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의 본능발굴6-양파와 배려

이구아나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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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양파와 배려

 

그녀가 왔을 때 나는 열심히 짜장면을 비비던 중이었다.


“왔어?”


그녀는 조용히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좀 먹을래?”


“아니야. 나 먹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영화를 보며 면발을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야, 너 입에 다 묻었어.”


그녀는 휴지로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괜찮아.”


나는 아삭아삭 양파를 씹어댔다. 내 시선은 짜장면 아니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후루룩 후
루룩 어느새 짜장면 그릇을 다 비우고도 나는 한참이나 영화를 더 보고있다가 영화가 끝났을 때서야 비로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준비 됐어?”


나는 짜장면 그릇을 옆으로 밀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양파  냄새.. 싫어. 양치질도 안했잖아.”


그녀가 두 손으로 강력히 나를 밀어냈다.


“어때.”


나는 멋적은 마음에 물 한모금을 마시고 입안을 헹구어 삼켰다.


“뭐야. 나는 꼭 무조건 양치질하고 오는데.. 와서도 또 한번 더 한단 말이야. 근데 넌 양파도 막 씹어먹
고.”


“혹시 결벽증 아니야?”


나는 다시 물을 한 모금 삼켰다.


“그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야, 이 바보야. 넌 배려란 게 무슨 뜻인지나 알어? 너 진짜 이기적이야.”


“뭐야? 양파조각 몇개 먹었다고 말이 좀 심한거 아니냐?”


“그것 뿐이야? 사람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짜장면 배달원이 와도 그러진 않았겠다.”


애송이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지고 있었다. 난 물컵을 내려놓았다.


“잠깐.. 너 여기 오는 목적이 뭐야? 연애감정이라도 느껴보겠다는 거야? 너는 그냥 과외받으러 오는 학
생이라구.”


나의 싸늘한 말에 애송이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그냥.. 니가 조금만 더 배려해 줬으면 하는 거야.”


애송이는 불만을 입에 가득 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배려? 난 말이야 배려라는 게 꼭 필요한 건지 묻고싶어. 생각해 봐. 배려란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것. 그러므로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야 해. 문제는 나는 상대방이 아니다. 그러므로 100프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상대방의 생각을 읽다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변경해야 할 때가 온다. 상대방이 100프로 행복해 지지도 않는데 내 행복은 70프로 이하로 줄고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느라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될 뿐더러 그와  함께 스트레스가 유발된다. 도대체 배려를 왜 하는 건데? 비능률적 프로세스 따위...”


“이 로보트 같으니.. 나는 말이야, 상대방이 배려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순간 120프로 행복해질거야. 내가 배려해서 상대방이 미소를 보이는 순간 200프로 행복해 질 수 있어. 이기적인 놈. 평생 너 혼자 살아라..”

애송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집을 나가버렸다. 나는 영화나 더 볼까 하며 컴퓨터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침대로 기어들었다. 짜장면이 여태 소화가 안 된 듯 속이 거북하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버리고 숨을 후 내쉬었다.


[딩동]


얼마가 흐른 후 갑작스레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돌아온거냐?”


애송이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나 폰을 놔두고 갔어.”


애송이는 내 책상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폰을 들었다.


“그리고 나 화장실 좀 쓸게.’


애송이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결국 쏜살같이 문을 나서버렸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단 한번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에 빠진 내 옆얼굴을 바라보던 그녀의 심정이 이와 비슷했을까? 갑자기 아까먹은 양파의 여운에 입이 텁텁하다. 나는 ‘이나 닦아야지’하며 터벅터벅 화장실로 들어섰다. 어? 뭐야, 이거.. 방금 애송이가 들락거린 세면대 위에 못보던 가그린이 놓여있다. 배려라.. 나는 가글가글 입을 헹구어 냈다.

하… 왜 이렇게 웃음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