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욕하던 영국친구(+추가

ㅋㅋ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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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17살이고 다섯달전에 아버지 직장일로 강원도에서 영국으로 전학을 왔어. 그래봤자 세달후에 서울로 이사가긴 하는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알려지지 않았는지 뼈저리게 느꼈어.

난 여기와서 친해진 옆집남자애랑 가깝게 지내고있는데, 그냥 친구긴하지만 많이 의지되는 좋은애야. 겹치는 과목도 많고해서 꽤 친해. 근데 그거 알아? 여기 영국에서는 미국 아니면 일본. 이 두나라가 제일 인기있어.

딱히 신경은 안쓰는데 아무래도 많이들 한국은 모르다보니까 슬프더라. 난 엄마가 안계셔서 아빠만 따라온건데, 아빤 역시 일때문에 바쁘시고 하다보니까 모르는 사이에 외로움이 훌쩍 커져있더라.

그래도 억누르고 잘 노는데, 옆집 남자애네 집에 엑스박스하러 놀러갔는데, 걔 친구가 와있더라고. 얠 L이라고 부를게. 근데 걔가 약간 인종차별적이야. 그러다 나보고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한국사람들은 일본 싫어한다며?" 이러는거야.
"두나라 사이에 불편한 역사가 있거든." 했더니 피식, 웃는데 은근히 기분이 나쁜거야. 그래서 나도모르게 열올라서 안되는 영어로 위안부문제, 독도 문제 등 몇가지를 떠들었는데 들은척도 않는거야.

옆집애는 밑에층에 있었기에 걘 모르는데, 엑스박스 끝내고 핸드폰만지던 L가 내가 페북 하는걸 흘낏 보더니 자기 페북 프사, 배사를 일장기로 바꾸는거 아니겠어? 처음엔 몰랐는데 걔가 나한테 페메를 걸더라고. 페메하다보면 뜨잖아...걔 절대 나한테 페메하는 애 아닌데 걸더라고. 보라고 건거지, 뭐. 기분이 아주 나빴는데 역시 안되는 영어가 슬그머니 두려워서 입을 다물었어. 조금 더 있으니까 페북에 Japan♥ 이라고 써서 글 올리더라. 밑에 댓글에 '어떤 나라는 일본 싫어한다더라ㅋㅋ'이런식으로 대화 시작해서 걔 베프랑 한참 그거로 떠들더라고. 대놓고 한국이라곤 안하는데누가봐도 알것같은거있지?

그러다 그렇게 몇분 지났을까? 밑층에 있던 내 옆집 친구가 올라오더라. 그러다가 내 표정이 워낙 험악했던지 무슨일있냐고 웃으면서 묻는데, 별일 아니라고, 근데 네 친구가 날 싫어하는거 같다고 해버렸어... 그랬더니 L이 내가 뭘, 이러는거야. 그래서 너가 날 기분나쁘게 일부러 페이스북에 그런걸 봤다고 소리쳤더니 귀 막으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여간 한국인들은 영어 발음이 구려" 하고 깔깔깔 웃는거야. "영어도 못하는게 왠 듣보잡 나라에서 와서 영국 물 흐리네" 부터해서 평소에 나의 모든게 짜증났다면서 '일본인도 아닌게' 머리는 일본인처럼 하고다닌다는거야.

난 평소에 머리를 길게 땋고다녀. 근데 그게 일본식인거니? 거기까지 듣고 나도 꼭지가 돌아버려서 눈에 뵈는거 없이 소리지르다가 "그래, 우리나라는 너희네처럼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아는 언어를 쓰는것도아니고, 백인도 아니야. 난 여기 너같은 애 보려고 온거아니야, 공부하러. 영어 공부하러온거기도 하고, 아빠따라 억지로 온거야. 너같은 애한테서 그런말 들으려고 온거 아니야. 그런데 꼭 그렇게 까지 말해야해? 네가 뭐가 잘났는데? 자꾸 남의 나라 욕하지마 ×년아!" 하는데...

거기까지 하고 그냥 울음이 줄주르주륵줄주주주줄 나오는거야; 울면 지는거 같아서 이 악물었는데 그냥 수도꼭지처럼 나오더라. 그러면서 속으로 '왜 우리나라는 약한거야? 왜 대한민국은듣보잡이란 소리 들으면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는거지? 차라리 일본인이었으면 좋았겠다. 걔들은 적어도 이만큼 무시당하지는 않을거아냐' 싶으면서 나쁜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거야.

난 한번도 한국인인거 부끄러워한적 없고, 크면 생활한복 가득 사서 옷장에 채워두겠다고 꿈꾸던 나였으며,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 댕기머리처럼 땋고 좋아라했어. 나름 애국자라 느끼고 자랑스러웠는데 정말 너무너무 슬프더라.

내가 꾸린 영어발음으로 우리나라 낮춘것 같아 창피하기도했고.

그렇게 3분은 울었나? 소리지르는거 듣고 친구네 엄마가 오셔서 안아주고 달래주고 하셔서 집에 무사히 왔는데, 그동안 타지에서 눈치보면서 외롭게 산게 갑자기 터져서 집 오니까 울음이 멈추질 않더라. 얼굴도 못본 엄마, 한구 친구들... 다 보고싶고 힘들어서 죽을것 같았어. 그게 어제 일인데, 학교 하루 빠졌어. 아빠도 허락해주셨고. 이렇게 넋두리라도 해야 좀 덜 쓸쓸할것 같았어.

이 긴글 읽어준 고마운 친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마워. 누군지 몰라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고 동정이라도 해주면 힘이 날것같아. 다시한번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난 이만 갈게

사진은 그냥 영국 하늘이야... ^^




추가)

조금이라도 읽어주시고 따뜻한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는 오늘도 학교를 가지 않았습니다. 아빠랑 진지하게 상의했고, 내일부터 학교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 애하나 때문은 아니지만, 여기학교에 완벽하게 질려버린 상태여서 학교까지 때려치고 홈스쿨 할까 고민도했지만 당당하게 맞대기로했습니다.

삼개월만 참으면 한국에 돌아갈수 있다고 생각하고 버텼는데, 이게 웬걸. 아빠가 중국에 집을 잡으셨네요. 자세힌 말씀해주시지 않으셨는데 앞으로그쪽 나라에서 오래 있어야 한다며 아예 집을 그쪽으로 잡으셨대요. 이제야 말씀해주시는게 조금 섭섭하기도 한데, 중국은 여기보다 나을까 싶어 조금 고민은 됩니다.

싫다면 외할머니를 따라 뉴욕에 살던지, 아니면 친할머니를 따라 한국에 살건지 중에서 결정하면 됩니다.

제가 영어보다 잘하는게 중국어인데, 지금은 안계신 엄마께서 많이 가르쳐주셨습니다. 엄마와는 대화를 중국어로 했거든요.

혹여 특이하다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저희 엄마는 중국 미국 혼혈이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인 맞습니다ㅎㅎ

댓글읽고 고민해봤는데 잠시나마 한국인인걸 원망한게 창피해지더군요. 앞으로 당당하게 살려고요.

다시한번 관심 감사드리고, 중국에 사는게 나을지, 할머니 두분중 한분과 사는게 나을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