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이랑 바람 난 내 남자친구

글쓴이2015.10.24
조회2,147
안녕하세요. 저는 25살 여자입니다.

제목 그대로 남자친구가 17살이랑 바람난 걸 알게 됐어요.

정확히 말하면 전남자친구입니다.

우선 저와 남자친구는 24살에 제 가게에서 손님으로 만났어요.

제 직업은 타투이스트예요.

지난 봄에 규모는 작지만 부모님 손 하나 빌리지 않고

온전히 제 힘으로 저의 가게를 갖게 됐어요.

남자친구는 본인이 타투를 하러 왔던 것은 아니고,

친한 형이랑 그냥 동행했더라구요.

평소처럼 저는 작업만 열심히 했고,

그 타투 받으시는 분이랑만 작업할 때 몇마디 주고 받았어요.

남자친구와 별다른 얘기는 없었구요.

일주일 뒤에 남자친구가 친구를 데려왔더군요.

규모가 작다보니 손님 얼굴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어서 당연히 알아봤죠.

그냥 어~? 지난 주에 오셨죠! 오늘도 타투는 안하시나봐요^^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약간 곤란해하며 자기는 다음에 하겠다고 답했고

이 날은 사적인 대화를 좀 더 많이 했어요.

대화를 하다보니 저희는 동갑인 걸 알게 됐고, 저는 딱히 손님에게 관심은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2주 좀 못 돼서인가?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남자친구가 왔어요.

짧은 시간에 이렇게 자주 오시는 손님은 드물어서

타투는 안하시면서 가게는 자주 오시네요~ㅋㅋ 이렇게 말을 걸었는데

이때 남자친구가 저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밝혔고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저는 좀 불편해서 죄송하다고 거절했지만,

가게 명함에 있는 제 번호로 연락이 왔고

이 날을 시작으로 거의 매일 구애(?)를 했어요.

가게에도 자주 찾아와서 간단한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그러더라구요.

사실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느 정도 호감이 생겼고,

저희는 연인사이로 발전했습니다.

남자친구의 직업은 헬스트레이너 입니다.

저도 들은 얘기가 있어서 만나는게 꺼려졌지만,

그래도 이왕 만난 거 한 번 믿어보자는 식으로 만나게 됐어요.

마침 건강관리차 운동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라서 남자친구 헬스장에도 등록했고,

다른 트레이너들과도 비슷한 나이라서 쉽게 친해졌어요.

그렇게 사귀게 된 남자친구는 괜한 걱정을 했다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잘해줬습니다.

사귄 후 알게 된거지만 타투 자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냥 저의 모든 게 좋다며 제 자체를 사랑해준 사람이에요.

무뚝뚝한 저에 비해 정말 자상해서

연락 문제나 애정 표현같은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도 했죠.

여튼 저는 가게 때문에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게 운동을 가곤 했는데,

아침마다 보는 어떤 여자 분이 있었습니다.

되게 하얗고 마른 체형에 검정색 긴생머리 누가봐도 여리여리하고 청순한 스타일?

아침이라 비슷한 나이대가 드물었는데 되게 부지런하시다고 생각했어요.

예쁘장한 얼굴에 붙임성도 어찌나 좋던지

꽤나 여우같이 생긴데다가 여기저기 타투까지한
(타투한 여자를 상당히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ㅜㅜ)

저에게도 살갑게 먼저 인사를 하며 간단한 얘기를 나눴어요.

언뜻보니 헬스장에서 아주머니, 아저씨들께 인기쟁이에다가

PT를 받는 것도 아닌데 트레이너들이랑도 많이 친하더라구요.

남자친구한테도 말을 꺼냈더니 아~서현이?(가명)라며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걸 보니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어요.

얘기를 하다보니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는 걸 알게 됐고

체력이 약한 탓에 매일매일 학교 가기 전에 운동을 하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교복을 입은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성숙한 외모때문에 전혀 학생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저랑 동갑이거나 아님 사실 더 많게 봤거든요.

어쩌다 일요일 낮시간에 헬스장에 간 적이 있는데,

카운터에서 서현이랑 제 남자친구랑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약속이 있었는지 화장도 곱게하고 힐에 치마까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꾸미니까 더 예뻤어요.

