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 하러 왔어요

봄이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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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달동안 못 왔네요 변명 같지만 알바하랴 과제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너무 오랜만이라 저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혼자 주절거리는게 좋아서 잊지않고 또 쓰러 왔어요

 

한 달동안 연이랑 몇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일단 첫 번째는 제 긴 머리가... 애지중지 길렀던 머리가.. 숏컷으로 잘렸어요

 

우리가 고1때부터 지금까지 만나면서 살이 정말 심각하게 쪘어요ㅋㅋㅋㅋㅋ 거의 10kg?

 

다이어트를 안 해본건 아니에요 둘 다 여자니까 되게 몸매에 민감하거든요

 

하지만 의지가 약해서 다 실패, 그러다가 최근에 운 좋게 피팅모델을 해 볼 기회가 생겼었어요 

 

흔치 않은 기회라 꼭 하고 싶었어요 연이도 저도 그런데 뽑는 사람은 1명이였고

 

결국 서로 절대 양보하지 않고 다이어트해서 성공한 사람이 피팅모델 하기로 하고 실패한 사람은 숏컷 치기로 했어요

 

둘 다 성인이니 투블럭이나 남자 머린 곤란해서 고준희 머리로 (고준희씨 미안해요..)

 

사진 찍기 전까지 한 달정도 남았을 때여서 한 달 뒤 살 더 많이 뺀 사람이 하기로 했어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제가 머리를 잘랐으니 진거고, 연이가 이겼어요

 

제가 4kg, 연이가 4.5kg 였나 소수점 때문에 제가 져버렸어요 그 날 물만 안 마셨다면 흑

 

그런데 시간이 안 맞아 연이는 결국 피팅 못 했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 꼬셔라

 

그래도 내기는 했으니 전 머리 잘리고 현재 기르는 중이에요

 

21년 평생 살면서 처음 해보는 숏컷.. 나름 어울릴 줄 알았는데

 

정말 진심 엄청 너무!!!!!!! 안 어울려요 키가 작으니 성숙해보이기는 커녕 노숙해보인다는 말만 백 번은 들은 거 같아요

 

연이는 제가 이런 말 듣고 다니는 거로 피팅 못 해서 안 좋았던 감정들이 풀린대요 얄미운 년

 

그리고 두 번째는 전 부터 고민하던 커밍아웃을 연이가 처음으로 했어요

 

연이랑 커밍아웃대해서 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울적해지고 심하면 울기까지도 했었어요

 

서로 합의하에 헤어지자 하기도 했고 생각 할 시간 갖자며 연락도 몇 주 씩 안하기도 하고 뭐 나름 심각했었어요

 

고등학생때는 그냥 무작정 좋아서 만났는데 꼴에 성인이라도 점차 현실을 깨달았어요

 

그래도 둘 다 남자를 만나는 것도 힘들어졌고 아니 그냥 서로가 아니면 안 됐어요

 

그래서 독립이 가능할때쯤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고 결혼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연이가 계획도 없이 덜컥 어머님께 커밍아웃을 해버렸어요

 

어머님과 오랜만에 둘이서 저녁을 먹었을때 어머님이 연이한테 인생 얘기를 하셨나봐요

 

현실이 얼마나 혹독한지 삭막한지 일깨워주고 마냥 학생처럼 지내면 안된다며 세상에 네 편은 없다고 조금 냉정하게 말씀 하셨대요

 

듣다보니 연이가 서러워서인지 무서워서인지 눈물이 났대요

 

그런데 어머님이 꼭 안아주시면서

 

" 세상 사람 모두가 너에게 등 돌려도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 며 토닥여주셨대요

 

연이가 감정이 북받쳐서 자기는 불효녀라고 내가 사회에서 버려져야 할 쓰레기라도 자길 안 버릴거냐며 악을 썼대요

 

어머님은 그 말을 다 듣고나서 평소에 연이가 부모님께 듣고 싶었던 그 말을 해주셨고

 

연이가 그 말 듣고나선 ' 아 엄마는 내 편이겠구나 ' 하는 느낌이 왔대요

 

그래서 울면서 자기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대요

 

어머님이 정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아직 좋은 남자를 안 만나봐서 그렇다고 말하시는데

 

연이가 4년 째 만나는 여자 있다고 중간에 헤어져서 남자도 만나봤지만 자긴 정말 안된다며.. 뭐 이러쿵 저러쿵 했대요

 

그 여자가 저라고 말하려 했지만 안 했다던데

 

연이 어머니가 원래 절 참 예뻐하시거든요 저도 어머님 생일때 매번 케이크랑 선물 챙겨드리는 둥 잘 따랐어요

 

아마 그 사이가 깨져버릴까봐 한 배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연이 예상과 달리 어머님은 연이를 더 꼬옥 안아주시며 여태껏 힘들었겠다며 위로해주셨대요

 

아직 완전히 널 이해 못 하겠지만 차츰 널 이해하고 그 여자친구도 만나보고 싶다고ㅎㅎ 말 하셨대요

 

저인걸 알면 뭐라하실지 되게 궁금하네요

 

연이는 어머님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한시름을 놨다며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요

 

저 날 이후 어머님과 원래 각별한 사이여서 어색해질까 엄청 두려웠다던데 더 잘 지내는거 같아요

 

그러면서 저만 남았다고 자긴 홀가분 하다며 절 놀리고.. 몹쓸 년

 

더 많은 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촉박하네요

 

예전처럼 자주 오진 못 할거 같지만 한 번씩 와서 시시콜콜한 저희 연애담 쓸게요

 

마지막은 어제 연이랑 먹은 내 사랑 딸빙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