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4년만에 털어 놓는구나

조제20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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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니?

 

벌써 우리가 헤어진 지 4년이 되었구나.

 

하늘이 화창하고 점점 무더워지던 6월의 첫째 날에 만나,

 

내가 군대가기 전인 다음해 8월이 오기 전까지, 1년 2개월이란 시간 동안 우린 발 맞춰 걸어왔네

 

 

난 아직도 기억이 나. 내가 널 좋아한다고 소심하게 표현했던 날.

 

 

대학교 동아리 대표로써 기회식에서 너를 만나고, 털털한 너의 모습에 난 너에게 관심이 갔다.

왜 자기에게는 술을 주지 않냐면서, 이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거냐고 투덜거리던 너의 모습이

왜 그렇게 예뻤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너와 난 함께하기 시작했다이가??

지금 생각해보면 난 참 찌질한 남자의 대표였던 것 같다.

관심있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못해 하루에도 100통 넘게 문자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갔고 그제서야 그 마음을 살짝 알아갈 무렵 나는 너에게 살짝 물어봤다이가..ㅋㅋ

 

 

" 내가 요새 관심이 있는 여자애가 있는데, 문자도 먼저 해주고 정말 편한 여자애가 있어 "

 

 

그러니까 넌 자기 아니냐며, 남자가 무슨 이렇게 마음 표현을 하냐며 타박했었고.

 

 

맞다. 난 소심했던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해서 내 사람을 만들어보려고 지원했던 10학번의 기장 자리가

나에게 항상 당당하고 밝은 이미지를 주었지만, 아마 넌 나를 가장 많이 겪어봤으니 알았을거야.

사실을 소심하고, 상처도 잘 받는, 유리잔 같은 나를

 

 

속 깊은 너라서, 알아도 넘어가주는 너를 보며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넌 알지 모르겠다.

 

 

 

난 너랑 만나게 되면 남들이 으레 그렇듯,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더라...

 

 

엄격한 집의 통금, 동아리 회장의 자리, 밴드, 학과 공부, 축구 동아리, 스펙에 치여

같이 있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여행의 기억도 몇개 없네.

 

 

사실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우리 집은 꽤나 잘 사는 집이다

아버지도 고위직에 공무원으로 있으시고, 어머니도 피트니스 강사로 계시면서

딱히 돈에 치여사는 집은 아니거든.

 

 

하지만 집에서 요구하는 끝 없는 요구사항을 난 지켜내지 못 했다. 그러니 용돈을 줄이시더라

아마.. 그게 내가 인생 처음으로 겪었던 비참함이었을 거야.

 

수능을 못 쳤을때도, 부모님한테 야구방망이로 두드려 맞고 3일동안 걸음을 못 걸었을때도,

뺨을 맞고 자존감이 땅을 칠 때도, 그때 만큼 서럽게 울지는 않았을거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힘든 점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게 세상의 큰 부분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하나 못 해준다는 것, 먹이고 싶은 음식

하나 못 먹이는 것, 영화를 볼때도 3D나 4D, 아이맥스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데이트 하나하나마다 내가 비참했고, 병신 같았고, 어린 마음에 부모님을 저주했다.

 

 

그땐 3~4시간씩 자며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고, 과 1등, 동아리 회장, 축구 동아리,

토익, 한자, 10시라는 통금을 지켜가며 집에서 원하는 한정선을 지켜내갔다. 물론 너 모르게.

그렇게 너란 가녀린 여자아이 마음에 유리파편을 조금씩 박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그립다.

여기다 너의 별명을 적으면 왠지 너의 친구들이나, 니가 볼 것만 같아 무섭다.

 

그리고 너무 슬프다.

매번 술자리에서 너의 이름이 거론되고, 노래방에선 니가 좋아했던 노래들이 떠올라.

니가 줬던 MP3도 아직 돌려주지 못 했고, 내 노래 취향도 니가 좋아했던 노래들로 바뀌었다.

지금도 내가 잘 부르는 노래들은 니가 좋아할 만한 노래들인데,

 

넌 어디에 있는거니. 넌 항상 내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해 줬다이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군대 전역하고 나서 너랑 나랑 볼 기회가 있었을 때,

그때 어떻게든 너를 붙잡았어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난 그러지 못 했고,

 

결국 우리는 이별했네.

 

 

사실 난 너를 아직도 잊지 못해 이별을 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니가 딱 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서..

 

 

돈도 없고, 피곤에 지쳐, 데이트를 등한시 했던 내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혐오스럽다.

누가봐도 나는 쓰레기였고, 나 역시도 쓰레기라 생각했지만, 너무나 어린 마음에

나에게 주어진 짐이 힘겨웠다 사실..

