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한 일이다

201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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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한 일이다.

오빠랑 헤어진 건.

백수에 직업훈련원을 다니던 오빠를 만나 150일가량을 연애했지
난 그 힘들다는 호텔일을 림프부종 걸린 발로 구두를 신고 하루하루를 보냈었어.
힘들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단한번도 먼저 전화해준 적 없던 오빠였고, 내가 먼저 전화 걸면 어머니가 계시다며 그냥 거절하는게 일이였던 오빠였고, 공부한다며 톡을 잘 안해도 그냥 그러러니 넘어가던 나였지.
그러던 중 직업훈련원을 그만두고 어머니가 일하시는 공장에 알바로 들어가서 삼교대를 하며 우리가 만날수 있는 시간들은 더 줄어들었어.
알바라 시간표가 안나온다. 행여 피곤할까 전화나 톡도 난 신경써서 보냇고, 내 힘든 것들 다 이야기 하지도 못했어.
그러던 중 카페를 개업하시는 분이 자기랑 같이 일을 하자며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고민하는데 오빤 무조건 말렸지.
호텔일하라며, 남들 보기 좋은 일이라 그랬던 거 알아.
어디가서 호텔리어라 말하면 보기 정말 좋겠지.
난 오빠의 반대에도 결국 타지로 옮겨가며 이직을 했고, 예상했던 대로 녹록치 않았어. 그렇지만 내 선택이었기에 오빠에게 힘들단 말 조차 꺼낸 적 없었지.
내 유일한 취미인 게임.
힘든 타지 생활에서 일 끝나고 취미 생활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할 때면 오빠에게 전화가와. 야근이라 쉬는 시간에 전화 했다며.
난 그 전화 항상 받았어.
내가 잠을 자고 있든, 게임을 하고 있든, 씻고 있든 항상.
게임 중이라 끝나고 다시 연락하면 안될까?
그 한마디가 그렇게 서러웠니?
그 뒤로 내 유일한 취미이자 탈출구인 게임마저 못하게 하더라.
너가 새벽에 나가 술먹는 건 괜찮고, 친구들이랑 감성주점, 칵테일 바에 가는 건 괜찮으면서. 이기적이다는 생각만 들더라.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하기를 수십번 반복.
오빠가 먼저 생각 할 시간을 갖자 했고, 난 생각해보기로 한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정말 우리 인연을 놓고 싶었다.
삼일째 되던날.
술먹던 중 전화 건 오빠가 한 말은 어떻게 연락한번 없냐는 말
생각할 시간을 일주일 갖자 한건 너였어
난 그때 정말 마음 정리 해서 헤어져야 겟단 이성이 있었고, 넌 내 태도에 위기감을 느꼇는지 한번을 안오던 내가 있는 지역을 오더라.
그러고 붙잡았지.
난 그런 널 보면서 그래 날 사랑하니까 그렇겟지 생각하며 다시 잘 해보리라 마음 먹었어.
그 뒤 우리 사이는 이전보다 좋아진 거 같았지.
하지만 결국 또 반복.
내가 게임하는게 그렇게 맘에 안들었던거야 아님 그냥 시비 걸 사람 투정부릴 사람이 필요해서 그랬던거야? 난 아직도 너무 헷갈린다.

오빠를 만나면서 정말 기분나쁘고 안좋았던 기억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널 만난 시간이 아깝고 이제라도 헤어진게 너무 다행이라 생각해.


오빠 아버지를 처음 뵌날.
아버지를 처음 뵙는 것도 무서운데 아버지가 친하게 지내시는 형님이라는 분도 같이 나오셨더라.
그 분은 술을 잘 못하셔서 다섯잔 이후 드시지 않았어.
그때 우리 참이슬을 10병 마신거 아니?
내 주량이 쎄기도 하지만, 그때 긴장되서 정신이 정말 멀쩡하더라.
그리고 혼자 담배를 잘도 피러가더라.
난 처음본 아저씨 두명일 뿐인 사람들 앞에 두고.
형님이라던 분은 우리 이제 가보라고 내일을 준비하자 그러시는데 너희 아버지 노래방을 가서 너 노래를 듣고 싶다 하시더라.
넌 내 생각 전혀 않고 그 자릴 갔지. 그러면서 너희 아버지께 내가 애교부리면서 효도 하길 바라더라.
나 23살 평생동안 아빠 비위 맞추면서 애교 부린적 없어.
너희 아버지는 내게 처음 보는 아저씨일 뿐이야.
니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난 모든걸 다 맞췄지.
나 원래 그래 남 비위 잘 맞춰.
예쁨 받는 거 좋아해.
근데 너 왜 나한테 그걸 강요해?

그리고 이번 여름휴가
내 첫 여름 휴가였어
넌 친구들과 이미 두번의 여행을 갔다 왔겠지만 난 첫휴가였어.
또한 너와 나의 첫 여행이기도 했고.
오빠 친구 커플?
심지어 커플도 아닌 전 연인이었지
오빠친구가 전여친랑 잘 해보고 싶다고 같이 가서 분위기좀 만들어주자고.
그 전여친 돈 없다며 돈을 하나도 안냈던거 기억나?
그당시 나 13 너 9 친구 10 냈던거 기억하니?
차 렌트며 숙소 예약이며 장이며.
온갖 잡일은 다 하고 여행을 갔지.
그언니 나 부리더라.
부족한 걸 사러 마트에 다녀오자마자 나한테 이거 할 줄 아냐 저거 할 줄 아냐 역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난 이런거 못하는데. 라며 하..
심지어 사륜오토바이를 타러가서 4인에 6만원이라는 말에 너 그러더라 그럼 1인당 2만원 내야하나?라고
한 사람당 만오천원이 왜 이만원이 되니..
결국 내 23살 첫 휴가이자 마지막 여름 휴가를 그렇게 끝냈지
미안하지도 않아? 아님 고맙지도 않니?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어머니께서 보시고 왜케 뚱뚱하니 라고 하셧단 말을 나한테 굳이 전하고 싶었니?

