서 내려 오는 길로 올라오면 안 힘들어? 하시는데 아 그때 진짜 기분을 말로 표현하자면. 제가 입사 후 첫 회식에서 만취해서 노래방에서 이사님께 노래 겁나못해 32점짜리! 라고 말하고 비웃었던 걸 다음날 이사님 입으로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가시겠죠..

제가 좀 허당이긴해도 준비성은 좀 투철한 편인데 그날따라 여러모로 허당짓을 했었어요.

에너지 바랑 초코렛만 챙기면 뭐하냐고 물도 차에서 안 가지고 내린 주제에 라고 1차 비난. 어떻게 코스를 올라가는 길로 안가고 내리막 코스로 등산을 하냐고 머리는 폼이야? 2차 비난..

차라리 아줌마 아저씨가 그 말을 안하고 그냥 지나치셨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올랐을 텐데 초면이지만 그 분들이 너무 원망스럽더라고요.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뒤에 어떤 젊은 커플도 생각없이 우리가 가는 길 따라서 올라온거 같던데 되게 미안했어요. 이거 보고 있다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애인 눈도 못 마주치고 미안해서 아 다시 내려가서 코스 바꿀까? 했다가 목 잡힐뻔했어요. 사람들 없었으면 분명 쫄렸을거예요. 다행입니다. 여튼 그냥 그렇게 어이없이 이미 거의 다 올라갔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정상까지 탔어요.

약간 어둑할때 갔었는데 정상에 가니까 날도 밝고 날씨도 생각보다 맑고 좋아서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장관이더라고요. 이미 정상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쉬운길 냅두고 돌아 돌아서 온게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또 보람 되기도 하고 좋았어요.

사진을 찍으려고 애인을 불러다 세우려니까 자꾸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앉더라고요. 그러다 떨어져 임마. 하고 이렇게 잡아 끄는데 울보가 또 울더라고요. 사람도 있고 날도 밝아지니까 안 운척 하고싶었는지 눈을 계속 비비면서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또 마음한켠이 안좋아져서 거기서 그대로 끌어 안아주고 싶은걸 참느라 혼났습니다.

가만히 옆에 앉아서 무릎을 쓰다듬어 주면서 괜 찮냐고 다리 안아프냐고 묻고. 경치 좋지 여기오길 잘 하지 않았냐고.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려고 또 까불 거리고 그랬죠. 길 잘못들어서 더 고생시킨거 미안하다고 했더니 진정되던 울음이 또 나오려는지 눈을 계속 비비면서 말은 안하고 고개만 아니라고 젓더라고요.

그렇게 좀 한참 앉아서 경치도 보고 뻑뻑한 에너지 바도 먹고 어떤 좋으신 분께 물도 얻어먹고. 내려갈때는 올라 올때보다 힘들게..ㅋㅋ

아니 왜 저는 내리막길이 더 힘든걸까요. 스탑이 안되요 계속 막 내려가요.. 그래서 나중엔 옆으로 기어내려왔더니 애인이 엄청 크게 비웃었어요. 참 나 지도 나중엔 그렇게 내려왔으면서.

네 제가 그렇죠 뭐. 주차장에 갔더니 라이트를 안끄고 올라갔다와서 방전되어있더라고요. 참 이날 정말 제대로 비난의 날이었어요. ㅋ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씩 모자라서 더 재밌던 추억이 된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 하려고요.ㅋ

어제 이 이야기를 쓰려고 서로 그날 얘기를하고 웃다가 제가 슬쩍 근데 왜 정상에서 울었냐고 그렇게 등산이 힘들었냐고. 그랬더니 그냥 시작부터 힘들었대요.

등산이란게 원래 주변도 좀 살피고 둘러보면서 힐링 하면서 가야 되는건데 바닥만 보고 길만 보고 가면서 올라가는 내내 생각을 했대요. 어떻게 길이 평평한 길이 하나도 없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힘들다 힘들다 생각하고 올라가는데 정상에 딱 오르니까 미리 도착했던 사람들이 너무 평온한 얼굴로 각자 경치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까 울컥 했대요.

더 쉬운길로 빨리 도착해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왔던 길을 생각했고. 쉬운길도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어려운 길을 걸어와야 하는지 내 길은 왜이렇게 힘들기만 한건지 울컥 했대요. 근데 그때 누가 치는 기분이 들어서 돌아보니 제가 있었다고..

전 기억이 잘 안나는데 제가 아마 옷 뒤를 털어주거나 그러고 있었나봐요. 돌아보니 제가 있어서 울컥 했는데. 자기 뒷모습 까지도 챙겨주는 내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 사람까지도 이 힘든길로 끌고 왔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마워서 눈물이 났대요.

그리고 제 등뒤로 경치가 보이는데 그동안 몰랐던 것들이 보이는 것처럼 모든게 다 새롭게 느껴지더래요.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게 뭔지 느꼈고 그러면서 계속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대요.

어제 이 얘기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제가 저 스스로 참 대견 하더라고요. 역시 등산 데이트는 신의 한수였다고 애인 앞에서 까불긴 했지만 왠지 그렇게 않하면 분위기가 어두워 질 것 같고 미안해 할 것 같아서 웃어 넘겼죠.

저희는 그때 이후로도 자주 요즘도 종종 등산을 하곤 합니다. 처음 시행 착오는 있었지만 이제는 길을 헷갈리지도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가끔 길을 잘 못 들어서 헤맬때는 있지만 그래도 둘다 당황하지 않고 다시 돌아 나오고 그래요.

그 날 이후 전 코스에 대한 노이로제 때문에 잘못 길을 들면 눈치를 보곤 하는데 한번은 애인이 이런말을 하더군요. 길이 아닌 길을 가는것도 아닌데 좀 헤매면 어떠냐고. 그 말을 듣는데 여러가지 생각도 들고 참 기특하고 뿌듯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세상을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하고 살게되지만. 그리고 또 많은 후회를 하고 살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어쩌면 앞으로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일은. 쉬운 길을 다 제쳐 두고 이사람 하나 보고 돌아 온 길.

그길이 힘들었고 어려웠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길이어도 내가 선택한 길 이기 때문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그리고 함께가는 길 이기에. 때론 아파도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알아 주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즐거운 점심시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