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에게 쓰는 편지

개철이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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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이 없어 눈동자가 반만 보였던 너의 눈이 좋았고

있을랑 말랑했던 너의 콧대가 좋았고

입이 커서 웃을때 이가 많이 보인 너의 미소가 좋았고

내가 바람만 불면 꺄르르 웃었던 너의 이쁜 귀가 좋았고

젖살이 덜빠져서 내가 뽀뽀를 많이 할 수 있었던 너의 볼이 좋았고

요가를 오래 했어서 쭉쭉 뻗은 너의 팔다리가 좋았고

길고 하얀 너의 손이 좋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쉬었던 요가때문에 생겼다던 너의 뱃살이 좋았고

어깨정도까지 내려왔던 너의 머리도 좋았어.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것이 이제 과거형이고,

우리의 만남은 우연히 이국에서 시작되어 그 인연이 한국에서 닿아 만났지.

때문에 너와 헤어진 후로 너의 주변사람들을 잘 몰랐던 탓에 너의 소식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들을 수 없어서 답답하다.

우리가 만나는 동안에 계절은 세번이 바뀌었고 우리가 서로를 안 만나는 동안에 이제 곧 세번째 계절이 바뀌려고 한다.

오늘 무슨바람이 들어서 너생각에 잠을 못 이루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처음 만낫던 날이 스물스물 왔다갔나보다.

헤어진 후에 내가 매달리듯 붙잡아도 너는 뿌리쳤고, '한번만 보자. 그냥 보고싶다.' 는 나의 말에 너는 '우리가 만나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라고 대답하는 너에게 나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다 버려가며 너를 보고싶었다.

그렇게 헤어진지 두달만에 너를 다시 만나게 되던 날.

약속을 잡을 때 내가 '다시 잘해보자고 만나자는게 아니야. 그냥 얼굴이 보고싶어.' 라고 했지만 나는 내심 기대가 컸다. 다시 잘 되길 바랬었지.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나는 너를 기다리는 1분1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어.

못 본 사이 많이 달라졌을까?
처음에 무슨 말을하지?
인사나 제대로 받아줄까?

이런 걱정을 하고있던 찰나에 너는 쿨내를 풍기며 나에게 인사를 하였고, 그 순간 나는 머리속이 하얗게 변해서 병신같이 나와줘서 고맙단 소리를 했다.

많이 변하고 달라진 너의 모습에 나는 내 기억속의 너를 찾으려 애를 썼지만, 자꾸 초라해지는 내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로 한시간을 보냈지만 너를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두달만의 만남을 뒤로하고 난 뒤 집으로 가면서 '나와줘서 고마워. 이젠 너에게 두번다시 연락하지않을게.'라는 문자를 보낸 내가 너무 한심했다.

이렇게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면 뭘 하고지내는지, 하고있던 것들은 잘 했는지 궁금한데 도대체가 연락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