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이렇게 시작되는 건가요?

보고싶어요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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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8살 평범한 아줌마사람입니다.

 

최근 우울증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싶어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두번 다녀왔고, 곧 그룹치료도 시작할듯 합니다. 정신과를 다닌다는게 두렵기도 했지만 치료를 반드시 해야할것 같았거든요.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는데요. 우선 제 설명을 간단히 드리자면, 천하에 둘도 없이 착한 남편과 토끼같은 아들을 한명 키우고 있구요. 나름 규모있는 회사를 다니며, 연봉은 6천만원이 약간 안되게 받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여유로운 시댁 만나 시월드가 뭔지도 모르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구요. 자상한 친정 부모님 덕에 남편도 처음으로 이런 사랑 받아본다며, 누가 봐도 참~ 행복한 집안이었습니다.

 

전 뭐랄까.... 가진거에 비해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 축에 늘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애도 항상 주도적이었고, 주변에 사람들도 넘쳐나고, 집에서도 저를 많이 믿어줬어요. 어디서나 인정을 받다보니 일종의 선순환이 되면서 자존감은 점점 더 높아졌죠.

 

예전에 헤어졌던 남자들도 다 자신감 넘치던 제 모습이 그립다는 둥~ 항상 받는 칭찬은 늘 그렇게 어디서나 당당한 제 모습이었습니다. 남편 역시 그런 저를 자랑스러워했죠.

 

나이먹고, 살이 붙고, 초라해져갔지만 당당함이 사그라들지 않았던 근원은 역시 엄마와 남편이었습니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항상 제 기를 살려주시던 분이었어요. 너같은 애 없다. 니가 뭐가 모자르냐. 다 널 부러워한다 등등 지치지 않고 제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고, 남편도 연애포함 14년이라는 기간동안 늘 저를 떠받들어 줬거든요.

 

주변엔 사람들이 넘쳐났고, 무슨 일만 터지면 저한테 고민상담을 하러 왔구요. 동생들도 친구들도 오빠들도 모두 멋있다고 항상 칭찬을 마르지 않고 해줬습니다.

 

 

이야기가 길었는데요.

 

그렇게 하늘높은줄 모르던 제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숨이 안쉬어져요. 한숨을 쉬듯 크~게 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숨이 안쉬어지고, 거울을 보면 제가 괴물처럼 늙고 못나게 보입니다.

 

그 첫번째 원인은 제 자신감의 원천인 친정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된 건데요. 저에겐 바로 며칠전 일처럼 느껴지지만 어느덧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갑자기 큰병에 걸리시고 불과 몇달만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믿겨지지 않았고, 사실은 지금도 언제라도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실것 같습니다. 참고로 출산후에 친정식구들하고 같이 살았거든요. 저희 엄마가 일하는 저를 대신해서 우리 아들을 다 키워주셨죠.

 

엄마가 돌아가시게된 원인이 저한테 일정부분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의 병이 시작된 이유라고 하더군요.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셨는데 저때문에 다리에 상처가 생기셔서 항암이 지연되는 바람에 돌아가신 거거든요. 다른 분들은 니 탓이 아니다. 운명이다 하시는데 그건 아닙니다. 분명히 저때문에 돌아가신건 맞아요. 친정오빠도 친정아빠도 몇년전 말기암이었는데 둘다 건강을 되찾았다보니까 완치율이 높은 백혈병으로 돌아가실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나태했던 제 탓 맞습니다.

 

 

누구나 친정엄마가 돌아가시면 마음이 힘들고 우울해지겠지만, 저는 그 정도가 좀 심한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환영이 보이고, 자해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차가 주차돼있으면 그 뒤를 무서워서 맘편히 못지나가겠습니다. 갑자기 차가 급발진해서 저를 치여죽일것 같고, 애가 보도블럭에 멀쩡히 걸어가고 있는데도 갑자기 찻길에 뛰어들어가 압사되는 상상이 돼서 혼자 비명을 지르면서 애한테 화내게 되고, 운전중에 앞차 뒷부분에 슈나우저 한마리가 끼어서 피를 줄줄 흘리며 도로에 끌려가고 있는걸 보고 그 고통이 마치 저인것처럼 그대로 느껴지고 숨이 막혀서 차를 갓깃에 새우려고 하는데, 가까이 가보니 그냥 차 뒤에 쓰레기봉투가 끼어있는 거였구요.

 

뭐 설명하자면 너무 많습니다. 애가 잔인하게 다치는 환영, 제가 죽는 상상, 그렇게 겁이 나면서 또 반대로 자해는 왜 하게 되는지... 자해도 무슨 분위기잡고 죽으려는게 아니구여. 순간 욱해서 부억칼로 세워서 미친듯이 팔목을 막 찍었습니다. 남편이 깜짝놀라 응급실로 데려갔고, 열몇바늘 꼬멨네요.

