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우리 할머니 냉장고를 털어간 무개념 여자들.

흔한여자2015.11.03
조회68,522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여자 직장인 입니다.
판 글 보다가, 해외여행 중 빈대 여대생들 만났다는 글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저도 글 한편 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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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를 쓰다보니 음슴체 및 반말이 섞일지도 몰라요. 거기에다가 폰으로 써서 맞춤법 틀려도 양해 부탁 드려요.

우리 부모님은 고향 친구로 만나서 결혼하셨고,
두 분다 고향이 제주도 우도임.

그래서 우리 친할머니 외할머니도 우도에 거주 중이신데,
6년 전 엄마가 친정에 갔다가 기겁을 했었음.

6년전, 고로 2009년도 여름 우리 외할머니께서 몸은 불편하신데... 그래도 움직여야 했던 때라..... 집 근처 동네 산책을 하시다가 여대생 2명이 길을 물으며 말을 걸어왔는데
모 여대 3학년이고 제주도에 무전여행을 왔다고 하더라.

(그냥 편의상 외할머니를 할머니라고 하겠습니다.)

할머니는 그 때 여대생 나이가 손녀인 나와 동갑이라 마음이 조금 쓰이셨는지 몇마디 주고 받으셨고....
지금이야 우도도 거의 관광지화 되어서 숙박시설이 있었지만
6년 전에는 거의 없었고, 관광객들도 당일치기로 왔다갔다하는 편이었음.
근데 그 여대생들이 온 시간이 이미 늦은 오후였고, 그 당시 우도에서 제주 성산으로 빠지는 마지막 배가 오후 6시에 있던터라
의아하셨는지 우도에서 잘 곳은 있냐고 하길래 그 여대생들 왈

할머니, 저희 할머니 집에서 재워주시면 안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그 말을 엄마한테서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친.... 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지만 엄마의 얘기를 계속 들음.

할머니는 그래도 여자애 2명이 낯선데 돌아다니는 것도 안쓰러워 보였고,
내 생각이 나서 그러라고 해서 그 여대생 2명은 할머니집에 지들 짐 갖다놓고 관광 좀 하겠다고 나갔음.

근데, 이 가시나들이 밤 9시까지 안돌아 오더랜닼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그 날 처음 만난 할머니라도, 왜 걱정이 안되겠냐고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하던가
낯선데 돌아다니다가 해꼬지라도 당하진 않았나
괜히 잘못되서 할머니도 이상한 사건에 연루되진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드는데 밤 9시 넘어서 돌아옴.

할머니가 안도하면서 왜이리 늦게왔냐고 하니깐 볼멘소리로 웅얼거리더니

집에 밥 없냐고 하더랜다.........

재워주는거도 고마워해도 시원찮을판에
80대 중반 노인네한테 밥을 해달랜다....

우리 할머니 골다공증에 거동 불편하셔서 본인 밥도 잘 못 챙겨 드시는데
그래도 배고플까 대충 밥상 차려서 챙겨줬음
배가 고팠는지 그래도 잘 먹더랜다.

......

그 다음날, 할머니는 몸도 좀 힘드시고
그 애들한테 밥 알아서 먹어라고 하는데

할머니 집에 먹을꺼 이거밖에 없어요?

.......

혼자사는 할망이 얼마나 많이 먹는다고
솔직히 혼자 사는 할머니가 먹을꺼 잘 챙겨먹지도 못하시는데
그 와중에 반찬투정하는 그 여대생들 얘기를 들으니 혈압이 올랐음...

그런데 그 여자애 두 명이 부엌에 들어가더니 한 동안 안나오더랜다
한 한시간 반 쯤?

*참고로 할머니 집이 옛날 집이라서 부엌이 밖에 있는 구조

그래서 나아아아름 설거지라도 해주나보다 라고 생각했고,

그 여자애들이 신세 많이 졌다면서 자기들 가보겠다고 인사하면서 이 소리 하더랜다

할머니, 내년에도 오면 안되요^^?

ㅅㅂ.......
이년들이 돌았나?

라고 말로 뱉어낼 뻔했지만 참고 엄마가 하는 말을 계속 들음.

할머니도 너희같은 애들 두 번 들였다가는 마음 졸여서 안되겠다고 말하면서 돌려 보내고
혹여 정리가 덜 된 곳이 있나 싶어 부엌으로 가셨는데.....

설거지는 무슨.
저녁에 먹은거, 아침에 먹은거 설거지는 하나도 안 해가고
더 심한건 냉장고에 있는 먹을 수 있는건 다 쓸어갔더랜다.

가스렌지 위에는 솥이 있는데, 그걸로 계란을 삶았는지 계란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계란이 하나도 없고 껍질도 안 보이는걸 보니 그걸 삶아서 가방에 가져간 것 같았음.

할머니 거동 불편하셔서 식료품도 잘 못사셔서
우리 엄마가 정기적으로 먹을꺼나 간식거리 택배로 보내셨는데
조리가 필요없는 먹을거리는 싹 다 쓸어가고 없었더랜다.

.....

아마 그 여대생들도 지금쯤은 직장인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돈 없이 가는 무전여행 ^^? 갔다왔다고 뿌듯해 했을 것 같은데.
에라이.
나였으면 전화번호나 주소 받아가서 약소하게나마 선물이라도 보냈을꺼다.

무전여행은 개뿔.
남들 등쳐먹으면서 돌아다니는게 무슨 무전여행이야.
숙소 낼 돈도 없이 길거리에서 잘 패기도 없었으면서.... 진짜 대책 없었다고 생각함.
그 때 열받아서 그 여대 커뮤니티에 올리려고 하다가 말았는데
판에 여행 중 만난 빈대 이야기가 있길래 그냥 옛날 생각나서 적어 봄.

그 여자들이 이 글 보고 옛날 생각나서
자다가 하이킥이라도 날렸음 좋겠음.
지금은 부디 철들어서 그 때 일 생각하면서 부끄러워라도 했음 좋겠음.

요즘이야 예전보다 세상이 흉흉해서 모르는 할머니에게 재워달래는 패기는 못 부리겠지만,

대학생 여러분.
여행가는건 좋은데, 제발 다른 사람들한테 폐는 끼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