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다들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잘합시다2008.09.30
조회379

전 경남 쪽에 살고 있는 25살 남자입니다

톡을 보다가 부모님이 큰 병에 걸리시거나 부모님을 여의신 톡이 있길래

큰 병에 걸리셨으면 힘내시길 바라는 마음과

부모님을 여의셨으면 꿋꿋하게 살아가시라는 마음을 담아서

별 것 아닌 제 이야기를 늘어놓아보고자 합니다

전 군대를 좀 늦게 간 편입니다 2005년도에 입대를 했죠

귀가 안 좋아서 군생활 하는 데에 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만

남들보다 더 뛰어다니는 걸로 커버치는 그런 제주 전경이었습니다

2006년 7월달이었네요

거점이라고 소대 밖에 있는 초소같은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근무를 서고 있을 때였죠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안 받고 고참이 받고 전 경계를 보고 있었는데

제가 받으라는 소리에 뛰어가서 받았더니

'소대장인데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니까 복귀할 준비하고 있어라'

순간 눈 앞이 하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눈이 돌아갔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위독하시길래 도대체

고참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냥 제발 옆에 있는 횟집에서 전화 좀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아시겠지만 원래 근무자는 초소 밖으로 마음대로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저도 알고 있었지만 너무 급한 마음에 그냥 요청했던 것입니다

고참도 이해해주면서 알았다고 빨리 가서 전화해 보라고 했습니다

고맙게도 주인 아주머니께서 선뜻 전화를 빌려주시더라구요

집에 전화해보니까 아무도 안 받더라구요

바로 어머니 휴대폰으로 전화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여쭤보니까

뇌경색...이라는 병 때문에 뇌를 반 이상 절단하셨고

이제 살 확률조차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서

'그래도 니가 얼굴은 봐야 되지 않겠냐'라고 하시면서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제가 우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살 방법은 없다느나...?'라고 했었던 것 같네요 다른 말은 기억나질 않습니다

한 번도 저희에게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어머니께서 훌쩍이시다가 좀 가다듬으시면서

'그래 좀 힘들다고 하네?그러니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와라'

끊고 나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빨리 초소 내로 들어가야 되는데

그냥 멍했습니다 초소로 가야 된다는 생각도 못 하고 그냥 거기에 주저앉아서 계속 울기만 했을 뿐...

주인 아주머니가 무슨 일이냐고...다그쳐 물으시더라구요

울먹이면서 말도 제대로 못 잇고 그냥 어떻게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의사만 전달했습니다

아주머니도 같이 좀 눈물이 고이셨더라구요 거기에 복받쳐서 그냥 계속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초소로 걸어 들어갔죠

어떻게 해서 좀 정신을 가다듬고 소대 대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소대 차를 타고 소대로 복귀한 다음

제대로 씻지도 않고 바로 제주공항으로 달렸습니다

가는 길에 부소대장님이 그러시더군요

'xx아, 니가 장남이지?니가 장남이니까 어머니에게 힘을 드려야 돼.니가 거기 가서 더 울고 주저앉고 그러면 안 되겠지?그럼 다 힘이 드는 거라고 xx이는 군인이니까 니가 의젓하게 더 힘을 드리고 그래야 돼 알겠냐?"

알았노라고 대답을 하고 제주공항에 늦게나마 도착을 했는데

그 연락을 받은 시간이 늦은 오후였던 데다가 비행기가 8시 넘어서 있었는데

제주도가 날씨가 변화무쌍합니다 정말로요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해서 이륙시간이 지연이 된 것입니다.

도착하니까 너무 늦었더라구요 돈도 제대로 챙기지도 못 하고 나왔었고

그제서야 제가 좀 더 냉정해서 어머니한테 교통비라도 좀 얻어오지 못 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부산 공항에서 제가 있는 곳까지 갈 차비 정도만 딱 가지고 있었던 상태라서...

그 야간에 택시를 탈 수도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라도 잡고 제가 사는 곳으로 가고 싶은 심정...여러분은 모르실 겁니다

부산에서 꼬박 밤을 샜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서 아침 첫 차를 타고 바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저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가족들이 걱정을 했던 모양이네요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멍청한 저를 계속 탓하면서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온 몸에 무언가를 꽂고 누워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정말 아버지께 맞기도 많이 맞았고 기합도 많이 받았었습니다

물론 제가 오죽 속을 많이 썩였으면 그러셨겠습니까만

그 위풍당당하고 공포의 대상이기만 했던 아버지가

힘없이 온 몸에 살이 쪽 빠진 모습으로 병원 침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보고 나서 다가갈 생각도 못 하고 그 자리에 무릎 꿇고 미친 듯이 울었습니다

제발 일어나서 나 좀 보라고...갈 땐 가더라도 큰아들 얼굴 한 번만 봐 달라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말 부산에서 지나가는 차를 붙잡고 미친 듯이 구걸해 볼 걸...