그리고 오빠가 나랑 처음 사귈때 나한테 한가지 바라는 거 뭐였는지 기억나?
약속시간 삼십분 남기고 못보겟다 하는 거 정말 싫어한다고.
그 말 한지 일주일쯤 되던 때 .
호텔로 마중올테니까 일끝나고 데이트 하자던 너
나 일끝나서 옷 갈아입는데 연락오더라 친척이 집에 오시는데 집에 너밖에 없다고 못보겟다고 ....ㅋㅋㅋㅋ 어이가 없다
그러면서 하는 말 집안 사정에 어른들이 오신다는 데 왜 이해못하냐며 화냈지
아직도 난 어이가없다. 벌써 5개월이나 지낫는데

그리고 10월3일 오후 1시30분 토요일
샤워하고 나왔는데 집에 모르는 남자가 들어와서 날 쳐다보고 있었어. 씻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였는데.
놀라서 잡고 쫒아가고 그런 생각할 겨를 없이 너한테 먼저 연락했다? 연락도 없더라. 그당시 친해진 이주된 친구가 낫더라.
범인을 못잡아서 속상한게 아니라 내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 너가 너무 속상하더라.
훤한 대낮에 집에 모르는 남자가 들어왔던걸 생각하면 낮에도 편히 집에 있질 못해 난. 잠안오는 밤에는 어딜 나가지도 집에 편히 있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였어 난.
사건발생 이주후 형사계로 넘어가서 형사가 첫 방문을 했지.
CCTV이야길 했고 넌 나에게 또 질책하더라.
확인 해봤냐면서.
고장난 씨씨티비 였다고 몇번을 말햇어.
차량 블랙박스 증거는 어떻게 됐냐니. 나 그날 사건신고하고 옷만입고 바로 지구대로 가서 두시간동안 조서 작성했어.
너 사건 일어났던 당일. 그날 저녁에 친구랑 술먹다가 내 집에 모르는 남자가 무단침입해서 신고했다더라 하며 친구에게 말했다 했지?
그친구 그럼 당장 가야지 미친새야 라고 했다며
그제서야 걱정이 됐니?
그래서 그 새벽에 택시 타고 왔니?
새벽 3시에??
택시비 4만5천원 들여서 나에게 2만원을 달라고 했니??
넌 그저 니 버섯이 시려웠던 거겟지.
자고 있는 나에게 새벽 세시에 전화해서 지금 가려는데 돈이 없다. 라고..? 하..
넌 답이 없다.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너 못생겼어.
너 버섯 작아.
너 주사 않좋아.
너 지금 하는 알바 직원으로 채용 못 돼.
너 노래 실력 형편없어.
그리고 제일 하고싶은 말. 너 인성 안좋아.

내가 널 만낫던 이유는 돌이켜보면 하나인거 같아.
힘들어서.
부모님이 별거를 시작하시고, 호텔일이 너무 힘들었고, 내 지병이 림프부종이라는 완치 없는 병이라는 거, 내 자신이 한심하다 생각하는 내 모습들이 힘들어서였어.
그나마 날 챙기는게 너였으니까.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때문에 더 힘들었어.
난 친구도 있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니엿고.
발이 아팠어도 다리가 없어지진 않았었고.
게다가 난 아직 23살이였어.

내가 좋아했던 니 모습은.
묵직하고 내말을 잘 들어주고, 항상 내편이 되는 모습이었지.
투정부리고 심술부리고 내 부탁하나 안들어주면서 옆에서 내 자존감을 깍는 모습이 아니였어.
내 생일날 편지 한장에 소원세개가 선물이라던 니 모습이 싫지 않았던건, 없는 형편에도 조금이나마 날 생각해주는 여유가 예뻤기 때문이지 내가 여태 받앗던 것들이 그것보다 하찮아서가 아니였어.
난 돈도 잘 벌었고. 외모도 나쁘지 않았고. 학벌도 나쁘지 않았어.
여러문제가 있었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남들 못배우는 것도 남부럽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집 사랑스런 막내딸이었다.

지금 너랑 헤어지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너대신 연락하던 친해진지 이주됐던 그친구가 나한테 지금 엄청 절해줘. 매일 귀엽다며 예쁘다며 사랑스럽게 쳐다봐.
난 너랑 헤어진지 2주만에 놀랍도록 자존감을 회복해간다.
너랑 만날때 일주일에 세번. 소주 3병씩 마시던 예전의 나 아니다.
너랑 헤어지고 2주동안 마신 술.
브라더라는 술 한병 궁금해서 마신게 전부다.
게임도 이제 삼일에 두세판정도 하는 거 같아.
지금 너랑 헤어지고 내 삶이 엄청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어.
오빠도 부디 잘 살길 바랄게.
헤어지고 정리할게 없다는 게 난 정말 우스웠다.
너랑 사귀면서 한 것들이 싸운거 밖에 없어서.
이제 널 미워하는 마음만 정리하면 정말 끝이야.

에일리 노래가 머리에 맴돈다.
불쌍해 야 너나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