 

 

 

이제와서 이렇게 찌질대봐야 니가 다시 돌아올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 만나 잘 산다는 말에

더이상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ㅋㅋㅋㅋ 에이 더러븐 세상!!

 

알잖아. 나 엄청 겁쟁이라는 거. 넌 알아줄 거야.. 내 심정을..

 

 

 

 

점점 난 힘들어져만 간다. 스트레스에 쩔어 식도가 망가지고, 위벽 헐어가고 있단다..

악몽을 꾸고, 무기력해져만 가고있다. 그래도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 때문에서라도

웃고 감춰야겠지.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내 주변에 악동 같은 녀석들도 몇 명의 전 여자친구들로 날 놀리지만

이상하게 너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 놈들도 본능적으로 알아주는 걸까??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은 너를 주체할 수 없이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그리워 했나보다.

 

 

ㅉ야! 나 병원에 입원 해야대. 번아웃 증후군이란다. 뭐 마음이 다 불타고 재만 남은 상황이라는데

이게 입원까지 할 것인가 싶다. 그 동안 미술치료랑 심리치료를 병행한다는데, 가봐야 알겠지

사실 별로 받고 싶은 의욕도, 생각도 없지만.. 받아야겠지

 

 

오히려 잘된 것이 아니겠나???. 이렇게라도 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면,

내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니가 만약 듣는다면, 마음 한 켠에 나 같은 병신과 잠시 만났었지,,

라고 추억해주지 않을까라는 그런 병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ㅋㅋㅋ

 

 

보고싶어..

너와 갔던 벚꽃 당일치기도, 니가 살던 동네도.. 오롯하게 기억이 나고,

너랑 걸었던 골목길도, 남몰래 장난치던 우리의 행복도 다 기억해.

다른 사람들처럼 유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재주가 나에게 있었더라면,

좀 더 확연하게 나의 마음이 전달 될까?

 

 

평범하게.. 특별한 데이트 없이 이어온 1년 2개월의 연애도.. 나에겐 사소한 것 하나가

추억이었기에, 다 써볼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다른 사람들 글을 보니 너무 알콩달콩하더라.

내가 진짜 너무 쓰레기였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하고 있어. 내가 너에게 선사한 추억은

휴지조각 같은 너무나 볼품 없는 골동품이란걸.. 느꼈어

 

 

고작 두루치기와, 내가 좋아하던 우유가 줄 수있었던 전부였던 그 시절을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던 너.

 

니가 좋아하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 난 벌써 30번을 넘게 봤고,

그 배우들의 관련 영화까지 다 봐버렸다. 왜 니가 보라고 할땐 못 봤을까...?

 

 

 

나는 오늘도 결국 밤을 샜다.7시 16분이네.

난 밤에 잠을 못자기 시작한지 1년이 넘어가...

4년 전이었다면, 널 내 품에 안고 드르렁드르렁 코 골며 행복에 빠져 있을 시간이었겠지만,

4년 후의 나는 결국, 마음 속에 감췄던 말들을 익명으로든 실명으로든 한번 뱉어보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여기에 살짝 글 써본다.

 

페북에 보니 가슴 찡한 글들도, 기분 좋은 글들도 여기에서 나온 것들이 많았기에,

혹시 누군가는 나의 글을 퍼뜨려서 니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쓴다.

 

 

 

 

 

 

ps. 너와의 함께했던 추억들, 아련한 그 시절을 난 영원히 가지고 갈게,

여자는 나쁜 기억들이 남는다며..ㅋㅋㅋ 좋은 기억이 아니니 넌 버려주라. 좋았던 기억은

내가 마음 한 구석에 꽁꽁 넣고 살게. 어디가서 말하지도 표현하지도 않을게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준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직도 널 사랑해. 그리고 진짜 후회해.

 

너 이후로 만났던 여자들은 내 옆에서 나의 밑바닥만 보고 고생만 하다 갔어.

(심지어 다른 애들이 벤츠라고 불렀던 여자애도 있었다 임마)

 

이것 하나만 알아주라.

 

난 짧게나마 살아온 나의 달력 속에서 내가 가장 기다렸고 추억할 수 있는 꿀 같은 공휴일이었어

 

사랑하는 ㅈ야 아마 난 다시 이 글을 볼 일도 없고 보지도 않을테지만..

 

어디선가 우연으로 만나고 서로를 만나게 된다면.. 한번 방긋 웃어주라.

 

 

 

좀 더 많은 시간이 가면 잊혀지겠지? 지금 남자친구랑 잘 사귀고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해.

 

너의 수줍던 그 웃음이 다시 한번 보고싶은 아침이다.

 

아마 난 지금 잠을 잘 수 없을거 같아.

 

 

 

안녕, 그리운 사람

 

꽃길만 걸어가.