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판 같은 거 그냥 페북을 통해 우스갯소리만 읽고 그랬었는데
내가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 어차피 오빠는 이런 거 잘 모르니까
못 볼 테지만 어제 우리 헤어지면서 못다한 말들 여기에 쏟아내고 싶어서
오빠 동의도 구하지 못한 채 우리 얘기를 써보려고 해 혹시 이 글을 보게 되면
나한테 지우라고 연락 한 통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작년 가을 쯤 우리는 취업 스터디에서 처음 보게 되었지, 아니 사실 나는 그 전에
스쳐지나간 오빠를 보면서 '저 사람 괜찮다' 라고 생각 했었어 그리고 몇 달 뒤
오빠가 우리 스터디에 들어왔었어 훤칠한 키에 선한 인상, 자상한 말투가 좀 두근
거렸었어 하지만 워낙 말괄량이 스타일인 내가 모쏠인 오빠를 많이 놀려대곤 했었지
오빠는 내가 오빠 좋아한 지 모르고 있었다고 했지? 나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한텐
7살 남자 꼬마아이처럼 오히려 더 놀리는, 사랑 감정에 있어서 서툰 사람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리 둘이서 영화를 보게 되었지 처음엔 셋이서 보기로 했었는데
다른 한 명이 빠지는 바람에 오빠가 어떡하지 고민하는 모습에 기회다! 싶어서 내가 나도
모르게 '그럼 우리 둘이 데이트 하면 되지~' 라고 외쳤던 그 날이 나는 아직까지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해 그렇게 처음으로 오빠랑 단 둘이서 영화도 보고 학교까지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는 도중에 내 마음의 싹이 조금씩 톡톡 돋아나고 있었나봐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오빠한테 먼저 카톡도 하고 장난도 치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었지
오빠는 내가 오빠 마음에 담아 두고 그랬던 걸 나중에도 잘 믿지 못하더라 바보야
그렇게 오빠를 내 가슴에 품은 채 나는 친구랑 술을 마시고 오빠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그날 바로 오빠한테 전화를 했었지 그때가 11월이었으니까... '오빠, 크리스마스에 저랑
데이트 할래요?' 이 말에 오빠는 처음에 장난치지 말라며 한 번 튕겼었잖아 지금 생각하니까
좀 괘씸하다 귀여워서
그러고 3일 뒤, 우리는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어 나는 하루 하루가 이렇게 다채로운 지 몰랐어
오빠가 내 삶에 스며든 이후로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도 재밌고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가
오빠로 인해 더욱더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어 이제 곧 우리 둘다 취업시즌이니까 열심히 하자
오빠랑 함께 미래도 생각해보고 정말 나에겐 오빠가 새 길을 터 준 존재였었어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 년이었지만
사실 우리가 고작 100일 가량 사귀고 있는 상태라 불안감은 어쩔 수 없이 컸어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들을 잘 버티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전주 여행 가서
먹방도 찍어보고 아 맞다, 우리 서로 등산하는 것도 좋아해서 황령산도 가고 금정산도 가고
신어산은 어휴... 아직도 생각하면 아찔해 내가 거길 어떻게 올라갔는 지 몰라
그리고 나 중국 가기 전에 3박 4일 간의 서울 여행은 내가 태어나서 갔던 여행 중에 가장 행복했고
설렜던 여행이었어 오빠랑 그렇게 오래 같이 있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중국 가기 전에
정말 많이 울었지 이렇게 사랑하고 사랑하는 오빠랑 어떻게 반 년이나 떨어져 있어야 하지
가기 전 날에는 눈 밑이 짓무르도록 울었던 것 같아 그래서 마지막 공항에서 오빠한테 예쁜
모습을 못보여 주고 가서 그것도 맘에 걸렸었고
내가 출국하기 전, 오빠가 눈을 감고 내 얼굴을 더듬거리면서 하나하나 다 담아두겠다고 했던 거
나 비행기 이륙부터 착륙까지 내내 울고 울고 또 울었어 나를 쓰다듬던 오빠의 손이 생각나서
그러고 시작 된 나의 유학 생활. 오빠 없었으면 그 반 년 조차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물론 우리 이렇게 떨어져 있는 동안에 수도 없이 싸웠었지 아무래도 서로 보질 못하니까 연락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화해하는 과정에서도 텍스트나 전화로는 감정까지 전달하긴 힘드니까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어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싸워서 힘든 것 보다 오빠를