수도 없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식물인간처럼 되신 지 꽤 오래되신 모양입니다

군생활하고 있는 저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말하지 않으셨던 겁니다

아버지가 아프신데 지나가는 차를 잡고 제발 우리 동네까지 좀 가 달라고 말도 하지 못 하는 이 병신같은 저한테!!아버지는 그런 저한테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도 하지 않으신 겁니다

뇌경색이 어떤 병이냐면 일종의 동맥경화증입니다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버려서 피가 통하지 않아 그 쪽에 있는 기관이 제 구실을 못 하게 되는 그런 병이죠

처음에는 막혀가고 있는 혈관을 살려보기 위해서 뇌의 1/3을 제거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제거하고 나중에는 1/2까지 제거하게 되었는데

더 이상 제거하면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해서 그래도 이 못난 자식한테 산 모습은 보이기 위해

그대로 놔 두셨다고 합니다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상태냐고

뭐라뭐라 말하는데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고 거두절미하고 살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습니다

0.5퍼센트라고 하더군요.

큰 병을 앓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5%미만이라고 하면 거의...확률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넋을 잃었습니다 그대로...그런데 왠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가서 아버지를 보고 밖에 나가서 울다가 집에 들어가고 그런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낮에 왜 가지 않았는지는 저희 집안 사정이라서 밝히기 좀 그렇다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휴가일이 지나가고 지나가서 마지막날이 되기 좀 전이었습니다

소대에 전화를 해서 휴가를 좀 더 써 보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애당초 제가 나온 게 청원휴가이긴 했는데 말가에서 떼 쓴 게 아니라 원래 있던 휴가를 앞당긴 거라서 더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다시 소대로 복귀했습니다 돌아가시게 되면 연락 주신다고 하시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정되지 않아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지만 군대라는 곳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냥 일을 하게 만들더군요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 1주일이 지났습니다 뭔가 좀 이상했죠 금방 돌아가신다고 했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한창 바쁠 시기라 집에 전화하고 싶은데 눈치가 보이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그래도 집에 아버지가 그런 병에 걸렸는데 전화해야지라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제가 좀 꼬여서 석순이 완전 밑바닥이었던 터라서 그러지를 못 했습니다

제대로 자지 못 해서 다크서클이 눈을 뒤덮을 때가 되었을 때가 1달이 지나서였군요

이제 정말 뭔가 이상했습니다 왜 지금까지 연락이 안 올까?혹시?설마?정말?

사실 복귀하고 보름 쯤 지나서 밤에 연락을 했었는데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소릴 들었었습니다

1달이 지나고 나서 연락을 해 보니...

0.5퍼센트의 확률...그 확률이 기적을 일으켜서 아버지를 살려낸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휴가를 나갔을 때는 아버지도 일반병실로 옮기셔서 일반 병실에서 생활하고 계셨고

1년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통원치료를 할 정도까지 좋아지셨습니다

물론 뇌경색의 여파로 실명을 하고 우뇌를 완전히 잘라낸 터라 좌반신을 쓸 수 없고 말을 사람이 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혀가 꼬인 듯한 말씀을 하시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게...살아계시고 어눌하지만 말씀을 하신다는 게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아버지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죽일 듯이 미워했던 신도 이번만큼은 너무 고마웠습니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요

아버지가 죽을 병쯤에 걸리고 나서 보니까 제가 아버지께 소홀했다는 게 너무 드러나기 시작하더군요 아버지를 무섭기만 하고 어려운 존재로만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죠

아버지께서 언제 돌아가실 진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제가 최선을 다해서 돌볼 겁니다.

정말...부모님께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제가 당해본 터라서 잘 느끼고 있겠지만

부모님께서 건강하신 분들은...잘 감이 안 오실 거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이 글을 보시는 톡커분들의 부모님은...저희 아버지처럼 큰 병 걸리셔서 아프시지 않고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부모님께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두서없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