운동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던 길에 헬스장에 커피 사들고 들렸다더라구요.

단지 고등학생이고 그냥 회원과 트레이너 사이인걸 아는데도 좀 짜증이났어요.

이때 저는 사실상 권태기를 겪고 있었고

제가 일방적으로 식은 상태에 남자친구는 지쳐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말도 없이 갑자기 온 저를 굉장히 반가워했고

이미 저와 남자친구가 연인사이임을 알고 있는 서현이도 제 몫의 커피까지 사오지 못한 걸 미안해하며

여자친구도 왔으니 자긴 이제 가보겠다며 자리를 떴어요.

근데 지갑을 두고 갔길래 남자친구한테 말해서 챙겨뒀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남자친구랑 데이트를 하는데

중간에 남자친구가 화장실을 갔어요.

그 때 갑자기 남자친구 핸드폰으로 서현이한테 카톡이 온겁니다.

화면에 뜨는 이름을 우연히 봤는데 하트에 애칭까지 여지친구가 따로 없더라구요.

원래 남자친구가 핸드폰 잠금을 안해두는데

저는 서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평소에 따로 검사를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카톡을 읽었고,

아까 지갑을 두고왔다며 오늘 퇴근 몇 시에 하냐고

이따 자기 집 앞 스타벅스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어요.

오빠오빠거리며 말투에는 애교가 넘치고 딱봐도 썸타는 사이처럼 보였어요.

화장실에서 돌아온 남자친구가 핸드폰 들고 있는 저를 보고 왜? 나 전화 왔었어~? 하는데

아무 말 안하고 화면 보여줬더니 놀라면서 정말 미안하다고 염치없지만 자기 얘기 딱 한 번만 들어달라고 하길래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보자는 생각으로 들었어요.

번호도 서현이가 등록해둔거고 애칭도 서현이가 해둔거다, 이번에 처음 연락한거다.

얘가 원래 말투가 이런 것 같고 오빠라는 호칭은 알게 된지도 꽤 됐는데 편하게 대하라고 해서 이렇게 된거라며 빌었어요.

계속 말하려하길래 더 듣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으니 앞으로 연락하지마라 계산은 내가 하고 나가겠다하고

가차없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어차피 잡지도 않더군요.

일반회원들은 물론 PT회원들과도 절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남자친구였기에 더욱 충격이 컸어요.

1년 반이라는 꽤 긴 시간을 만났는데 그깟 고등학생 하나 때문에 헤어진 것도 짜증났고,

이렇게 형편 없는 남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에도 화가 났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도 헬스장은 꾸준히 나갔어요.

근무시간을 아니까 그 시간대만 피해서 가면 마주치지 않았으니까요.

밤 늦은 시간대(거의 마감시간)에 저와 친하게 지내는 여자 트레이너 분이 한 분 계세요.

저보다 2살 많은 언니예요.(편하게 호칭 언니라고 할게요)

밤 늦게 운동을 가서 마감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언니랑 따로 술 한잔 했는데요.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언니가 화들짝 놀라면서 헤어진지 꽤 지났지 않냐고 그러더라구요.

좋은 얘기는 아니니까 자기한테 헤어진 걸 일부러 말 안한건 줄 알았다며..

무슨 소리냐고 헤어진지 일주일 지났다고 그랬더니

언니가 당황해하더니 쌍욕을하며 남자친구 얘기를 해줬어요.

잠깐 근무시간 바뀌었을 때 남자친구가 언니랑 근무를 했는데

저랑 사귀고 있을 때부터 서현이한테 여친 여친 거렸다고 합니다.

번호도 남자친구가 먼저 물어본거고 애칭은 서현이가 등록한게 맞았구요.

학교 끝나고 서현이가 독서실에 있다가 마감시간 되면 헬스장에 와서

남자친구 차타고 같이 가는 것도 자주 봤대요.

언니가 처음에 그걸 보고 야, 너 글쓴이랑 헤어졌냐?하니까

헤어졌다고 하길래 당연히 헤어졌나보다 했다더라구요.

헬스장 회식 때도 제 얘기는 안하고 서현이 얘기만 했다는데,

정말 역겨워서 들을 수가 없었어요.

