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안녕! 원래 헤어지면 하고 싶은말 이렇게 몰래 적어둬야 한대. 마음 속에 꽁꽁 숨기고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 싶어질까봐. 그래서 오빠는 보지 못할, 편지를 쓴다. 지금 뭐하고 있어? 난 내일 시험인데 오빠 때문에 망했어! 집에서 혼자 이별노래 열창하다가 마음 다잡고 이렇게..청승맞게..편지 써. 오빠는 왠지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서 칼 같으니까 의외로. 정많고 의리넘치게 생겨선.. 내 생각 조금은해? 조금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하다가 좀 괴로워도 했으면 좋겠어. 난 이렇게 못 견디게 힘든데 오빠는 멀쩡하면 내가 좀 가엾잖아. 아까 오빠랑 카톡한게 여전히 생각나. 한번 읽었는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기억난다? 신기하지?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닌데. 충격이 컸나보다. 나 되게 상처받았어 아까. 이제 오빠가 신경쓸 건 아니지만. 오빠는 못 볼테니까. 오빠는 내가 항상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어서 별로 아무렇지 않을 줄로 여길 지 모르지만, 나 지금 무지 괴로워. 사실 이별을 항상 생각하긴 했었어.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 근데 그게 이별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었는데. 그냥 불안감이었지 만성적인? 나는 오빠를 엄청 좋아하니까 절대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은 못할테고, 할 생각도 없었고. 오빠만 마음먹으면 우리 관계는 언제든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결국 오빠가 먼저 말 꺼냈고 헤어졌네 우린. 근데 그걸 또 총대맨다고 표현하냐? 진짜 못되쳐먹었어. 말뽄새가 예술이야 개자식. 오빠가 못본다고 생각하니까 성격 나쁜 내가 계속 튀어나오네. 암튼 오빠가 총대맸다고 표현한건 엄청나게 잘못됐고 난 정말 마음 아팠어. 난 진짜 헤어지고 싶단 생각 전혀 없었거든. 동의 하긴 했지만 오빠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거야. 사실 한번 더 붙잡아도 볼까 생각했는데 오빠가 너무...식어있는게 보였어. 더이상 잡았다가는 진짜 있던 정까지 똑 떨어질 것 같아서ㅋㅋ참았다. 근데 이상하지 전화하기 싫단 말도 듣고 감정 소모란 말까지 들었는데도 오빠가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계속 좋더라. 애증이라고 하나 이런걸~? 근데 감정 소모란 말은 진짜 너무 했어..난 오빠 만나면서 엄청 힘들었지만 감정소모라고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는데.. 그렇게 힘들어 죽을거 같다가도 오빠가 조금만 다정하게 굴면 진짜 보상받는 기분이었거든. 오빠는 워낙 합리주의자라 그런가? 오빠다운데 어쩐지 슬펐다. 오빠가 생각 좀 줄이라고 했지만 헤어졌으니까 신경 안 쓰고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해본 결과! 난 여전히 오빠를 좋아한다. 근데 잊어야 한다 깨끗히! 아니면 지금 당장 오빠에게 매달려서 오빠가 하자는대로 다 해야된다. 당연히 전자가 맞는데 자꾸 마음은 후자를 하라고 하네..ㅋㅋㅋ여자 자존심 다 버림. 아주 만약에 있죠. 우리가 다시 잘 될 확률이 있을까? 우연히 만날 확률을 생각해봤는데 이번 학기 끝나면 이제 정말 못보겠지? 오빠는 취업 준비 때문에 바쁠테고 취업하면 서울로 갈테니까. 행여 인천에 있더라도 생활구역이 전혀 달라서 우연히라도 마주칠 확률은 희박할거야...이럴줄 알았으면 정확히 어디쯤 사는지 알아내서 주변 좀 서성거릴걸. 오빠 맨날 집 보여주기 싫다고 한 두 정류장 걸어다녔잖아. 그럼 내가 한 1년이나 2년 뒤쯤 엄청나게 멋진 여성이 되서 오빠한테 먼저 연락하면? 이게 뭔가 더 가능성은 커보이는데 오빠가 내 연락 받으려나. 아님 오빠 옆에 더 멋진 여자가 있을지도. 이래저래 희박하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커플이 잘 될 가능성이 3퍼센트랬나? 그랬는데.. 지금 심정으로는 저 3퍼센트에 내 평생운 전부...는 아니고 한 4분의 1쯤은 써보고 싶네. 나 어쩌다가 진짜ㅋㅋㅋ이렇게 코 꿰였지? 오빠는 우리 사이에 신뢰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음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있었어. 완전히는 아니라는거는 그러니까........오빠가 정말 나를 좋아하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그래서 오빠가 원하는 걸 못해줬던거겠지. 어느 정도 있었다는건 오빠를 좋아하고 뭔가 믿음을 계속 쌓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했고. 그러니까 스킨쉽도 그 정도 허락하고 결혼 얘기도 꺼냈었지. 근데 오빤 내가 그러는걸 되게 가볍게 생각했던거 같아. 뭔가 둘이 느끼는 무게감이 달랐던거지. 오빠는 좀 부담스러워 했던거 같기도 하고. 앞으로 오빠만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순 있을거 같아. 근데 오빠만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긴 힘들겠지. 어디서 봤는데 인연은 피하려고 돌아가는 길에서 마주치는게 인연이래. 우리가 진짜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아니면 이렇게 헤어지는 거고. 이런 얘기하면 오빠 진짜 막 웃겠다 무슨 낯간지러운 소리하냐고ㅋㅋㅋㅋ근데 난 그만큼 오빠가 좋아. 물론 언제 변할지 모르긴 한데.ㅋㅋ 당분간 다른 사람 만나는건 좀 힘들것 같아. 오빠는 헤어지고 나서 금새 새로운 사람 찾을지도 모르지만 난 당분간 짝사랑 좀 해야겠어. 그건 괜찮잖아? 뒤에서 조용히 티 안 나게..이게 내 전문분야였어서 오히려 마음 편한거 같기도 해. 물론 오빠가 누구 만나면 마음이 좀 그렇겠지만. 오빠가 맨 처음에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오빠를 선택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라고 했었어. 오그라들지?ㅋㅋㅋ비록 오빠가 내 속은 엄청 썩였지만! 난 절대 후회하진 않아 오빠 덕분에 나는 감정적으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 고마워요 오빠 잘지내..란 말은 차마 못하겠다. 난 오빠가 좀 괴로웠음 좋겠거든. 사실 아까 카톡으로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한것도 거짓말이야. 나보다 좋은 사람 못 만났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 생각 좀 했으면 좋겠어. 철없고 못된 상상. 오빠 정말 좋아했어요. 아니 정말 좋아해요. 못 볼 말이라고 막 뱉는게 아니예요. 만약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내 마음은 엄청나게 차고 넘쳤을 거라고 확신해. 돌고 돌고 돌아서라도 우리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진짜 드라마처럼 우연히라도. 이번가을이 가면 전혀 못 볼 사람이 된다는게 너무 마음 아프네. 오빠 안녕
용기 내 전하지 못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