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피를 나눠주기 위해 살아가는 개

살아가는 개2015.10.15
조회588

얼마 전 그도 코커스패니얼 한 마리를 수혈을 위해 대학 동물병원으로 보냈다.

"이윤을 위해 개가 평생 피를 뽑힌다면 윤리적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요.

동물은 자발적 헌혈이 불가능하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혈액 수급 여건이 좋지 않아요.



외국에서는 대형견을 많이 키우지만 국내는 소형견이 대부분 이니까요.


몇 ㎏짜리 소형견에서는 채혈해봐야 얼마 나오지 않으니까 아예 채혈 및 혈액 관리시스템이 없어요."

 

 

 

 

 

어떤 면에서 공혈견은 '필요악'이다. 피를 필요로 하는 개는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피를 뽑아줘야 한다.

 

그렇다면 피만 뽑히고 일생을 마감하는 동물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건국대 수의대는 2000년대 초반 동물병원에서 기르는 공혈견을 없앴다.

 

2009년엔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의 후원으로 동물헌혈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이를 주도한 김휘율 교수(수의학)가 말했다. "공혈견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캐

 

나다, 영국, 미국 등은 이미 공혈견에서 헌혈견으로 전환하는 추세예요."
개는 헌혈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개와 애착관계가 높은 보호자가 결정해야 한다.

 

헌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개에게 주어져야 한다.

 

보호자에게 돈으로 보상하지 않고 헌혈에 참가하는 개에게 건강검진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헌혈견은 보호자에 대한 전화 면접과 개의 건강검진을 통해 선발된다.

 

건국대 수의대의 경우는 소형견이 80% 이상인 국내 현실을 고려해 헌혈이 가능한 개의 무게를 20㎏으로 조금 낮추고

 △1~8살의 중·대형견 △심장사상충 등이 없을 것

△예방접종 완료 등의 자격 요건을 만들어 건국대 동물병원 이용자를 중심으로 신청을 받았다. 그

러나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동물 헌혈견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개는 단 2마리, 고양이는 1마리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수십 건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체중과 나이에서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동물병원에 유통되는 혈액의 거의 전부는 강원도 속초에 있는 민간업체인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채혈된다.

 

국내에서 유일한 개·고양이 혈액공급 업체다.

 

 이 업체는 대량 사육한 개와 고양이에게서 정기적으로 혈액을 뽑아 각 동물병원으로 보낸다.
<한겨레>는 한국동물혈액은행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이 업체는 방역 문제 때문에 농장 공개가 힘들다고 밝혔다.

 

 2003년 세계 2위의 공혈견 육성 농장을 지은 이 업체는 100~200마리의 공혈견을 기르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공혈견 사육량과 종과 연령은 밝히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동물혈액은행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

 

바깥에 드러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시설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개·고양이 혈액 공급처가 하나밖에 없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공급업체의 혈액 관리가 잘못되면 전국 동물병원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동물 혈액의 체혈과 관리·이송 등에 대한 정부 지침이나 기준이 없는 것도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된다.
건국대 수의대는 조만간 동물 헌혈 프로그램을 재시도할 계획이다.

 

관건은 개들이 서로 피를 주고받을 정도로 다수의 헌혈견을 찾을 수 있느냐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300마리의 공혈견이 '독박'을 쓰는 것보다 다수의 헌혈견이 서로 돕고 사는 게 바람직하다.


동물도 헌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김휘율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