잃은 후의 아픔이 훨씬 더 클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손 꼽아 기다려 온 나의 귀국. 처음 오빠를 봤을 때 진짜 뒤에서 후광이 나는 게 저런 건가
싶더라 아, 내 남자 이렇게 멋있게 나를 잘 기다려주고 있었구나 나는 정말 행복한 여자다 한국이
이렇게 천국이고 극락이었구나 오빠라는 존재 하나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구나 생각했어 그리고 오빠는 나를 당당하게 가족과 친척들에게 보여드렸지 결혼 할 사람이라고
나 중국에 있을 때 우리 얘기 많이 했었잖아 우리 부모님께 손은 절대 벌리지 말고 결혼하자고
시간은 좀 걸릴 지 모르니 일단 혼인신고부터 하고 돈을 좀 모은 다음에 결혼식 올리자고
집은 좀 좁아도 우리가 잘 꾸미면 여느 아파트 못지 않게 알콩달콩 잘 살 수 있다고
그리고 나도 우리 가족들한테 오빠 보여주면서 나 이 사람이랑 결혼 할 거라고 예비 사위니까
예쁘게 봐 달라고 그랬었지 그 땐 진짜 뭐랄까 정말 결혼한 기분이었어 그 때 더 확신이 들었지
나는 이 사람이랑 꼭 결혼을 할 것이고 행복하게 잘 살 자신이 있다
근데 그러고 나서 우리의 다툼이 점점 잦아졌어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제 서로에
대해 잘 알다보니까 조심성이 덜해졌었나봐 나도 짜증이 많이 늘었고 오빠도 이제 내 짜증을
받아주는 것에 한계가 왔었어 그래도 중간 중간 데이트도 하면서 그런 조그마한 위기를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번의 다툼이 있었지 그런데 그 날은 오빠가 다르더라 울면서 나한테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덜컥 겁이 나서 오빠한테 울면서 한번만
생각해 보라고 했었어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어 오빠는 단호한 사람이었다는 걸.
예전 같았으면 오빠한테 수도 없이 연락하고 찾아가고 울고불고 매달렸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어 왜냐하면 오빠가 간절했거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가 오빠가 영영 떠나버리면 나는
내 자신을 평생 미워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죽을 것 같아도 이 악 물고 오빠한테 연락을
하지 않았어 내 손으로 한 번도 검색하지 않았던 네이트 판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 거리면서
'연락 안 하면 연락 올 거예요, 자기 할 일 하면서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저는 이렇게 해서
재회 했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서 나도 그럴 수 있겠지 주윗 사람들을 괴롭혀가며 오빠에겐
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어
매일밤 '저는 이제 제 문제점을 알았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지 깨달았으니까 제발 오빠가
다시 돌아오게 해주세요 평생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신에게 빌었던 것 같아
그러고 다음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오빠가 잠깐 만날 수 있냐고 문자가 왔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이 뛰었어 오빠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는 말에 나는 단숨에 달려갔어
친구가 병신 같이 부른다고 가냐는 타박도 무시하고 나는 그저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말이야
며칠 만에 보는 오빠는 여전히 나에게 멋있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더라고
이런 저런 안부 얘기를 하다가 오빠가 꺼낸 말은 '우리 그만 만나자' 였어
솔직히 생각 안 한 건 아니였는데 막상 진짜 들으니까 숨이 멎을 것만 같더라 아무 말을 못하겠는
거야 그래서 억지로 쥐어짜낸 말이 '왜?'였지
오빠는 자기 몸 하나 챙기기 힘들다고 이제 연애가 하기 싫다고... 그래서 나는 오빠를 더 붙잡았어
내가 있잖아,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우리 같이 이겨내기로 했잖아 이건 우리 같은 취준생에게