 

이정도되니 제가 더 병신같고 한심해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겠다 생각한거구요. 남편과 상의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두번째 원인은 남편에게 있다고 생각됩니다. 원인을 남편에게 돌리지 말라고 의사가 말하긴 하더라구여. 그말듣고 조금 정신이 들긴 했지만, 전 단 한번도 남자에게 의지를 하거나, 왜 사랑해주지 않냐고 투정부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요즘 남편을 보면 이해가 잘 안갑니다. 제가 오죽하면 싸이코패스냐고 했어요.

 

십몇년을 한결같이 떠받들어주고 잘해주던 남편인데, 제가 제일 힘들때 왜 절 가장 힘들게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한건 엄마가 백혈병으로 입원한 후입니다. 어쨌든 큰병이고, 하늘이 무너지고, 나에게 세번째 기적이 또 올까~ 울 엄마도 살려주실까~ 하는 맘으로 조마조마할 때였는데, 남편이 집안일이 늘었다고 자꾸 불평을 했습니다. 그동안 엄마가 많이 해주셨으니까요.

 

아빠와 제가 꼼꼼하지 못한 편이고, 엄마가 뒤치닥거리를 해주시다보니 남편왈, 자기는 지금 장모님이 하시던 일까지 해야해서 버겁다 너도 이제 집안일을 좀더 해라. 그래서 도우미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도우미가 맘에 안든답니다. 제가 해야된답니다.

 

그런데 전 회사다니면서 엄마 병원에 매일 갔기 때문에 집안일을 할 시간이 없기도 했거든요. 제 기분은 마치 트집잡을걸 찾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집안일을 엄청 하다가 갑자기 방치하는 것도 아니고, 달라진건 없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하던일을 자기가 다한다고 불평을 하다니 전 너무 서운했습니다. 그게 아픈 엄마하고 나한테 할 소린가 싶었거든요.

 

그 이후로도 하나둘씩 변해갔습니다. 그야말로 사랑이 식은것 같았죠. 뭘 해도 구박이고, 밥을 먹다 흘려도, 티비나 핸드폰을 보고 있어도, 그냥 내가 꼴보기 싫은 사람 같았어요. 결국 엄마가 몇달만에 돌아가셨는데, 잠시 주춤하는것 같더니 두세달이 지나니 다시 구박이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편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왜 갑자기 제가 젤 힘들때 저한테 저러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예전에는 서운한 얘기를 하면 바로 반성을 하고 안그러겠다고 미안하다고 하던 사람이, 이젠 서운한 얘기를 하면 정색하고 싸우자고 듭니다.

 

 

정말이지 제 자신감은 그야말로 스스로 세운 벽이 아니라 엄마와 남편이 세워준 모래성 같았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남편이 갑자기 냉정해지니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이젠 세상에 둘도 없는 병신이 됐습니다. 초라함 그 자체고, 남편이 좀만 뭐라 하면 왜? 이젠 내가 먹는것도 꼴보기 싫으니? 이런 식으로 시비 걸게 되고, 그 좋아하던 모임도 다 안나가게 되고, 그냥 찌질이가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이런 찌질이 같은 제 모습이, 자해하는 저만큼이나 싫습니다.

 

 

결국 절 받아들이고 치료를 받기로 하긴 했지만, 제가 너무 기대가 컸는지 상담치료라는게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었어요. 카운터 있는 직원들도 너무 불친절하고.. 저번에는 예약하고 안왔다고 막 뭐라고 하면서 예약금 왜 안걸었냐고 지금이라도 내라고 뭐라 하는데, 그냥 장사꾼들 같고 여기는 마음에 병이 난 사람들이 오는 곳인데 저렇게 돈돈돈 하는게 맞나 싶고 뭐 여튼 그랬네요.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돌아오실수는 없겠지만, 이 가장 힘든 시기에 남편과 권태기가 왔다는 사실이 한없이 서운하고 저를 더 못나게 만듭니다.

 

의사 말로는 제가 남들을 달래주는 기술은 뛰어나나, 스스로 자기 감정을 핸들링해본 경험이 부족해서 균형을 잃은거라고, 슬픔을 제때 풀어내지 못한 점도 큰 문제였던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친정아빠와 살다보니 저보다 아빠가 더 힘드실까봐 한번도 크게 소리내서 울어보질 못했거든요. 어려서부터 늘 꾹 잘 참고 자랑스러운 딸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저처럼 심하게 오진 않으셨더라도, 남편과의 갑작스런 불화나, 가족과의 사별을 극복하신 분이 계시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살아가기 힘이 듭니다. 누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고통을 느끼고, 남편이 평생 한결같이 떠받들어주는 경우는 없을텐데, 왜이렇게 한심하게 극복을 못하고 있는지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