저와 헤어지기 한 달 전 쯤부터 서현이랑 사귀었는데,

회식에서 그걸 말했다네요?

그러면서 다른 트레이너가 농담식으로 너 솔직히 그냥 고등학생이랑 한 번 하려고 사귀는거지 했더니

정색하면서 진짜 그런거 아니라고 얘는 정말 사랑하고 아껴주고싶다며

솔직히 글쓴이는 얼굴도 예쁜데다가 몸매도 끝내줘서
만나본거다

타투하는 애길래 쉽게 줄 것 같았는데 한 번을 안주더라 그래서 헤어졌다

걔 만나면서 하루에 X을 몇 번을 쳤는지 모르겠다고 낄낄거렸대요.

글쓴이 걔는 연예인 급인데 성격이 지X 맞다고

서현이가 몸매는 많이 딸려도 서현이를 사랑한다며

혼자 순정만화 주인공 다 해먹었더라구요.

이 얘기를 할 때 언니는 계산하러가서 못 들었는데,

나중에 막내 알바생이 얘기해준거라고 그랬어요.

들으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막내고 어리다보니 그냥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자기가 말했다는 말은 하지말고 누나가 대신 00이 형(남자친구)한테 뭐라고 해주셨음 한다고...

얘기를 듣고 언니가 같은 여자로서 너무 화가나서

사실 계산하고와서 밖에서 다 들었다며 나중에 남자친구를 따로 불렀는데

그냥 분위기상 그렇게 말한거고 절대 나쁜 의도 없었으니 오해 안하셨음 좋겠다 이미 헤어졌지만 글쓴이를 정말 사랑했다고 그랬다네요.

어떻게 저런 말이 나쁜 의도가 아닐 수 있는 건지 정말 의문이고 수치스러워서 죽고싶어요.

언니가 있을 때는 제 얘기 없이 서현이 얘기만 했다고 해요.

진도 어디까지 뺐냐는 질문에 손까지 잡았는데 이렇게 두근거리는 여자는 처음이다며

눈만 마주쳐도 설레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서현이가 대학생되면 인기가 너무 많아서

아마 아저씨인 자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거라며

걱정이 태산이시랍니다.

저랑은 3일만에 키스까지 했던 사람이

이렇게나 순수한 사람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틈만나면 어떻게든 한 번 해볼 생각만 하던 사람이기에

더욱 더 저를 가볍게 만난게 실감이 납니다.

덕분에 사람도 쉽게 못 믿겠고

특히 남자는 어떤 대화를 나눠도 그런 사람으로 밖에 안 보여요.

이별의 아픔보다 한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훨씬 크네요.

듣다가 중간에 도저히 못 듣겠다고 그만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게 이 얘기를 안했던 건 이미 헤어진 사람한테 지난 얘기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나 싶어 안했다고 해요.

차라리 처음부터 이 얘기를 꺼내지 말 걸 그랬나 후회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사실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남자친구가 이 고등학생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와 만난 1년 반의 시간은 도대체 뭘까요.

사소한 것들이라도 함께라서 즐겁고 행복했는데,

정말 단 한순간도 저를 사랑하는 여자로 봤던 적이 없었던 걸까요.

저는 성적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을까요.

권태기였고 헤어지고 나면 가뿐하고 자유로울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힘들고 생각나는 쪽은 제 쪽이네요.

언니의 얘기를 듣고도 자꾸만 합리화를하게 되고

심지어 언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남자친구가 저에게 보여줬던 자상한 모습들밖에 안 떠올라요.

제가 너무 남자친구에게 안 맞춰준거겠죠?

항상 저한테 퍼주기만 했던 남자친구라서 이제 받고 싶기도 한가봅니다.

저도 제가 답답해요.

사람 마음이란게 정말 간사하네요.

만날 때는 그렇게 헤어지고 싶었는데

막상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오고

제가 잘해준 기억도 없어서 더 미안하고 미련이 남나봐요.

남자친구 없이 보내는 토요일이 오랜만이라서

복잡한 마음에 글 써봅니다.

가을 다 끝나기 전에 가게 좀 쉬고

단풍놀이 가자는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한데

가을이 이미 다 지나갔나봐요 바람이 많이 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