당연히 드는 자괴감이라고 오빠가 정 부담스러우면 우리 취업하고 만나자고 나 기다릴 수 있다고
필사적으로 잡았던 것 같아 내가 울면 오빠가 더 질려할까봐 울지도 못하고 나 이대로
못 헤어진다고 내가 오빠 없이 어떻게 사냐고
오빠는 그냥 자기를 잊으라더라... 나중에는 내가 싫다는 모진 말까지 하면서
그래도 나는 오빠를 잡고 싶었어 하지만 그 와중에 오빠 표정을 봤는데 정말 지친 표정인 거야
더이상 잡을 수 없었어 그렇게 우리는 허무하게 끝이 났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00일 동안 나는 정말 오빠를 치열하고 절절하게 사랑했다
이 사람만 내 옆에 있다면 내 모든 걸 잃어도 다 가진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비록 내 핸드폰에 있는 우리의 흔적은 다 지웠지만 아직 오빠가 준 사진첩과 편지는
버리지 못했어 치열하게 사랑한 만큼 치열하게 잊어보려고 오빠 보고 싶을 땐 우리
사진첩 보고 편지 읽으면서 울고 악쓰고 그렇게 오빠를 정리해보려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그렇지만 정말 잘 참을 거야
내가 못난 모습 보이면 오빠가 '아, 내가 만났던 애가 저거 밖에 안 되나?'라고
생각할 거 아니야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 보여주려고 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할 거야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더 성장할 거야 나는 그럴 수 있거든
왜냐하면 오빠가 나한테 다 가르쳐줬잖아 연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써 오빠는 참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고 간 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오빠를 더욱 더 내 마음에서 밀어내기가 힘들 것 같아 오빠의 작은 부분 하나
하나 까지도 사랑했어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오빠를 위해 티는 내지 않을 거야
오빠는 참 단호한 사람이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마음이 가라 앉고 우리 추억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면 다시 한번 연락해 줄래? 맛있는 밥 한 끼 하면서 우리 오빠 예쁘게 웃는 모습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다
오빠, 내 옆엔 오빠가 준 공책이 있어 내가 전에 공부 할 공책 사는 걸 깜빡했다고 하니까 오빠가
이거 이름만 쓴 거라고 나한테 줬었잖아 여기에 써져있는 오빠 이름만 봐도 마음이 저리다
온 마음을 다해 치열하게 사랑했다
내가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 어차피 오빠는 이런 거 잘 모르니까
못 볼 테지만 어제 우리 헤어지면서 못다한 말들 여기에 쏟아내고 싶어서
오빠 동의도 구하지 못한 채 우리 얘기를 써보려고 해 혹시 이 글을 보게 되면
나한테 지우라고 연락 한 통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작년 가을 쯤 우리는 취업 스터디에서 처음 보게 되었지, 아니 사실 나는 그 전에
스쳐지나간 오빠를 보면서 '저 사람 괜찮다' 라고 생각 했었어 그리고 몇 달 뒤
오빠가 우리 스터디에 들어왔었어 훤칠한 키에 선한 인상, 자상한 말투가 좀 두근
거렸었어 하지만 워낙 말괄량이 스타일인 내가 모쏠인 오빠를 많이 놀려대곤 했었지
오빠는 내가 오빠 좋아한 지 모르고 있었다고 했지? 나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한텐
7살 남자 꼬마아이처럼 오히려 더 놀리는, 사랑 감정에 있어서 서툰 사람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리 둘이서 영화를 보게 되었지 처음엔 셋이서 보기로 했었는데
다른 한 명이 빠지는 바람에 오빠가 어떡하지 고민하는 모습에 기회다! 싶어서 내가 나도
모르게 '그럼 우리 둘이 데이트 하면 되지~' 라고 외쳤던 그 날이 나는 아직까지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해 그렇게 처음으로 오빠랑 단 둘이서 영화도 보고 학교까지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는 도중에 내 마음의 싹이 조금씩 톡톡 돋아나고 있었나봐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오빠한테 먼저 카톡도 하고 장난도 치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었지
오빠는 내가 오빠 마음에 담아 두고 그랬던 걸 나중에도 잘 믿지 못하더라 바보야
