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보고 싶었다

2015.11.08
조회12,261

 

너를 만나기 전의 연애가 버거웠다.

그 사람이 나한테 남아서 힘들었다기보다 그때의 감정, 후회같은 게 남아서 난 어떤 관계를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꽤 오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너를 만났다.

흔해빠진 만남이었을 지 모르는데 난 그때 인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와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기시감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유치하다고 해도 난 그냥 그랬다.

 

그런데 그걸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운명 인연같은 말을 해도 너는 그런게 어디있냐 하며 웃을 것 같아서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또 힘들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재단하고 있었다. 확 쏟아버릴까봐, 왈칵 쏟아버리고 결국 내게 남은 게 없었던 그 관계처럼 될까봐 조심했다. 똑같은 문제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고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너랑 있을 나중을 말하지 못했다. 그 약속들이 허망해지는 순간이 오면 얼마나 버거운지 알아서... 내가 조심하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는데 바보같았다. 연애는 실수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맞춰나가는 법을 배우게 되고 그러면서 커가는 거였는데... 너를 잃을 생각부터 했던거 같다. 잃을 때 아프지 않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지킬 생각은 못하고.  

 

너도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전의 연애의 영향이 남아있었다.

넌 아니라고 하겠지만 내가 본 너는 그랬다. 같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나처럼. 그게 벽이되고 있는 걸 너나 나나 몰랐던 게 문제였지만... 결국 우리의 끝을 만든 건 우리였고 그걸 돌릴 수 없는 걸 안다. 또 한번 우리가 된다면 우리 관계가 달라질 지 모르지만  넌 그것보다 반복될 거라고 더 강하게 걸고 있으니 아마 안될거다. 둘다 한 곳에 걸어도 다시 만남을 이어가는 게 힘든 법인데 지금에야 무슨말을 더할까.

 

이제야 솔직해지는 내가 갑갑하지만, 난 너를 오래보고싶었다.

네 품에서 너랑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만큼이나 네가 이야기 해주는 걸 들으며 너를 안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나에게 기대도 하지 않으려는 네 마음이 어떤건지 이해하고 네가 기대오길 기다려주기보다 기대 없는 관계가 버거워 포기해버렸던 게 후회로만 남는 것 같다. 기다려볼걸 그랬다, 네가 벽을 허물기까지. 서로 이별을 고했고 결국에는 우리 둘이 만든 이별이지만 그리움은 내 몫이기만 하려나보다.

 

그립다. 네 연락도 네 목소리도 참 그립다.

그래도 잘 참아보려고 한다. 네가 없는 시간도 네가 없을 시간도.

잘 지내고 있을 네가 더 잘 지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