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이제 곧 엄마가 됩니다

뭐래2015.09.11
조회2,898



안녕하세요. 결혼 3년차이고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후반여자입니다.
또래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한 편이고 신혼생활도
넉넉히 하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행복한 결혼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시댁식구들도 너무너무 좋은 분들이세요)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저는.. 아이를 예뻐하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집안에 조카나 아이가 없는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일단 갓난아기부터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들을 비롯해서 아직 자기 의사표현이 안되는 아이들이 너무 싫습니다..

적어도 말을 알아듣고 통제가 가능한 나이가 된 아이들은 또 그렇게 싫은건 아니구요..
식당이나 길거리나 기차나 버스안이나 영화관이나... 어느 곳이든 애기가 엥~~ 하고 울기 시작한다거나 부모 통제없이 뛰어다닌다거나 이것저것 만지는 모습들을 보면 막 스트레스 받습니다.
아기 엄마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저럴거면 왜 데리고 나왔나 이런생각을 먼저 하곤합니다.
(죄송합니다)

신랑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저보다 언니들이시기 때문에 애기들을 데리고 나오시는데 아이를 한번도 안아본적이 없습니다.
혹시나 내가 잘못안아서 불편할까 싶은 맘이 제일 크고, 아기가 이쁘다고 남들이 막 만져대고 그러면 엄마입장에서(만약 나라면) 내아이 만지는게 탐탁치않게 느껴질수도 있을거라 생각이 들어서 아예 아기들에게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냥 예의상 얼굴보면서 아예쁘다 정도는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주위에서 "**씨는 아기 안좋아하나보다~ 그래서 아기 안갖는거야?" 라는 말들도 종종 들었구요.

일부러 절대로 아이를 갖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온건 아닙니다.
다만, 전 아직 아이보다는 제가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아이때문에 포기해야 할 내 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할 재정적인 부분들, 점점 아줌마스럽게 변해 갈 내 몸과마음, 아이와 함께하면 하기 힘들 여가들..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저희 부부 둘다 여름이면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때문에 일년에 꼭 5탱크 이상은 다이빙을 해왔거든요. 겨울엔 보드타러 다니고..)

이런 여유로웠던 생활이 앞으로는 당분간 불가능할거란 생각을 하면 답답함이 먼저 몰려옵니다.

저도 압니다. 제가 이기적이란걸...

근데 올 5월에 유럽여행을 다녀오고나서 아이가 생겼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물론!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랑은 너무너무 좋아하구요.
시어른들도 아이 바란다는 내색은 전혀 안하셨지만 고맙다고 너무 좋아하시구요.

벌써 4개월 말에서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배도 제법 나오고 입덧으로 너무너무 고생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아기가 너무 예쁘고 소중하다는 생각보다는 힘들다.. 그만두고싶다.. 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아침에 눈뜨는것도 너무 힘들고 눈뜨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변기통 붙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제 모습도 너무 익숙치 않구요..
배가 나오니 맞는 옷 없이 헐렁한 옷들만 입는것도 짜증나고.. 총체적 난국입니다..

여전히 지나가는 아기들을 봐도 전혀 사랑스럽거나 예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아직 시집을 가지도 않았고, 이런 말을 어른들께 할수는 없어서 혼자서 자꾸만 우울해지는 느낌입니다.

요새는 이런 준비 안된 나한테 오는 아기가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느낄정도입니다.
제일 친한 언니한명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저처럼 느꼈던 사람들도 자기 아이 낳으면 다 달라질거라고 얘기하던데.. 저도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정말 이 아이가 제 인생을 더 행복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저같은 여자도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너무 걱정됩니다...

혹시 지금 엄마가 되신 분들 중에서 저같은 못된마음 가졌던 분들 계신가요?
도와주세요.. 제가 어떻게해야 이 못된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저 자신을 포기해야만 할것같은 억울함에 눈물이 막 나려고 하네요..

(너무 심한 말은 말아주세요 저 맘 약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