그렇게 오빠를 내 가슴에 품은 채 나는 친구랑 술을 마시고 오빠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그날 바로 오빠한테 전화를 했었지 그때가 11월이었으니까... '오빠, 크리스마스에 저랑
데이트 할래요?' 이 말에 오빠는 처음에 장난치지 말라며 한 번 튕겼었잖아 지금 생각하니까
좀 괘씸하다 귀여워서
그러고 3일 뒤, 우리는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어 나는 하루 하루가 이렇게 다채로운 지 몰랐어
오빠가 내 삶에 스며든 이후로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도 재밌고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가
오빠로 인해 더욱더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어 이제 곧 우리 둘다 취업시즌이니까 열심히 하자
오빠랑 함께 미래도 생각해보고 정말 나에겐 오빠가 새 길을 터 준 존재였었어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 년이었지만
사실 우리가 고작 100일 가량 사귀고 있는 상태라 불안감은 어쩔 수 없이 컸어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들을 잘 버티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전주 여행 가서
먹방도 찍어보고 아 맞다, 우리 서로 등산하는 것도 좋아해서 황령산도 가고 금정산도 가고
신어산은 어휴... 아직도 생각하면 아찔해 내가 거길 어떻게 올라갔는 지 몰라
그리고 나 중국 가기 전에 3박 4일 간의 서울 여행은 내가 태어나서 갔던 여행 중에 가장 행복했고
설렜던 여행이었어 오빠랑 그렇게 오래 같이 있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중국 가기 전에
정말 많이 울었지 이렇게 사랑하고 사랑하는 오빠랑 어떻게 반 년이나 떨어져 있어야 하지
가기 전 날에는 눈 밑이 짓무르도록 울었던 것 같아 그래서 마지막 공항에서 오빠한테 예쁜
모습을 못보여 주고 가서 그것도 맘에 걸렸었고
내가 출국하기 전, 오빠가 눈을 감고 내 얼굴을 더듬거리면서 하나하나 다 담아두겠다고 했던 거
나 비행기 이륙부터 착륙까지 내내 울고 울고 또 울었어 나를 쓰다듬던 오빠의 손이 생각나서
그러고 시작 된 나의 유학 생활. 오빠 없었으면 그 반 년 조차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물론 우리 이렇게 떨어져 있는 동안에 수도 없이 싸웠었지 아무래도 서로 보질 못하니까 연락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화해하는 과정에서도 텍스트나 전화로는 감정까지 전달하긴 힘드니까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어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싸워서 힘든 것 보다 오빠를
잃은 후의 아픔이 훨씬 더 클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손 꼽아 기다려 온 나의 귀국. 처음 오빠를 봤을 때 진짜 뒤에서 후광이 나는 게 저런 건가
싶더라 아, 내 남자 이렇게 멋있게 나를 잘 기다려주고 있었구나 나는 정말 행복한 여자다 한국이
이렇게 천국이고 극락이었구나 오빠라는 존재 하나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구나 생각했어 그리고 오빠는 나를 당당하게 가족과 친척들에게 보여드렸지 결혼 할 사람이라고
나 중국에 있을 때 우리 얘기 많이 했었잖아 우리 부모님께 손은 절대 벌리지 말고 결혼하자고
시간은 좀 걸릴 지 모르니 일단 혼인신고부터 하고 돈을 좀 모은 다음에 결혼식 올리자고
집은 좀 좁아도 우리가 잘 꾸미면 여느 아파트 못지 않게 알콩달콩 잘 살 수 있다고
그리고 나도 우리 가족들한테 오빠 보여주면서 나 이 사람이랑 결혼 할 거라고 예비 사위니까
예쁘게 봐 달라고 그랬었지 그 땐 진짜 뭐랄까 정말 결혼한 기분이었어 그 때 더 확신이 들었지
나는 이 사람이랑 꼭 결혼을 할 것이고 행복하게 잘 살 자신이 있다
근데 그러고 나서 우리의 다툼이 점점 잦아졌어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제 서로에
대해 잘 알다보니까 조심성이 덜해졌었나봐 나도 짜증이 많이 늘었고 오빠도 이제 내 짜증을
받아주는 것에 한계가 왔었어 그래도 중간 중간 데이트도 하면서 그런 조그마한 위기를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번의 다툼이 있었지 그런데 그 날은 오빠가 다르더라 울면서 나한테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덜컥 겁이 나서 오빠한테 울면서 한번만
생각해 보라고 했었어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어 오빠는 단호한 사람이었다는 걸.
