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하고 싶은 말

15052015.10.05
조회297
안녕 , 이제 10월이라 날씨가 쌀쌀하다. 여자인 나보다 약해서 한 여름에도 감기로 항상 훌쩍 댔는데 지금은 또 어쩌려나 모르겠네.

항상 힘든 일 있으면 항상 입 쭉 나와서 안기던 거 생각난다.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자취생은 원래 이런다며 냉동 식품이나 편의점에서 사 먹는다고 맨날 나한테 잔소리 들었었잖아. 어떻게 이렇게 보니까 애기네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ㅋㅋㅋㅋㅋㅋㅋ

대충 날짜 세보니까 헤어진지 벌써 네 달이나 됐네. 솔직히 나는 너랑 사귀던 그 짧은 시간동안 좋은 기억은 없는 거 같다.오히려 사귀기 전이 더 좋았지, 연애를 하는 동안은 항상 힘들었던 거 같아.

넌 항상 바쁜 사람이었고,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서 있던 위치는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다. 물론 학년도 다르고 서로 준비하던 것도 달라서 난 너한테 공감이 안 되던 부분이 많았어.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서로 좋아한다, 사랑한단 말 보단 보고 싶단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지하철로 30분이면 사는 거리지만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번을 못해도 잠깐 보는 그 5분에 많이 설렜었던 거 같아.

처음 너랑 시작할 땐 진짜 고민됐었어. 연락하던 시간도 짧았고 서로 아는 것도 많이 없었고,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뭔가 너라면 괜찮을 것 같더라. 연락하면서도 불안했지만 시작도 전에 겁 먹지 말라던 말에 마음 굳게 먹었던 건데 결국은 성격이 안 맞단 사소한 이유로 헤어졌네.

성공해서 잘 사는 게 제일 멋있는 복수라고 누구보다 잘 지내서 진짜 큰 코 눌러주고 싶었는데 그게 또 잘 안 되더라. 세상이 좁은 건지, 나도 모르게 너와 연관 된 사람을 찾은 건지 너랑 헤어지고 연락 온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괜찮겠지 좋아지겠지 고민하고 고민하다 시작한 유일한 사람은 또 너랑 아는 사이네ㅋㅋㅋㅋ

너랑 아는 사이란 거 듣고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그래도 그 사람한테 예의는 지키고 싶었어. 너와는 다르게 내가 뭐라고 나 하나한테 목 매던 사람이었거든.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예쁜 연애 하고싶어서 너랑 만날 때와 다른 옷, 다른 화장법, 다른 마음으로 만났었어.

비교는 무슨 너가 워낙 나한테 못해서 비교할 것도 없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랑 사겼던 사실을 알고 당황한 거 얼굴에 다 써져 있는데도 괜찮다고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라고, 내가 병원을 워낙 가기 싫어하잖아. 그거 알고 자기 이름으로 병원 가서 약 처방을 받아주지를 않나, 한강은 가고 싶은데 감기 걸린 나는 걱정되고, 따뜻한 음료랑 담요랑 다 준비해서 만나고. 속 안 좋아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거 보고 티나는 핑계 대면서 늦은 시간에 가스활명수를 사오고 너와 헤어지고 스킨쉽에 익숙치 않은 나 때문에 손이 스치는 것도 미안해 하는, 집도 엄청 멀면서 1분이라도 더 보겠다고 항상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요금도 없으면서 집 갈 때 어두운데 이어폰으로 노래 들을까봐 추가로 요금이 나가도 전화를 해주는,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그런 사람이였어.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너가 똥차였으면 걘 벤츠였지ㅋㅋㅋㅋㅋㅋ 진짜 똥차 가고 벤츠가 온 축복받은 거였는데.. 정이 안 가더라고. 서로 같은 쪽에서 공부 하니까 바쁘고 연락이 잘 안 되도 너와 사귈 때보단 더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려 했었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 바빠서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그 시간 조차 아깝다고 느끼고 있더라.

난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건 질색인 너랑 다르게 자기도 좋아한다고 자전거 종류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빵이나 면을 좋아하는 너와 다르게 밥을 좋아하는 날 위해 국밥집을 알아오던 사람인데 그냥 뭔가 그런 면에 더 고맙고 좋아져야 되는데 그냥 미안한 거야.

그래서 헤어졌어.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걔랑 헤어질 때 내가 했던 말을 걔가 하고 너가 했던 말은 내가 하고 있었어.

그거 보고 헤어졌을 때 너 기분이 어땠는지 알 것 같더라.
헤어진지 한 달도 안 되서 다른 여자랑 연락하던 걸 들었을 땐 맨날 친구들한테 이거 핑계 저거 핑계 대면서 술먹기 바빴고 너가 보고 싶어서 많이 울었었어.

페북에선가 무슨 글을 보고 연락하고 싶을 때마다 메모장에 그 말들을 쓰라길래 처음으로 일기 어플도 깔았었다. 뭐 두 달도 안 되서 100개가 넘어가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만큼 너가 보고 싶나보다 싶더라.

한참 다른 일 때문에 힘들 때 너까지 신경 쓰려니까 몸도 상하더라 시간이 좀 지나고 너가 뒤에서 나 안 좋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거 듣고 화도 안 나더라.

아니 사실 화는 났지, 나도 사람인데 헤어진 남자친구가 뒷얘기 한다는데 내 성격에 찾아가서 다 부술까 생각도 했어ㅎㅎ 근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니까 너한텐 별로일수도 있겠더라 너한테 내 성격은 시한폭탄이였으니까ㅋㅋㅋㅋ

사람마다 사람한테 느끼는 감정이 다르잖아 그 얘기 들으니까 주위에서 너 행동을 이상하다 애매하다 생각해도 내가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겼던 것처럼. 그래서 그냥 지금 나한테 널 표현 하라고 하면 많이 좋아했고 싫어하는 사람. 그게 다야. 그래도 너여서 고마웠던 일들도 많아.
좋아하는 감정 느끼게 해줘서 고맙고.

너 은근히 네이트 판 자주 보는 거 같길래 여기다 쓰면 한 번은 보겠지 싶어서 너한테 하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쓰는 거야.

이제 넌 휴학해서 군대를 가고 난 이 자리에 남아 있지만 적어도 2년은 안 마주칠텐데 그 안에 깨끗하게 잊을 거라 장담한다ㅋㅋㅋ.

처음엔 같이 걷던 길, 영화관, 같이 밥 먹은 식당 그리고 카페 쳐다만 봐도 눈물 났는데 시간이 약이라고 가지는 못해도 지나가다 보면 추억 떠올릴 수는 있겠더라 너도 그러려나.. 얼마 전 너 생일 때 고민하다 축하한다고 보냈었잖아.

이제야 편하게 인사할 수 있냐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거 보고 오히려 고맙더라.

나 항상 술 먹고 톡 보내고 보고 싶다고 전화하고ㅋㅋㅋㅋ완전 집착 심한 구여친의 정석을 달렸는데.. 으 흑역사! 어쨌든, 기다림도 설렐 수 있다는 거 알게 해 줘서 고맙고 예쁜 봄 같이 보내줘서 고마워.

이제야 말 할수 있겠다. 좋은 여자 만나고 잘 지내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