예전 같았으면 오빠한테 수도 없이 연락하고 찾아가고 울고불고 매달렸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어 왜냐하면 오빠가 간절했거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가 오빠가 영영 떠나버리면 나는
내 자신을 평생 미워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죽을 것 같아도 이 악 물고 오빠한테 연락을
하지 않았어 내 손으로 한 번도 검색하지 않았던 네이트 판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 거리면서
'연락 안 하면 연락 올 거예요, 자기 할 일 하면서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저는 이렇게 해서
재회 했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서 나도 그럴 수 있겠지 주윗 사람들을 괴롭혀가며 오빠에겐
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어
매일밤 '저는 이제 제 문제점을 알았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지 깨달았으니까 제발 오빠가
다시 돌아오게 해주세요 평생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신에게 빌었던 것 같아
그러고 다음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오빠가 잠깐 만날 수 있냐고 문자가 왔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이 뛰었어 오빠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는 말에 나는 단숨에 달려갔어
친구가 병신 같이 부른다고 가냐는 타박도 무시하고 나는 그저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말이야
며칠 만에 보는 오빠는 여전히 나에게 멋있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더라고
이런 저런 안부 얘기를 하다가 오빠가 꺼낸 말은 '우리 그만 만나자' 였어
솔직히 생각 안 한 건 아니였는데 막상 진짜 들으니까 숨이 멎을 것만 같더라 아무 말을 못하겠는
거야 그래서 억지로 쥐어짜낸 말이 '왜?'였지
오빠는 자기 몸 하나 챙기기 힘들다고 이제 연애가 하기 싫다고... 그래서 나는 오빠를 더 붙잡았어
내가 있잖아,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우리 같이 이겨내기로 했잖아 이건 우리 같은 취준생에게
당연히 드는 자괴감이라고 오빠가 정 부담스러우면 우리 취업하고 만나자고 나 기다릴 수 있다고
필사적으로 잡았던 것 같아 내가 울면 오빠가 더 질려할까봐 울지도 못하고 나 이대로
못 헤어진다고 내가 오빠 없이 어떻게 사냐고
오빠는 그냥 자기를 잊으라더라... 나중에는 내가 싫다는 모진 말까지 하면서
그래도 나는 오빠를 잡고 싶었어 하지만 그 와중에 오빠 표정을 봤는데 정말 지친 표정인 거야
더이상 잡을 수 없었어 그렇게 우리는 허무하게 끝이 났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00일 동안 나는 정말 오빠를 치열하고 절절하게 사랑했다
이 사람만 내 옆에 있다면 내 모든 걸 잃어도 다 가진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비록 내 핸드폰에 있는 우리의 흔적은 다 지웠지만 아직 오빠가 준 사진첩과 편지는
버리지 못했어 치열하게 사랑한 만큼 치열하게 잊어보려고 오빠 보고 싶을 땐 우리
사진첩 보고 편지 읽으면서 울고 악쓰고 그렇게 오빠를 정리해보려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그렇지만 정말 잘 참을 거야
내가 못난 모습 보이면 오빠가 '아, 내가 만났던 애가 저거 밖에 안 되나?'라고
생각할 거 아니야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 보여주려고 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할 거야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더 성장할 거야 나는 그럴 수 있거든
왜냐하면 오빠가 나한테 다 가르쳐줬잖아 연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써 오빠는 참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고 간 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오빠를 더욱 더 내 마음에서 밀어내기가 힘들 것 같아 오빠의 작은 부분 하나
하나 까지도 사랑했어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오빠를 위해 티는 내지 않을 거야
오빠는 참 단호한 사람이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마음이 가라 앉고 우리 추억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면 다시 한번 연락해 줄래? 맛있는 밥 한 끼 하면서 우리 오빠 예쁘게 웃는 모습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다
오빠, 내 옆엔 오빠가 준 공책이 있어 내가 전에 공부 할 공책 사는 걸 깜빡했다고 하니까 오빠가
이거 이름만 쓴 거라고 나한테 줬었잖아 여기에 써져있는 오빠 이름만 봐도 마음이 저리다
오늘도 오빠의 하루는 편안했으면 좋겠어 사랑했고 사랑해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다
밑바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